생물정보,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한다

   
 
위암에 걸려 고생하는 40대 남성. 몸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자 병원에서는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성이 생기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유전자가 변형이 됐는지 등을 약 처리 전후 변화 결과를 놓고 분석해보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체 생물정보 분석’이다. 이때 이 남성의 세포, 각종 기관 등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분석하는 사람은 인체 분야의 생물정보분석가다.


암 치료의 단초가 되는 인체 생물정보분석
생물정보학은 광의적인 의미로, 생물학 연구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 정보, 지식 등을 전산, 통계, 수학 등 보다 논리적인 수단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가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생물정보분석가는 흔히 ‘생명공학의 핵심 정보전문가’로 불린다.

학문으로서의 시작은 1950년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결정이 가능해지면서부터로 본다. 이후 1970년대 DNA 염기서열 분석기술이 개발되어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생물정보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였고, 1990년 인간 게놈프로젝트를 통한 대량의 염기서열 데이터들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되었다.

과거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시작해 인간 전체로 분석의 단위가 커지고, 그 대상과 방법이 진화하면서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방대한 생물연구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와 정보검색, 처리와 분석·가공능력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 생물정보를 빠르게 조직·분석하고 차별화된 결과와 현상을 찾아내는 것은 곧 산업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오늘날 생물정보기술은 생명공학(BT, Biotechnology)의 핵심적인 기술 분야로 손꼽힌다.

생물정보 비교·분석 가능하도록 조직화
생물정보분석가는 생물의 유전자로부터 출발해 단백질, 세포, 기관, 인간 전체를 거쳐 진화계통에서 나오는 정보를 놓고 데이터화, 수집, 업그레이드 등의 작업을 한다. 이렇게 나온 정보를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조직화하고, 조직화한 데이터를 다시 가공 및 분석해서 연구자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때로는 데이터를 놓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 일도 한다.

각종 분석을 할 때는 분석 도구 등이 필요해지는데 이때 각종 알고리즘과 프로그램 개발 등에도 참여한다. 활용분야에 따라 의료진, 신약개발자, 의료기기개발자, 소프트웨어개발·운영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일을 한다. 생명공학을 기초로 하는 학문의 교수인력이나 연구원 등이 유사직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

국내 종사자 100여 명 있어

   
 

인체 생물정보분석가의 경우, 국내 종사자수는 10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사학위 취득자 중에서 신입으로 병원에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은 보장되는 편이다.

이직할 경우에도 타 병원의 같은 부서로 이동한다. 박사학위 취득자 중 대형병원 신입의 경우 초임은 6,000만 원~9,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분야 육성은 1994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2006년까지 13년간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생명공학육성법 제4조) 1차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사업에는 정부가 총 4조 3,000억 원을 투자했다.

생명공학 관련 석·박사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99년 6,699명에서 2005년 9,682명으로 늘었고, 시장규모도 1994년 1,700억 원에서 2005년 2.7조 원으로 커졌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2007년~2016년, Bio-Vision 2016) 2차 사업 2단계에서는 5년 동안 국고 총 9조 7,077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관련 핵심 R&D인력도 5년간 총 7만 3,222명을 배출해 생명공학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전체연구지원’은 199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21C 프론티어 연구 개발사업’의 ‘인간 유전체 기능 연구 사업단’을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2009년에는 ‘생명 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가 설립되기도 했다. 서울대, 부산대, 카이스트, 포스텍, 가천의대 등은 생물정보관련센터를 설립해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정리하자면, 생물정보분석가는 생물의 유전자로부터 출발해 양산되는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수집한다. 또한 정보를 비교·분석 가능하도록 조직화하고, 결과를 재분석하여 새로운 현상을 발견한다.

암환자가 왔을 때 환자의 상태가 파악되고 암 조직 샘플이 채취되면 병리과 유전체분석팀에서 장비를 놓고 DNA, RNA 등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하는데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를 기존에 축적된 정상인의 유전자 데이터(리스트)와 비교 분석해서 돌연변이가 발생한 DNA 위치를 파악한다. 이때 연구정보 등을 입력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정보를 구성하고, 분석하기 위한 알고리즘과 도구, 즉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또한 분석 도구를 통해 데이터를 가공·분석하고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해석하며, 이러한 결과 정보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모든 암이 단백질이 부족하거나 많아서 발생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나오는 DNA 정보에 대한 염기서열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맞춤형 항암제를 찾기도 하고, 새로운 돌연변이 등의 정보를 찾아 누적된 데이터와 융합해 새로운 성공 케이스를 찾기 위한 연구도 병행한다. 특히 새로운 돌연변이를 발견할 경우 그 정보를 제약회사와 공유해 관련 신약 개발 협의도 한다.

생물학 등 석 · 박사 학위 있어야
생물정보분석가는 생물정보를 수학·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만한 다양한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관련 분야를 전공한 석·박사 이상의 학위소지자가 진입하기 쉽다. 관련 학과로는 생물학, 유전(공)학, 생명공(과)학, 생화학, 융합의학, 통계학, 전산학, 수학 등이 있다.

생물학 분야에 있어 과학적인 실험계획 수립과 실행, 생물학의 근간을 이루는 게놈 정보와 생체의 유기적 작용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방대한 자료에 대한 통계적 분석 능력이 필요하며, 프로그래밍 언어와 스크립팅 언어를 이해하고 정보 분석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외국과의 학문적·기술적 교류가 많으므로 외국어(영어) 능력이 필수적이다.

융합 분야의 특성상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을 해야 하므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어떠한 정보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해내려는 성향이라면 일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양식과, 환경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에서는 생명정보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본 대학원에서는 강의, 세미나 및 실습을 통해 염기서열 분석과 유전자 검색을 배울 수 있고, 유전체학, 전사체학, 후성유전체학, 단백체학 분야의 데이터마이닝과 시스템생물학적 접근법을 연구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 개발 및 단백질 구조 예측과 분석 등 최신 연구 분야의 집중 교육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생물정보학 활용 BT산업 지속 성장
생물정보분석가는 대학이나 정부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체연구나 약물유전체연구 기업, 질병치료 향상을 위한 의료기관, 신약개발 제약회사 등이 그 예다.

뿐만 아니라 농업생명공학은 유전자기술이 활용되고 있고 바이오 에너지 등 화학 산업 분야에도 진출이 가능하다. 또한 정보통신기술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컴퓨터, 전자, 정보통신 기업이나 순수하게 생물정보학 도구와 서비스를 개발·판매하는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다.
 

   
 

생물정보학을 활용한 BT산업은 이미 국내에 정착되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관과 제약산업이 있다.

암센터 등을 운영하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별 맞춤 항암제 투여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의약품 수입이나 ‘카피약’ 등에 의존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 등에 수입을 대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료 진단기기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개발 대기업이 투자를 하는 일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련 산업의 발전가능성과 전문 인력의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질병치료와 건강한 삶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생명공학을 활용한 여러 산업과 학문분야에서 새로운 융·복합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또한 생명과학연구에 있어 유전체학(Genomics)와 단백질체학(Proteomics)의 중요성이 커지고 기업별 차별화와 속도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생물정보에 대한 의존과 고급 전문 인력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산업의 성장과 기술의 발전은 전문 인력의 확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2010 바이오정보산업 육성전략(안)’ 등의 연구에서는 국내 유전체 관련 분야 산업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생명정보 관련 전문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을 꼽은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인력양성을 위한 지원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 사이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www.kribb.re.kr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www.kobic.re.kr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www.ust.ac.kr
생물학연구정보센터 www.ibric.org
한국생물정보시스템생물학회 www.ksbsb.or.kr
 

[생물정보분석가 인터뷰] 환자 정보 분석해 치료 효과 보면 신이 납니다
-서울아산병원 생명정보연구센터 박강서 박사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현재는 암환자의 유전체 분석 등을 하면서 암환자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치료전략을 수립하고 각각의 돌연변이에 맞는 항암제를 선별해 효과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내성이 생기는 원인 및 어떤 유전자가 변형이 되는지를 약 처리 전후 변화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제 업무죠. 또한 항암제에 첨가하여 내성 없이 항암제가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항암 감작제 연구 개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현재 이 일을 하게 되었나요?
유전공학 학사를 전공한 후 환자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분야인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자 의과대학 생명정보학 석사 및 박사 학위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생물정보분석가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입니다. 박사학위를 소지해야 하므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죠.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 박사학위, 일반의학, 생물학, 유전학, 통계학 등의 전문지식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환자에게 투여할 특화된 항암제 등을 의사에게 제안하는 과정에서 많은 회의를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 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분석, 관리해야 하므로 기본적인 IT관련 능력도 필요합니다. 해외출장 및 학회교류가 많으므로 외국어 구사 능력도 중요하고요.

일을 하며 힘든 점과 보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활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해줄 수 있게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수많은 정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찾아낸 새로운 돌연변이나 생물학 정보를 통해 구축된 전략 및 억제제가 실험실에서부터 효과를 잘 보여주지 않을 때가 힘이 들고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돌연변이를 찾고 기존의 전략과 병합하는 수많은 테스트 과정을 반복해 환자에게 특화된 치료전략의 효과를 입증 했을 때 보람은 더할 나위 없이 큽니다. 그 중에서도 결과를 논문으로 출간하거나 해외학회에 발표하게 되면 정말 뿌듯하죠. 지난 긴 연구기간의 힘든 것들이 사라집니다.

이 직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국내에서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 이외 중소병원에서는 생물정보분석가의 고용을 서서히 늘리는 추세입니다. 환자 개개인의 다양한 암 형태 및 조직 샘플을 분석해야만 DNA, RNA등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생물정보를 이용한 맞춤식 항암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생물정보기술자의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 직업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생명정보학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확실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합니다. 석사, 박사 학위까지 공부를 해야 이룰 수 있는 직업이라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자신을 극복하고 한 길로 매진해 이 분야에 진입하게 된다면 본인의 유전체 정보 기술을 통해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린다는 자부심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출처-한국고용정보원 '2015 미래를 함께 할 새로운 직업'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62

 

   
http://goo.gl/529Cm4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