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인터뷰

   
▲ 한남대 모의면접
대학입시 방법은 해가 갈수록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학종에 대한 일부의 문제제기나 개선요구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학종에 대한 막연한 불신, 그 중 하나는 아마도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일 것이다. 학생부나 자소서 만으로 인성이 좋고 발전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가려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입학사정관도 사람이기에 성향에 따라 제멋대로 판별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말한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종과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믿어보세요."


입학사정관의 어제와 오늘
전국 대학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 입학사정관의 수는 대략 800여 명 정도이다. 대학마다 상황이 크게 달라 많게는 30여 명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도 있지만 입사관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이 도입될 당시 대학들은 석사 이상의 교육학 전공자나 고교 교사 경력자를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을 모집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외국의 입학사정관전형의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했다.

입학사정관들은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협의회를 통해서 입학사정관들의 소임과 대학 내 역할을 명확히 하고 학종을 통한 고교의 질적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적확성과 공정성 기하기 위해 학생부 수천 건으로 사전 연습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부의 주인이 어떤 학생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입사관들은 적확하고 공정한 사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실제 전형에 들어가기 전 수천 건의 학생부 기록을 앞에 놓고 실제처럼 사정 연습을 한다. 그리고 사정 결과를 놓고 입사관들끼리 서로 비교해 의견을 나누고 오류를 수정하면서, 학종의 취지를 살리는 가운데 공정한 사정을 할 수 있도록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인다.

이 결과 하나의 학생부를 전임입학사정관과 교수위촉입학사정관 모두에게 맡겨보아도 평가 결과의 편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정성평가는 입사관의 주관이 개입되므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대단한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3인의 대학입학사정관이 평가한 결과가 서로 일정 구간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 제삼의 사정관이 투입돼 재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당락에 영향을 줄 만한 오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의 고용 불안은 학종에 독

   
▲ 나사렛대 면접

이렇듯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대학의 미래, 나아가서는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을 선발하는 전임 입학사정관들이 대부분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학종 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음에도 많은 수의 입학사정관들이 단기계약직으로 묶여 2년에 한 번씩 대학을 옮겨 다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학은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정작 일관된 시선으로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발해야 할 입학사정관들이 2년마다 교체된다면 선발의 일관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들이 정적인 고용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계와 대학 국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 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인터뷰

 
   
▲ 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한남대 입학사정관
Q. 입학사정관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A. 일반적으로 대학입학사정관은 전임입학사정관과 교수 촉입학사정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임사정관은 20시간 이상, 교수위촉사정관은 3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서류 평가 방법을 익히고 중등 교육과정, 대학 교육과정 등을 공부하며, 모의면접, 모의서류평가, 그 외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을 합니다.

교육 이수 시간은 최소로 정한 기준이고, 실제로 대학 사정관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교육을 받고 자기개발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Q. 학생부를 보면 어떤 학생인지 직관적으로 그려진다고 들었습니다.
A. 어떤 일에 전문가가 되면 확률이나 통계 같은 객관적인 표를 동원하지 않고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깁니다. 사정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비슷한 학생부라도 거기에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숨어 있고, 그걸 발견해내는 것이 사정관의 일이죠.

얼마 전 정보통신공학과에 합격한 학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학생부를 봤더니 문과 성향인 것이 한눈에 였습니다. 왜 하필 이과적 특성이 대단히 강한 학과를 선택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추천서를 읽어보고 선생님과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추천이 크게 작용한 것을  수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학과 진학과 관련 진로 활동에 대한 의지가 대단히 강하고 학생부의 객관적인 지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합격할 수 있었지만, 추적 관리를 해 보니 입학 후 학과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걸 알게 돼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Q. 입학사정관으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A. 학생을 선발하는 데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 필요합니다. 거기다 달리기 기록을 재듯 능력을 눈앞에 증명해 보일 수도 없습니다. 훈련도 어렵고 체득도 어렵습니다. 많은 시간과 경험,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입학사정관들에게 스스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또한 많은 학부모님들이 성적을 학생 선발의 절대적 잣대로 신뢰하며 학생부종합전형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업능력은 학생이 가진 역량 중 하나일 뿐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선진국일수록 성적 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학생의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성적뿐 아니라 잠재능력, 인성, 협업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전공 적합성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이 하루빨리 성적 만능주의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전제돼야 합니다. 자신의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해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고민이 없다면 효과적인 학종 준비도 불가능합니다. 학종은 기본적으로 진로 탐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학사정관은 소설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분류 모자’처럼 학생의 특성과 자질을 판단하는 역할을 하지만, 해리 포터가 슬리데린 대신 그리핀도르 기숙사를 선택한 것처럼 결국 최종 결정은 학생 자신이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꿈과 끼를 확실히 알고 거기에 맞는 목표를 설정한 다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마법의 분류 모자’가 여러분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해 줄 겁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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