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대 수학과가 개최한 '수학체험 페스티벌'에 참가한 중고생들 [사진 제공=한남대]

전국 사교육과열지구의 중학교 수학문제를 분석한 결과, 전체 35개 수학 시험지 중에서 난도 극상 문항이 32개(91.3%)에서 출제됐고, 선행유발 문항이 출제된 시험지는 27개(77.1%)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과 신동근 의원실은 선행교육규제법이 적용되고 있는 학교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교육 과열지구의 중학교 수학 시험지를 분석했다.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6개 광역 자치단체(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사교육 과열지구 각 2개교의 중학교 2, 3학년 학생이 치른 2016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27명의 현직 교사가 공동으로 분석에 나섰다.

앞서 2011년 9월 6일, 사교육걱정이 김춘진 국회의원실과 함께 수도권의 사교육 과열지구 18개 중학교 1∼3학년의 수학 1학기 기말고사를 분석한 결과, 과열지구 대다수의 중학교가 고1∼2 과정의 문제를 출제하거나(77.7%) 시험 문제의 50% 이상을 난도 ‘상’ 수준의 문제로 채우는 등 선행학습 유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또한 2014년 5월 29일, 사교육걱정이 전국수학교사모임,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중간고사의 선행 여부와 난이도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난 선행유발 문항을 출제한 학교가 전체 14개 학교 중 8개 학교(57.1%)였고, 난도 ‘상’ 수준의 문항이 전체 문항의 50%를 넘은 학교가 8개 학교(57.1%)로 조사됐다.

2014년 9월부터 선행교육규제법이 교육현장에 시행되면서 선행교육규제법 제8조는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여야 하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선행교육규제법 제13조와 제14조에 따라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은 교육 관련 기관을 지도·감독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시정 또는 변경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매년마다 각 시·도교육청은 관할 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출제한 시험지를 전수 조사해 선행출제 여부를 점검하고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하고 있지만, 각 교육청이 선행 정도와 성취수준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선행출제 결과를 축소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 한남대학교 입학처 http://goo.gl/JWfyJv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교육 과열지구 18개 중학교의 2, 3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난도를 살펴보면, 여러 개념을 복합적으로 활용하거나 계산 과정이 복잡해 풀이법을 여러 번 반복 훈련해야 풀 수 있는 고난도 문항으로 특정 성취기준에 없는 ‘극상’ 문제가 전체 35개 시험지 중 단 3개를 제외한 32개(91.4%)에서 출제됐다. 또한 선행유발 문항은 전체 35개 시험지 중 8개를 제외한 27개(77.1%)에서 출제됐다.

‣ 사교육 과열지구 중학교 2,3학년 1학기 수학기말고사 난이도 및 선행유발 분석표

전체 문항수를 기준으로 볼 때, 난이도 상과 극상 등 ‘상’ 수준 이상의 문항 비율이 전체 41.5%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중’ 수준의 문항 비율은 41.6%, ‘하’ 수준의 문항 비율은 16.3%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난이도 분포를 상 30%, 중 40%, 하 30%로 적절하게 조절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상’ 수준 이상의 문항 비율은 권장 기준치보다 약 1.4배나 높고, ‘하’ 수준 문항 비율은 권장 기준치의 50% 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학교 수업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거나 선행학습을 통해 얻은 상위 학년의 지식을 이용하면 쉽게 풀리는 문제인 ‘선행유발’ 문항도 전체 문항의 9.3%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러한 문제가 학교 시험에서 출제된다는 것은 선행교육규제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사교육을 유발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와 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선행교육규제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선행출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예방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 시험을 통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고,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수학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지 않도록 학교에서는 수학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및 성취수준에 적합한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하고, 선행유발 문항 출제를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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