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36.5도> 2017년 1월호 발행인칼럼

   
▲ 2016년 11월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에서 공연 중인 가수 양희은 [사진=에듀진]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손으로 쓰는 역사가 완성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80%에 가까운 민심이 국회로 하여금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도록 만들었고,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 재판과 함께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금, 최고 권력자의 비위와 권력 사유화로 인한 폐단은 뉴스 대문을 연일 어지럽게 장식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밝혀진 범죄 행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이 정권의 부패 실상이 상상 그 이상인 것만은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권력 최상부의 부정부패와 무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지만, 이에 맞서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은 놀랍도록 성숙해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을 좌절과 분노로 끓어오르게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두 손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 권력에 맞섰다. 사건의 전모를 철저하게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준엄한 경고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독재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대변되는 시위 문화는 국민과 유리된 채 노동자, 농민, 대학생 등 특정 집단만이 참여하는 ‘그들만의 싸움’이었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려면 시위대도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고, 그럴수록 시위는 일반 대중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과 유리된 채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다 생을 달리한 무고한 생명들이 수도 없었고, 공권력은 국민들의 목을 더욱 세차게 조르며 마땅히 누려야할 국민의 자유를 무력으로 억압해 갔다. 불과 1년 여 전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결국 유명을 달리한 고 백남기 농민 사건도 이런 비극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수백 명을 실은 세월호가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해가던 그때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대통령과, 맨몸으로 경찰 앞에 나선 힘없는 노인을 무자비하게 쓰러뜨린 공권력에 대항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 촛불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전국적으로 발화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의 치부를 낱낱이 밝혀 불태우고 싶은 마음을 촛불 하나에 오롯이 담아 비폭력 평화시위를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작은 불꽃이 모여 가장 큰 힘을 만들어낸 촛불의 행렬은 세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2016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시위를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현대적 정치 혁명이라고 정의하며 뜨거운 박수와 함께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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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촛불의 방향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과 비선실세,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 아래에서 호가호위한 정치인들, 출세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며 기꺼이 권력의 충복으로 살아 온 정치 검찰들, 정경유착을 통해 돈을 불린 재벌들, 막후의 권력 설계자로 군림하며 권력의 향방을 좌지우지해 온 언론사에까지 미치며, 대한민국에 깊숙이 뿌리내린 친일 독재 잔재를 거두어 뿌리부터 다시 세울 것을 준엄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국회의 탄핵안 표결 과정에서 최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국회의원들을 알게 됐으며, 수많은 정치 검사들이 출세가도를 달려 권력의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도 목도하게 됐다.

또한 ‘자본이 영원한 권력’임을 존재 자체로 보여주고 있는 재벌들과, 차기 대권 쟁취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거치적거리는 인사들을 모함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언론사들의 행태를 TV만 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한 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투표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촛불로 발화된 정정당당한 권력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투표뿐이다.

모든 국가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갖는다는 말이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2017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국민의 품으로 되찾아올 것이라고, 국민에게 겸허하게 고개 숙일 줄 아는 바른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전에, 헌법재판소가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탄핵안을 수용하도록 형형한 눈빛으로 지켜볼 것임을 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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