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 아닌 ‘스스로 즐기는' 공부 하려면?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입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본지가 마련한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모의유엔 활동(가운데가 권방선 씨)

 

   
▲ 연세대 경영학과 1학년 권방선 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1학년 권방선입니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를 고3 1학기 말에 편입학해서 졸업했습니다. 그 전 중고등학교는 상하이에 있는 미국학교를 다녔고, 97년 생으로 올해 20세입니다. 패션 경영에 관심이 많아 패션 바이어나 패션 사업 및 유통 분야로 진입하고 싶어서 경영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정치외교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내내 모의유엔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정치와 외교에 큰 관심을 기울였으니까요.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해야 했을 때 정치외교는 제가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분야이기보다는 익숙하고 편했던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보다 제가 평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진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어요. 그랬더니 저는 매일 패션 트렌드와 마켓을 주시하고 있었고, 남는 시간에는 패션에 관련된 자료나 동영상을 즐겨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패션 마케팅이나 유통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고, 의류학과를 복수전공할 생각으로 경영학과를 지원했습니다. 저는 워낙 사람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경영 관련 활동들을 평소에 많이 했었고, 그런 활동들이 적성에도 잘 맞아서 경영학과가 제게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초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5학년 1학기까지를 제외하면 대만과 상하이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국내에서 공부한 학생들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과 관련한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기 직전에 AP United States History 과목을 예습한 것 외에 모든 공부는 혼자서 했습니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제게 맞는 공부법이나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달성하는 것을 반복하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해보고 싶어서 학교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시즌마다 스포츠 팀을 바꿔가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 활동했습니다.

농구와 배구, 소프트볼, 배드민턴과 플로어 하키 팀에서 활동했고 뮤지컬에도 참여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흥미를 느끼며 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틀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또한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모의유엔 활동은 고등학교 때에도 계속했습니다. 총 18번의 회의를 참가했고 5번 이상의 의장 경험과 2번의 사무총장 경험과 더불어 모의유엔 동아리의 회장 역할도 맡았습니다.

모의유엔을 하면서 영어 토론과 의사소통 능력은 물론, 여러 나라의 학교들을 초청하고 장소를 섭외하며 일정을 짜고 총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도 키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회 부회장, 학교 직원 대상 영어 교육 봉사, 3학년 학생 대상 멘토링 봉사, 백혈병 아이들과 놀아주는 봉사, 경영 동아리 총무, 농구팀 팀장, 소프트볼, 어플 개발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적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내신관리 역시 열심히 했습니다. 고등학교 내신이 4.0 만점에 3.99였고, 중학교 평균도 100점 만점에 97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굉장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속상했고, 실패를 개기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전에 저는 성적 1~2점 차이가 저의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성적에 대한 집착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틀에 박힌 공부가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자유롭게 모험하고 직접 경험하며 자기주도적으로 궁금증을 해소할 때에 학업에 대한 즐거움과 성취감이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에는 학교생활과 공부에 대한 기쁨과 설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학생을 위한 '기적의 스마트 워크북'
https://goo.gl/N6jVEY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해외에 오래 살았고 어릴 때부터 미국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계속 영어로 수업하고 생활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살아서 중국어도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토플, HSK, AP, IB, SAT2, ACT 등의 외부 스펙도 열심히 쌓아서 연세대에 3년 재외국민 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3년 재외국민 전형은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고등학교 1년을 포함해서 해외에서 공부를 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입니다. 재외국민전형은 외부 스펙은 물론 내신과 교내 활동, 자소서와 면접 모두를 다 보는 전형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SAT, ACT와 같은 외부 시험은 수능과 달리 여러 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점수를 처음부터 잘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었습니다. 또한 내신이 우수했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닌 국제학교는 AP와 IB 과목을 모두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AP나 IB 수업은 대학과정을 미리 배우거나 심화학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학생의 관심과 도전정신을 보여줄 수 있고, 5월에 있는 AP시험 점수를 통해 학생을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학교에서는 과목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많은 AP 과목을 신청했고, IB Theory of Knowledge 과목도 수강했습니다.

   
평택대학교 입학처 http://goo.gl/U8HF3S

그리고 교과서에서뿐만 아니라 직접적 경험을 통해 지식과 이해를 넓혔습니다. 특히 AP Economics 수업을 통해 소비자와 사업자의 상호 연관성과 판매와 매출에 대해서 배울 때, 유통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중국에는 도매시장과 타오바오와 같은 직거래 장터가 발달했으므로 이를 활용해 제가 평소 관심을 두었던 패션 분야와 연관 지어 초커 목걸이를 제작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응용해 재료의 가격과 재질을 비교 분석하고, 중국어로 타오바오 주인들과 직접 협상하며 가성비가 좋은 구매처에서 유리한 납기와 가격 조건을 얻어냈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직접적인 경험으로 연관 지어 하면서 이론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길렀습니다.

또한 저는 개인적으로 같은 반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며 같이 공부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개념이나 이론은 혼자 익힌 후에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모여서 질문지를 만들고 서로 토의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습니다.

사실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같이 공부할 때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지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업시간이나 남는 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하며 토론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으며,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논문을 읽으며 궁금증을 해소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제가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외우는 것에는 소질이 없어서 이해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경제, 화학, 수학이나 역사를 공부하는 경우에는 암기를 해서 단기기억으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수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개념을 내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부하다가 어떤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이론을 외우거나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이든 붙들고 궁금증을 해소한 후에야 다음 부분으로 넘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학교에서는 글을 많이 써야 합니다. 작문 또한 비법을 터득하거나 공식을 외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되는 과목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만큼의 시간을 글쓰기와 책 읽기에 투자했습니다. 공부는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한 시간만큼의 결과물을 얻게 되는 것이죠.

저는 연세대 자소서를 특이하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소설처럼 제가 경험한 일들을 창의적으로 기술했습니다. 영어 교육 봉사를 했던 고등학교 직원과의 대화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적어서, 말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자소서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세대 면접 주제는 문화지체현상에 대해 설명하라는 것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에 있는 고등학교를 잠깐 다니면서 사회문화 시간에 배웠던 것을 활용해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된다는 것을 예시로 들며, 개인적으로 체험했던 문화지체현상을 활용해 설명했습니다.

Q. 후배들에게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A. 
학과나 대학 선택을 할 때에 남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아니면 사회가 선호하는 과이기 때문에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면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4년 동안 그 과를 전공하면서 관련 과목만 수강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에게 맞는 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최대한 폭넓게 활동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러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면 미리 본인의 관심사나 적성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을 선택할 때 국내 대학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도 고려해 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을 모두 진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A. 
교환학생을 준비 중입니다. 따로 동아리나 학회에 들어가 준비하기보다는 내신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 활동을 하며 타 동아리도 지원하고 있지만, 저는 해외에서 직업을 찾고 싶기 때문에 주요 관심사는 더 많은 해외 경험과 해외 인턴십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아직 1학년이라서 인턴십 기회가 바로 주어지진 않겠지만, 동아리나 학교를 통해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찾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중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공부를 오로지 외부적인 강요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에서 많이 들어 보았겠지만 공부는 즐기면서 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그리고 주위에서 학생들은 많은 외부적인 압박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 받고 여유를 잃게 되며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한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저 또한 공부를 할 때 행복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의미나 공부의 가치를 확실히 깨닫게 된 후에는 공부를 하면서 힘든 것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보게 됐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언어 공부를 하면서 타 지역 사람들과 대화하며 친해질 수 있었고, 미국 드라마나 중국 드라마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많은 학생들이 실생활에 유용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학을 배우면서 사고력을 길렀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커가는 것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어떤 것을 선택해서 하게 될 때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나갈 때 느끼는 성취감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많은 학생들이 삶의 즐거움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미생활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즐기면서 균형 있 학교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학부모 필독서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https://goo.gl/VKIS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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