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을 공격하는 ‘너 전달’

   
 

“엄마, 내일이 내 생일이잖아요? 여자 친구가 나한테 생일선물을 주고 싶대요. 잠깐 선물만 받고 올게요”.

   
▲ 김향숙 박사

이렇게 말하고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시곗바늘은 새벽 한 시를 가리킨다. 연락도 없다. 핸드폰도 안 된다. 신호음은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찬바람이 쌩쌩부는 바깥으로 나왔다. 아파트 근처를 여러 차례 맴돌다 출입문 앞에 앉았다. 추위에 벌벌 떨며기다렸다. 새벽 두 시쯤 되어서야 아들은 돌아왔다.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아들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머릿속에는 쏟아내고 싶은 말들이 춤을 추며 혀끝을 맴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야? 아니 선물 받는 데 한 시간이 걸려, 두 시간이 걸려? 너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여자 친구랑 어디서 뭐 하고 이제 온 거야?”

“죄송? 죄송하다면 다야? 그렇게 미안하고 죄송하면 미안한 일 안 하면 되지, 미안한 줄 뻔히 알면서 미안한 짓 하는건 도대체 무슨 심보야?”

“잘 한다. 그래도 집이라고 기어 들어오는구먼. 뭐 하러 들어오냐? 아예 나가버리지.”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전화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휴대폰은 폼으로 가지고 다녀? 차라리 없애버려!”

“앞으로 또 이런 일 있게 할 거야? 약속해! 또 이런 일 있으면 그땐 너하고 나하고 아주 끝이야!”

이런 언어를 ‘너 전달(You-message)’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상대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 평가,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분명 훈계를 위해서는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말들은 존재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은 잘못됐다. 그렇다 해서 아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아이는 여전히 창조주의 작품이다. 부모라는 이유로 창조주의 작품을 훼손할 자격은 없다. 그런데도 인격을 공격한다. 분노라는 감정이 개입돼 있다. 온몸이 분노를 쏟아낸다. 쏘아보는 눈빛, 큰 소리, 삿대질, 찡그린 얼굴, 날카로운 음색 등. 훈계의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몸짓만 기억에 남는다. 행동수정은커녕 공포, 적의, 원망, 죄책감, 분노만 유발한다. 이것은 처벌이지 징계가 아니다. 이런 말을 쏟아부으면서 자녀의 행동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천국을 선물하는 ‘나 전달’
판단을 접으니 평화가 찾아왔다. ‘나 전달(I-massage)’을 사용했다.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화나게 만든 구체적인 상황, 나에게 미치는 영향, 나의 느낌이다.

   

▲ https://goo.gl/N6jVEY

“찬아, 네가 아무 연락도 없이 늦으니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추위에 떨며 너를 기다리는데 처량하고 서글프더라. 게다가 이렇게까지 걱정하며 기다리는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구나싶으니, 소외감에다 무시당한 느낌도 들고.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아들은 한동안 가만히 있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까지 걱정하실 줄은 몰랐어요, 실은 여자 친구가 나한테 생일선물 제일 먼저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랬어요. 엄마, 알잖아요? 내 생일 되면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거. 그래서 차 안에서 12시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네받은 선물이 CD였어요. 같이 듣고 싶다고 하는데 나쁜 일 하자는 것도 아니고 해서 거절하기가 어려웠어요. 들어보니 곡이 너무 좋아서 같이 계속 음악 듣고 이야기하고 그러다 왔어요. 봐요, 봐요, 선물 받은 CD! 어쨌든 전화 못한 건 내 책임이에요. 선물만 받아서 바로 오려고 갔기 때문에 휴대폰 챙길 생각도 못 했고요. 걱정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내미는 CD를 틀어보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흘렀다. 하마터면 아이를 판단해 정죄할 뻔했다. 다행이다.

다음날 저녁 먹다 말고 아들이 말한다.

“그런데 진짜 내 엄마 맞아요?”

“왜?”

“어젯밤에는 엄마가 아닌 줄 알았어요.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두 시가 다 돼 가서, 이제 죽었구나 하고 들어왔죠. 난 또 웬 천사가 와서 앉아 있나 그랬죠!”

“그래, 천사가 잠시 엄마 마음에 다녀갔다 보다. 왜 기분 나빠?”

“아뇨, 지옥 같던 우리 집이 천국으로 바뀐 것 같았어요.”

나는 그때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그래, 아들아. 이 엄마는 영원히 너에게 천국이 되어 주마.”

말 한마디로 아이에게 천국을 선물했다.

김향숙 대표는 교육학 박사로 행복발전소(www.hifamily.net)와 힐링센터 바디앤마인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MBA원장이며 부모교육 및 상담전문가이다. SBS TV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MBN <부부수업 파뿌리> 등 다수의 방송매체에 출연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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