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서 벗어나는 길, 학종 확대·발전에 답 있다

   
▲ 충북교육청 발명학교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최근 발표한 '대입전형 인식실태 조사'가 논쟁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됐다. 사교육걱정은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학종이 사교육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이라고 응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교육걱정의 조사대로라면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사교육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 조사결과는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사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사교육걱정의 이번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걱정과 유은혜 국회의원이 함께 지난해 9월 20일부터 10월 12일까지 실시한 이번 '대입전형 인식 실태 조사'는 학생·학부모·교사 등 총 2만 4,912명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규모로 실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교육걱정은 대입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목표 아래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17개 시도교육청 산하 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 1만 6,176명, 학부모 7,302명, 2학년 담임교사와 진로진학 담당 교사 1,434명 등이 참여했다. 조사 대상 학생은 학교 유형별로 일반고(자율형공립고 포함)9,922명(61%), 외고·국제고·과학고·영재고·자율형사립고가 6,254명(39%)이었다. 학교 유형별 조사 대상 학부모와 교사의 비율 역시 학생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교육걱정의 이번 조사는 크게 ▲ 대입전형 전반에 대한 인식 ▲ 학종 등 전형별 인식 ▲ 현행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것은 '학종에 대해 학생·학부모·교사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였다.

사교육걱정은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정시, 논술, 특기자 등으로 항목을 나누고, 이 가운데 '사교육이 가장 많이 유발되는 전형'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조사 결과 학생 27.5%, 학부모 29.4%, 교사 25.2%가 "학종이 사교육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이라고 응답해 전 항목 중 1위를 기록했다.

■ 사교육이 가장 많이 유발되는 전형

대상 논술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적성고사 실기위주 (특기자) 실기위주(예체능) 정시(수능) 전체
학생(명,%) 2058 4326 4447 94 997 1381 2873 16176
12.7% 26.7% 27.5% 0.6% 6.2% 8.5% 17.8% 100%
학부모(명,%) 900 1865 2150 40 669 639 1039 7302
12.3% 25.5% 29.4% 0.5% 9.2% 8.8% 14.2% 100%
교사(명,%) 314 249 362 3 82 230 194 1434
21.9% 17.4% 25.2% 0.2% 5.7% 16% 13.5% 100%

* 실기위주(특기자)는 수학, 과학, 어학 특기자 전형을 의미
* 표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와 관련해, 사교육을 통해 대비 중인 학종 전형요소가 무엇인가를 이어서 조사했더니, 1순위가 고교 내신(학생 93.7%, 학부모 89.3%), 2순위는 수능(학생 34.8%, 학부모 40.1%)이었다.

그런데 이 항목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의아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학종과 관련한 사교육 항목으로 꼽히는 비교과 활동, 면접, 자기소개서, 입시 컨설팅 등 비교과 관련 항목은 각 5~10% 미만으로 학생의 경우 5% 이하 수준으로 대단히 낮았고, 학부모의 경우도 10% 이하에 불과했다.

반면, '고교 내신'이 학생 93.7%, 학부모 89.3%의 응답률을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수능'이 학생 34.8%, 학부모 40.1%로 2위를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교육 참여율 1위인 '고교 내신'은 학생부교과전형의 전형요소이고, 2위인 '수능'은 정시 전형요소이다. 결국 조사 대상자들은 학생부교과와 정시 중심으로 사교육을 받고 있으면서도 학종이 가장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이라고 생각하는 이율배반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응답자별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요소

   
 * 사진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물론 학종에서도 사실상 고교 내신과 수능이 전형에 필요한 요소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과 내신이 몇 등급이냐의 문제는 실제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요소이고, 학종에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 대학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종은 학생부교과처럼 고교 내신이 당락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며, 수능의 경우 최상위권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학종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들이 많다는 사실을 모른 척해선 안 된다.

또한, 사교육걱정이 제시한 사교육 항목 중 많은 수가 학종 전형요소에 들어간다. 따라서 사교육 유발 전형 조사 결과는 당연히 학종이 1위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고교생의 91.3%가 다니는 일반고 학생의 비중이 61.3%밖에 되지 않고, 8.6%에 불과한 특목고·자사고 등의 비중이 38.7%나 돼 조사 결과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많은 답변자들이 이들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한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조사 학생이 고2 학생으로 선정된 것도 결과의 정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 고2 학생의 경우 자신이 지원할 대입전형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고, 이들은 학종 등 전형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 호서대학교 입학처 http://goo.gl/gd3a2b


이번 사교육걱정의 대입전형 인식 실태 조사는 조사 자체가 가진 문제와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학종에 대한 유의미한 문제제기를 해주고 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은 학생부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학종의 존재 의의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학종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내신 성적을 올리려고 사교육에 기대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고교의 학생 평가를 지필고사 중심에서 수업 과정 안에서의 성취 평가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모든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중위권 이상의 학생들이 다수 진학하는 지방 거점대학 중 많은 수가 여전히 수능 최저를 두고 있어, 지방 고교의 교육과정 개선이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방 거점대학이 학종에서 수능 최저를 폐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이다. 이와 관련해 충남대가 2018학년도부터 의학계열과 사범대를 제외한 전 영역에서 수능 최저를 폐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이런 변화를 통해 학종이 학종 본연의 성격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면, 학종이 사교육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이라는 세간의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힐 것으로 보인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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