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기록, 학생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필수

   
▲ 세계 고교생 토론대회에서 의견을 펼치는 학생들 [사진 제공=부산교육청]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대입의 핵심적인 통로로 주목받게 되면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 고등학교들은 수시 체계로 교육과정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교과활동이 강조되면서 경시대회, 동아리, 봉사활동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비교과활동 준비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패턴화’되고 있어 오히려 이로 인한 비교과의 변별력 하락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비교과가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레 학생의 교과 성적이 합불을 가르는 상황을 초래하고, 이는 학종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비교과활동 말고 수업과 연계된 교과활동 필요
이와 관련해 4월 12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학생부전형의 성과와 고교 현장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남양주 판곡고 조만기 교사가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후 고교 수업의 변화’에 대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김세연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 판곡고등학교 조만기 교사

조만기 교사는 “학종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가 무조건 비교과활동을 많이 하면 진학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아리나 봉사, 체험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학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종의 핵심은 학교생활의 중심인 ‘수업’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과가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학교 교육의 근간은 수업이기 때문에 모든 활동이 수업을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 없는 비교과활동을 지양하고, 교과 수업과  연계된 활동 중심으로 다양한 학교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학업 관리는 물론 학종 대비에도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화학 분야에 관심이 있어 화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동아리활동으로 동네 벽화 그리기에 참가하는 것보다 과학 시간에 조별학습을 통해 배운 화학 지식을 심도 있게 연구해 이를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이 수업 평가와 학종 진학 양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학종 평가의 핵심은 ‘수업’ 참여도와 변화과정
학종에서 말하는 ‘수업’은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말하는 ‘수업’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조 교사의 설명이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말 그대로 수업을 성실히 듣고 성적을 잘 받아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해온 학생이 유리하다. 점수 위주의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과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학종에서의 수업은 점수 결과보다 ‘이 점수가 어떤 활동에서 어떤 과정으로 나타났는가’를 주목한다. 학생의 수업 참여도, 수업을 통한 학생의 변화과정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강의식 수업과 학생의 활동이 적절히 배분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의 성장과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항목이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다. 세특에서는 단순하게 수치화된 교과 성적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의 학업능력, 열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대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 참여도 및 태도 등을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해야 하며,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교사와 소통하며 세특에 기재되는 내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학생부 기록에 학생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필수
수시 체제로 전환한 학교 중에서도 선도적 위치의 학교들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나 성장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학생 참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언어적 상호작용에 의한 의견 교환 및 문제해결능력을 엿볼 수 있는 ‘토론수업’이나 ‘발표수업’이 있고, 하나의 테마에 대해 학습자가 스스로 계획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젝트 학습’이 있다.

과학 과목의 경우에는 이론을 실제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실험 실습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이론을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거꾸로 교실’이나 교사가 직접 만든 PPT를 활용해 이해도를 높이는 ‘PPT 수업' 등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실시되고 있다.

조 교사는 “학생부의 기록이 ‘무엇을 했느냐’라는 교사 중심의 고민에서 벗어나 ‘어떻게 했느냐’라는 학생 중심의 고민으로 이동하면서, 학생부를 기재하는 방법에도 환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평가기록을 통한 학교생활의 종합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희대에서 실시한 ‘학생참여형 교과활동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유형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학생부 기재방식은 대상에 따라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과 학생 개인에 대한 기록으로 나뉘고, 기술방식에 따라 객관적 사실기술과 주관적 평가기술로 구분된다.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은 평가 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학생 개인의 모습에 대해 기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에 대한 기재는 객관적 사실기술과 주관적 평가기술로 나뉘는데, 여기서 가장 좋은 조합은 학생 개인의 모습을 평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학생 개인의 모습을 객관적 사실만 기술하는 것보다 평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대학에서 가치판단을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주관적 평가기록이 너무 많아지면 기록에 대한 교사의 부담이 가중돼 의미 없는 미사여구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관적 평가는 최소한으로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

   
*자료 출처=경희대학교 2016년 학생부 기재 유형 분석 연구보고서


객관적 사실을 기록한 학생부 VS 주관적 평가를 기록한 학생부
그렇다면 객관적 사실이 기술된 학생부와 주관적 평가가 기술된 학생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학생 개인의 모습을 객관적 사실로 기술한 학교생활기록부의 예를 살펴보자.
 

독서와 문법II
‘진로 관련 책 읽고 말하기’ 활동에서 가장 첫 번째 순서를 지원함. CNN 앵커 Anderson Hays Cooper의 저서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를 읽고 보조 자료를 만들어 발표함.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여론과 기자의 역할에 대한 논란을 다룬 보도를 소개함.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하는 정치부 기자 또는 재난 관련 소식을 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힘.

*자료 출처=학생부전형의 성과와 고교 현장의 변화 심포지엄
 

   
 

위의 예시문을 보면 학생의 활동에 대해 ‘첫 번째 순서를 지원함’, ‘자료를 만들어 발표함’, ‘보도를 소개함’, ‘포부를 밝힘’ 등과 같이 사실적으로 관찰한 내용을 기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해당 활동을 통해 학생이 어떤 성장을 했는가를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기재된 내용을 통해 어떤 학생인지를 유추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교사의 주관적 평가가 적절히 기재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의 활동에 대한 객관적 사실만을 기재한 학생부는 학생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학생 개인의 모습을 평가적으로 기술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살펴보자.

생명과학II
주어진 질문이나 문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며 이에 대해 논리 정연한 답을 작성함. 생물학의 특징인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고 있으며, 뇌 과학에 대한 흥미가 매우 높아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스스로 자료를 찾아 봄. 정기고사 서답형 문항에 대해 학년에서 가장 우수한 답안을 작성함. 허쉬와 체이스의 실험에서 DNA는 P로, 단백질은 S로 표기하는 이유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DNA와 단백질의 구성 성분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함.

*자료 출처=학생부전형의 성과와 고교 현장의 변화 심포지엄


위의 예시문을 보면 ‘논리 정연한 답을 작성함’, ‘깊이 있는 공부를 함’ 등과 같이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내용이 적절히 기술돼 있다. 또한 ‘질문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행위에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를 엿볼 수 있도록 평가내용이 기재돼 있어, 단순히 ‘자료를 찾아 봄’이라는 사실만 기재하는 것보다 학생에 대한 대학의 이해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

단, 평가의 내용이 지나치면 오히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에서 학생의 실제 역량이 드러나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의 주관적 평가는 대학의 학생 이해도를 높이는 부분에서 최소한으로만 기재하도록 한다. 학생이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통해 밝힐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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