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난 학생을 이끄는 ‘교육의 생명력’을 목격하다!

   
▲ 한양대학교 캠퍼스 <에듀진DB>

카페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김지영(가명) 학생은 경기지역의 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웃음 많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지영이는 자신을 고1때까지만 해도 속된 표현으로 ‘교실에서 자빠져 자는 학생’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2학년에 들어서자 갑자기 180도 달라져서 수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영이는 자신의 중학교 시절에 대해 “전 진로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어요. 다만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꾸미는 걸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고데기로 친구들 머리 해주기도 하고, 화장도 했죠. 그리고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지영이는 공부 스트레스는 크게 받지 않았지만 정작 학교에서 힘들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제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나쁜 짓을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근데 어른들은 성적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웃음) 딱히 선생님들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고, 저도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못 느끼니까 학교 가는 걸 엄청 싫어했죠. 그러다보니 눈에 안 띄려고 자리를 뒤로 슬금슬금 옮기고, 결국엔 엎드려 자는 거죠. 그냥 저와 선생님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서로 관심 없고 말이에요.”

중학교 때 지영이의 장래희망은 ‘헤어 디자이너’, ‘네일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장래희망에 대해 “그냥 제가 꾸미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딱 이거다! 라는 것은 없었고 꾸미는 직업 중에 제가 아는 것, 그리고 할 만하다 생각하는 것 여러 가지를 오갔죠.”라고 밝혔다.

우연히 찾아온 ‘진짜 진로’와 포기하지 않는 것을 가르친 교사
그러던 지영학생에게 고1이 끝나갈 무렵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본 다큐멘터리 한 편이 지영학생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큰 화상을 입어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상처받은 여성 환자에게 성형 수술로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지영학생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감동을 받고, 성형외과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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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형외과 의사가 되려고 하니 큰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가야하는데 지금까지 적당한 공부만 해온 지영학생은 최상위권 학생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적의 학생들에게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지영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평소 어렵기만 했던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이렇게 큰 죄책감으로 돌아올 줄 몰랐어요. 그래서 낙담하다가 어렵게 선생님을 찾았죠. 상담은 거의 2시간정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가고 싶은 대학에 비해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제가 이제야 ‘이거다!’라고 생각한 꿈을 벌써 포기하기도 싫었으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이 ‘포기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보이지 않았던 길이 안개가 싹 걷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가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했죠.”

자빠져 자던 학생’에서 ‘학교가 즐거운 학생’으로
현재 지영이는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데 1학년 때 까지만 해도 6~7등급을 오가던 내신 성적은 현재 3~4등급으로 급상승했고, 2학기에는 1~2등급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영학생은 이에 대해 “지금도 어떤 어른들이나 친구들은 제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해요. 하지만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원은 아직 생각이 없어요. 학원을 다니면 그만큼 학교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무엇보다 학교 선생님들이 제게 주목해주시기 시작하니까 학교가 즐겁고, 공부가 재밌어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또한, “만약 이번에 안 돼서 재수를 한다면 학원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벌써 부모님께 그런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일단 지금 저는 고등학생이니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죠.”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모의고사 성적도 내신 성적에 따라 조금씩 상승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학교생활 태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항상 맨 뒷자리에 앉아 잠만 자던 학생이 이제 가장 앞자리에서 눈을 빛내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된 것이다.

“목표가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나니 수업에 집중이 되더라고요. 이걸 해야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집중하다보니 신기하게 수업이 재밌는 거예요. 선생님과 눈 맞추고, 이야기하고, 선생님이 저를 알아보는 그것들이 모두 신나고 즐거워요.”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고, 그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힘은 교사로부터 나온다. ‘자빠져 자던 학생’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진로 탐색’과, 그것이 다소 무리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을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큰 생명력을 지닌 학교의 교육인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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