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회피하는‘방관자 효과’와‘착한 사마리아인 법’

   
▲ 하지만 방관자 효과 현상을 방치하다 보면 단순 개인주의를 넘어서 지나친 이기주의로까지 번질 수 있어, 유럽을 포함한 다수 국가들은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꺄악~!!!’
1964년 미국의 한 주택가,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잔잔한 새벽 공기를 갈랐다. 비명의 주인공은 28살의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로 일을 마친 뒤 귀가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 의해 흉기에 찔리고 만다.

애처로운 그녀의 구조요청 소리에 근처에 있던 아파트 불이 하나 둘씩 켜졌고, 3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목격했지만, 이 중 경찰에 신고를 한 사람은 단 한 명 불과했다. 뒤늦게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뒤였다. 35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키티 제노비스는 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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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 존 달리와 밥 라테인은 이 사건을 목격한 38명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내용은 대화 도중 상대방이 갑자기 쓰러졌을 경우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람들을 각각 다른 방에 넣어 헤드폰과 마이크로 토론을 진행하게 했는데, 1:1로 토론을 하는 경우에는 85%의 학생들이 방에서 뛰쳐나와 상대방이 쓰러졌음을 알렸지만 4:1 토론을 진행할 때는 62%만이, 7:1로 진행할 때는 단 31%만이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 상황을 알리지 않았던 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그들은 대부분 “나 이외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생각해 움직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삭막한 사회를 만드는 ‘방관자 효과’
사건 이후 심리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방관자 효과’, 또는 사건의 이름을 붙여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정의했다.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방관자 효과의 사례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관심이 환자를 차가운 병원 바닥에서 숨지게 하다
미국의 킹스 카운티 병원 응급 대기실에서 한 40대 여성 환자가 바닥에 쓰러진 뒤 경련을 일으켜 몸부림을 치다 결국 사망했다. 해당 여성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병원 응급 대기실 바닥에서 30분 동안이나 경련을 일으켰지만 당시 함께 대기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경비원과 병원의 일부 스태프들까지 쓰러져있는 그녀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고, 한참 경련을 일으키던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을 때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 후, 한 병원 직원이 다가와 그녀를 발로 건드렸고, 반응이 없자 그제야 응급팀이 호출됐다. 쓰러진 그녀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은 병눵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됐고, 이후 세상에 알려져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된다.

한편 1928년에는 이와 비슷한 일로 인한 소송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의 한 부둣가에서 산책 중 실수로 바다에 빠진 남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젊은이는 이를 무시했다. 남자는 결국 사망했고, 사망한 남자의 유가족들은 젊은 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으나 법률 상 구조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아 소송은 기각됐다.

‘방관자 효과’,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해결?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 매정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방관자 효과’.

방관자 효과 현상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개인주의자들의 심리는 괜히 사건에 휘말렸다가 골치 아파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어차피 경찰이나 범죄 전문가 등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관자 효과 현상을 방치하다 보면 단순 개인주의를 넘어서 지나친 이기주의로까지 번질 수 있어, 유럽을 포함한 다수 국가들은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했다.

강도를 만나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한 성서 속 착한 사마리아 인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이다. 프랑스의 경우, 자신에게 특별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고의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해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구금 및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도 구조를 거부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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