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 지원사업비 받고도, 2년 연속 교과서 밖에서 대학별고사 출제

   
▲ 연세대학교 교정 [사진=연세대]


연세대학교가 정원감축 처벌을 받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 12월 27일 연세대에 2019학년도 모집 정원을 35명 감축할 것을 최종 통보했다고 1월 14일 밝혔다. 울산대에도 역시 같은 이유로 모집 정원을 2명 감축하라는 통보가 내려졌다. 

지난 2016, 2017학년도 대입 논술·구술고사에서 2년 연속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해 공교육정상화법의 선행교육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교육부 행정처분위원회는 지난 11월 연세대 서울캠과 연세대 원주캠에 모집정원의 5%를, 울산대는 3%를 모집정지하라는 사전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학별로 감축이 예정된 정원은 연세대 서울캠 34명, 연세대 원주캠 1명, 울산대 2명이다. 대학이 대학별고사에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해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는 “고교 교육과정 밖 내용을 규정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려 정당하지 않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교육부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2일 “문제 수준과 범위가 교육과정에 준하지 않는다”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세대 서울캠은 법을 위반한 자연·과학공학인재·융합과학공학 계열의 20119학년도 모집정원을 34명 감축해야 한다. 이들 계열의 2017학년도 총 모집정원은 687명이었다. 연세대 원주캠 의예과는 2017학년도 모집정원인 28명의 5%인 1명을 감축한다. 울산대 이과계열의 경우 2017학년도 모집정원인 82명의 3%인 2명을 감축하게 됐다.

연세대 서울, 연세대 원주, 울산대, 2년 연속 선행학습 금지법 어겨

   
▲ <엄마 잔소리 필요 없는 공신 학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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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16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서 선행교육규제법을 위반한 대학이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서울캠, 연세대 원주캠, 울산대, 한국한공대, 한양대 에리카캠 등 총 12곳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7학년도에는 이번에 처벌을 받게 된 연세대 서울캠, 연세대 원주캠, 울산대 등 세 곳 외에 건양대, 상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한라대, DGIST, GIST 등 8곳이 선행교육규제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연세대는 2016학년도 대입 자연계 논술고사에서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52%를 출제했고, 2017학년도 자연계 논술고사에서는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37.5%를 출제했다. 고교 교과 밖 출제 비율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대학별고사 믄제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는가 여부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교에서 대학별고사를 준비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각 대학의 대학별고사 문제는 첫째,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지켰는가 둘째, 문제가 대학 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은가 셋째, 학교 수업으로 대비할 수 있는가 넷째, 문항 형태가 정답을 요구하는 기존 본고사의 형태는 아닌가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사교육걱정의 분석에 따르면, 연세대의 2017 자연계 논술고사 문제 중 33.3%가 학교에서 대비할 수 없는 문제로 판정됐다. 학교에서 대비한다는 의미는 정규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 과정에 편성된 자연계 논술고사 및 서울대 구술고사 특별대비반을 포함한 것이다.

더구나 일선 고교에서 특별대비반을 운영하는 데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논술 및 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대부분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이기 때문에, 특별대비반이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해 개설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선 학교의 특별대비반 운영은 교육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거기다 일선 고교에서 현재의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과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법 준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결국 대학별고사를 치를 대학이 반드시 고교 정규 교육과정만으로 대비가 가능한 문제를 출제해야 선행학습을 없애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행학습 유발하는 연세대에 ‘고교교육 기여자금’ 지원한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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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2017학년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연세대가 선정된 사실이 다시금 교육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의 취지는 고교 교육과정이 대학 입시로 인해 수능 과목 중심의 지식암기 교육에 종속되지 않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대학의 입학전형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교육부는 2016학년도 논술전형에서 연세대가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했는데도 1차 사업 평가에서 탈락한 연세대를 2차 평가에서 부활시키고, 1차 선정 대학들의 평균지원액인 8.6억 원보다 많은 8.84억 원을 지원한 것이다.

교육부는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대학에는 평가 시 최대 10점을 감점할 수 있어, 연세대는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1차 평가 때 선정된 대학들의 평균지원액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받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교육계의 분위기다.

더구나 연세대는 공교육 정상화 취지에 역행하는 특기자전형 비율이 2017학년도 33.7%, 2018학년도 33%, 2019학년도 29%로 가장 높은 대학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은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지원액을 결정하는 기준과 방식이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철퇴 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힘센 대학 봐주기?
한편, 이번 정원감축 처벌을 두고서도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철퇴를 가지고도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교육정상화법은 모집정지 처분 인원을 모집정원의 10% 이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대로 한다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정원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 사안을 심사한 위원들이 올해가 첫 처분인 만큼 과하게 처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이번에 처벌을 받은 대학들이 이후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경우 가중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지역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교육정상화법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선행교육 규제법을 2년 연속으로 위반한 연세대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대학으로 선정하는 순간 순수한 의미를 잃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교육계는 정부가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지원액을 결정하는 기준과 방식에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영향력 있는 대학에만 봐주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가 정한 선행학습 영향평가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처럼 논술고사로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교과 지식을 묻는 대학별고사까지 확대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선행학습을 규제하고 사교육 확대를 막아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연세대 사례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고교 교육 정상화를 해치는 대학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엄벌이,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대학들에는 그에 합당한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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