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입정책포럼,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 도입 요구도 쇄도

   
▲ 한양대 자연계 논술고사장 [사진 제공=한양대]

8월에 있을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 확정 발표를 앞두고, 교육계에서는 수능 외에도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다양한 개선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수시·정시 통합 실시’다.

현행 대입은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을 나누어 실시한다. 수시는 9월부터 시작해 추가합격 등록기간까지 포함 12월 말에야 전형이 끝난다. 정시 기간은 12월 초 수능 성적이 발표된 후 12월 말부터 시작한다. 추가 등록기간까지 더하면 다음해 2월 중순까지 꼬박 대입에 매달려야 한다.

이처럼 대입 전형이 2학기 기간인 9월부터 해를 넘겨서까지 실시됨에 따라 고3 학생들의 2학기 학사과정은 파행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고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전형 기간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수능 후 수시·정시 동시 실시’ 목소리 확산
이와 관련해 교육부 주최로 1월 24일 건국대에서 열린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따로 운영돼 왔던 수시와 정시를 통합실시해 전형 일정을 12월부터 2월까지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 76곳의 입학처장들이 모인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이날 수능개편에 대비한 대입제도 개선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실시하고, 대학이 학생부, 수능, 대학별고사 등을 조합해 자율적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능 절대평가 등급제 도입 시 대학이 운영할 수 있는 전형 유형 4가지를 제시했다. ▲학생부 교과 100% ▲학생부 종합(서류, 면접, 수능최저 등) ▲수능 100% ▲수능+대학별고사(논술, 면접, 실기 등) 등이다.

   
▲ <고1 학부모가 알아야 할 대입 노하우>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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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은 “수능 성적 통지 후인 12월 원서접수를 시작해 2월까지 대입 전형을 통합해 운영하면, 3학년 2학기 교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학종을 중심으로 한 고교 교육의 내실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각 전형유형의 최대 모집인원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고, 수험생의 선택권과 대학의 충원율 등을 고려해 원서 지원횟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시·정시 동시 실시, 교육계 대환영
이처럼 대입 전형 시기 통합안을 학생 선발의 당사자인 대학 측이 제시하고 있어, 교육부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76개 대학 입학처장들로 구성된 단체다.

교육부 역시 수시·정시 동시 실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김경범 입시제도혁신분과장(서울대 교수)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 분과 안에서도 자주 말이 오가고 있다”며 수시·정시 통합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선 고교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일반고의 한 고3 담임교사는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실시하면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고3 학생들은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자소서와 추천서 등 대입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다 2학기가 되면 수시전형을 준비에 매달리느라 수업은 거의 뒷전으로 두고 만다. 더욱이 재학생의 3학년 2학기 성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은 아이들의 수시 준비나 EBS 교재를 푸는 시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 일반고 교사는 “수시 정시를 동시에 실시하면 자신의 수능 성적에 맞춰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며 “논술전형에 지원해 놨다가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아까운 지원 기회를 잃거나, ‘묻지마’ 식 지원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수시와 정시가 함께 실시되면서, 특히 학종 전형이 촉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데, 고3 2학기를 2주 정도 일찍 시작하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t5iQC2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 도입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객관식 문제풀이 중심의 현행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대두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는 비판적 사고능력과 논리력, 표현력 등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글로 명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수능을 객관식 시험과 논술서술형 시험으로 구분해 두 번 실시하는 ‘수능 2회 실시’안이다.

김 처장은 “수능 시험을 객관식 오지선다형인 수능I과 논술·서술형인 수능II로 이원화해, 수능 I은 11월 초, 수능 II는 11월 중순에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 방법으로 국어·사회를 인문계열로, 수학·과학을 자연계열로 통합해 통합논술 방식으로 실시하거나, 과목별로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출제는 국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채점은 수능II를 대학에서 맡을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수능 변별력이 확보돼 동점자 문제가 해결되고, 공통·선택 과목을 도입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논술·서술형 수능을 도입할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답안을 두고 대학 간 채점 결과가 달라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고, 통합사고능력과 고등추론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난도 문항을 출제할 경우 새로운 사교육 유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능을 2회 실시하면서 수능 관리 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대학공동출제 제도를 도입해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관리한다면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사교육 유발 우려에 대해서는 ”논술 학습을 사교육에 기대지 않아도 되려면 우선돼야 할 전제가 고교 교육이 논술·서술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고교 교육에 논술·서술형 교육을 도입하고 난 뒤, 2025학년도 수능 즈음에 논술·서술형 수능II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론에 나선 임병욱 인창고 교감은 “논술서술형 문제가 답안이 200자 이상이 되면 전국에 논술 사교육 광풍이 불 것”이라며 “100~180자 사이로 글자 수 제한을 둘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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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vs 상대평가 입장차 뚜렷
이날 포럼에서는 수능 개편안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논의됐다. 하지만 개편 방향을 두고서는 참가자마다 입장차가 뚜렷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수능 변별력이 무너지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들었다.

김 현 처장은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워져, 대학은 수능에 다른 전형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영근 선문대 입학처장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실시하더라도 대학이 동점자 처리기준을 좀 더 세분화해 선발한다면, 굳이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4학년 김재휘 씨는 한 발 더 나아가, 수능을 아예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시험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돼야 하는데, 수능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며, 또한 “의사소통 능력, 글쓰기 능력, 통섭적 문제해결 능력 등 수능 공부로는 채울 수 없는 능력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학종은 가장 공정한 전형” 
한편, 수능전형 자체를 축소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교육연구원 황현정 연구위원은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그나마 공정한 전형이라고 꼽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전했다. 

황 연구위원은  “컨설팅 업체가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컨설팅할 수는 있지만, 그 컨설팅 내용대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학생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학종에서는 학생의 자발적인 의지와 행동이 수반돼야 하고, 이에 따라 사교육 영향력은 말 그대로 ‘컨설팅 수준’에만 그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사회는 변화하면 교육제도도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풀이 중심의 수능 제도를 공고히 하자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는 기성세대들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2차 포럼에 이어 2월 8일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3차 포럼을 개최한다. 2월말에는 4차 포럼을 진행하며, 4차 포럼까지 나온 논의들을 반영해 대입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입 개편안은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가 만들고 국가교육회의가 최종 확정한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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