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대요"

   
 

2013년 7월 12일, 모의고사 1교시 국어 영역이 끝나자 시험을 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모두 눈물바다가 됐어요. 이들을 눈물짓게 만든 것은 43~45번 시험 문제로 등장한 짤막한 제시문 하나였는데요. 글을 읽은 학생들은 ‘이 문제가 마지막에 나와서 다행이다’, ‘수능에 나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번 풀고 지나칠 수 있는 짧은 제시문 하나가 수험생의 감성을 자극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도록 했던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기사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두를 울린 이 작품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함께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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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톡톡> 7월호에 수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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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보면 눈앞에 영상이 펼쳐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MBC에서 방영된 4부작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방송 당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과 작품상을 받았어요. 2017년에는 tvN에서 다시 한 번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요. 4부작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인 4회에서는 6.2%라는 시청률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종영했습니다.

이 외에도 원작을 바탕으로 한 소설책과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나 연극, 영화처럼 무대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 작품은 ‘극문학’이라고 해요. 글로 만들어진 대본 즉, ‘시나리오’가 이에 해당합니다. 시나리오에는 대사와 지시문으로 영상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듯 표현돼 있답니다.

시나리오의 구성
시나리오는 크게 등장인물끼리 주고받는 말인 ‘대사’와 등장인물의 몸짓이나 말투, 장치나 분위기 등을 나타내 주는 ‘지문’으로 구성돼 있어요. 그리고 같은 장소와 시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장면별로 나눠놓아요.


대사: 영화나 연극 등에서 출연자들이 주고받는 대화예요. 대사는 작품의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이고 명료하게 이해시키는 유력한 수단입니다.

지문(地文): 인물이 어떤 동작이나 표정, 말투 등으로 대사를 해야 하는지 설정해주거나 장면이나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할 때가 있어요. 지문은 대사의 앞이나 뒤 괄호 안에 넣어 대사의 내용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 줍니다.

장면 번호: 대본을 쓸 때 촬영이나 편집을 쉽게 하기 위해 각 장면에 붙이는 숫자입니다. 간단하게 ‘S#(신 넘버, Scene Number)’로 표기합니다.

이 외에도 ‘E.(effect) : 효과음’, ‘NAR.(Narration) : 화면 밖에서 들리는 소리. 내래이션’, ‘C.U.(Close Up) : 어떤 대상이나 인물을 화면에 두드러지게 확대하는 클로즈 업’ 등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줄거리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엄마(인희)는 근래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약이라도 지어먹기 위해 겨우 시간을 내서 병원을 간다. 하지만 검사 결과 자궁암 말기였다. 이미 온몸에 암이 퍼져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술을 했지만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뿐이다. 이 사실을 접한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다. 무뚝뚝한 남편(정철), 직장 일에만 몰두하는 딸(연수), 대학 입시를 망치고 방황하는 아들(정수)은 뒤늦게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고 엄마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 
 


시나리오 읽기

S# 51. 화장실 안

엄마, 할머니(변기 위에 앉아 있고)에게 새 속옷을 갈아입혀 주고 있다. 윗옷까지 마저 다 갈아입혀 주고.

엄마 (할머니 눈을 보며, 맘 아픈 걸 참고) 좋아요?

할머니 …….

엄마 (쪼그려 앉으며) 개운하지?

할머니 (엄마의 눈을 보고 있다. 정신이 들어왔는지 엄마 맘을 알 것 같다.)

엄마 (눈물을 참고, 대견해 하며) 이렇게 입으니까 꼭 새색시같네.

(할머니 손을 잡고, 차마 못 보고) 어머니, 나 먼저 가 있을게, 빨리 와.

(다시 할머니 눈을 보며) 싸우다 정든다고 나 어머니랑 정 많이 들었네.

친정어머니 먼저 가시고 애들 애비 공부한다고 객지 생활할 때, 애들두 없구, 외롭구 그럴 때도…… 어머닌 내 옆에 있었는데……

나 밉다고 해도 가끔 나한테 당신이 좋아하시는 거 아꼈다가 주곤 하셨는데…… 어머니, 이젠 기억 하나두 안 나지?

 

   


연수(E) 엄마?

할머니 (갑자기 버럭, 밖에 대고) 저리 가, 이년아!

엄마 (놀라, 할머니를 보고 정신이 드는가 싶어 눈물이 난다.) ……어머니, 아까 미안해요. 내 맘 알죠?

할머니 (눈물이 나는 걸 참고) …….

엄마 (손을 잡고, 울며) 이런 말 하는 거 아닌데…… 정신 드실 때 혀라도 깨물어,

나 따라와요. 아범이랑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기다릴게. (손을 잡아 얼굴에 대며 울 고) 아이고, 어머니…….

 
S# 67. 차 안

엄마 (장난처럼, 밝게) 정수야, 나 누구야?

정수 (고개를 들고 눈을 부릅떠 눈물을 참고, 아이처럼) 엄마.

엄마 한 번만 더 불러 봐.

정수 (목이 메어) 엄……마.

엄마 (눈가가 그렁해) 정수야, 너…… 다 잊어버려두,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버려두…… 니가 이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건 잊으면 안 돼.

 

   


정수 (힘들게 끄덕이고)

엄마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서, 정수 손에 쥐어 주고) 이거, 니 마누라 줘.


S# 73. 침실

조금은 어두운, 그러나 따뜻해 보이는. 엄마, 정철, 조금은 낯설고 멋쩍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엄마 당신은…… 나 없이두 괜찮지?

정철 (보면)

엄마 잔소리도 안 하고 좋지, 뭐.

정철 (고개 돌리며) 싫어.

엄마 나…… 보고 싶을 거는 같애?
 

   


정철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언제? 어느 때?

정철 ……다.

엄마 다 언제?

정철 아침에 출근할려고 넥타이 맬 때.

엄마 (안타까운 맘. 보며) ……또?

정철 (고개를 돌려, 눈물을 참으며) 맛없는 된장국 먹을 때.

엄마 또?

정철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

엄마 또?

정철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잘 때, 잠 깰 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 어머니 망령 부릴 때, 연수 시집갈 때, 정수 대학 갈 때, 그놈 졸업할 때, 설날 지짐이 할 때, 추석날 송편 빚을 때, 아플 때, 외로울 때.

엄마 (눈물이 그렁해, 괜히 옷섶만 만지며 둘레를 두리번거리며)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눈물이 주룩 흐르고)

정철 (엄마를 안고, 눈물 흘리고)

엄마 (울며 웃으며) 여보, 나 이쁘면 뽀뽀나 한번 해 줘라.

정철 (엄마 얼굴을 손으로 안고, 입을 맞춰 주고)

두 사람, 다시 안고 울고.

정철 고마웠다.

 
S# 74.

1. 정원에서 돌 고르는 행복한 얼굴을 한 엄마와 정철.

2. 화장실에서 정철에게 등목을 해 주는 엄마.

3. 서로 밥을 먹여 주는 엄마와 정철.

4. 거실 소파에서 엄마, 정철 무릎에 누워 있다. 정철, 재미난 책을 읽어 주고,
 

   


엄마는 재미있는지 환하게 웃고.


S# 76. 침실 

침실 가득 밝은 햇살이 들어오고, 엄마는 정철의 팔에 안겨 깊은 잠이 들어 있다. 정철은 물기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안고 있다.

정철 (엄마의 죽음을 느낀다, 엄마를 보지 않고) 여보.
 

   


엄마 …….

정철 여보…….

엄마 …….

정철 인희야.

그러나 엄마는 대답 없고,

정철, 이를 앙다물고 우는데, 눈물 뚝 떨어져 엄마의 뺨 위로 흐른다.

엄마, 너무도 편안하게 깊이 잠들어 있고, 그런 두 사람 보여 주며 카메라 멀어진다.


여러분, 읽어보니 어떤가요? 영원히 가족과 함께할 것만 같은 엄마가 이 세상에 안 계신다고 생각했을 때 슬프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이러한 이별은 누구든, 언제든 꼭 겪기 마련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이 가족들은 슬픔과 절망에만 빠져있지 않고 엄마를 위해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엄마를 안심시켜서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이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됐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겪을 때 크나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겠지만 이들처럼 슬픔은 잠시 뒤로하고 이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상대방과 나의 고통은 조금 덜고 보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이랍니다. 오늘 엄마, 아빠에게, 친구들에게 진심을 가득 담은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시나리오 출처 : 서울교육청
*사진 출처 : tving
*에듀진 기사 원문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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