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고전하다 결국 인간이 패해

최초로 인간과 전쟁을 벌인 조류 '에뮤' [사진 출처=unusualinteresting.com]
최초로 인간과 전쟁을 벌인 조류 '에뮤' [사진 출처=unusualinteresting.com]

 

인간이 조류와 전쟁을 벌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1932111일부터 119일까지 8일간 호주 정부는 조류 에뮤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어이없게도 여기서 패했다.

에뮤는 타조와 같이 날지 못하는 큰 새, 평흉류에 속한다. 거칠고 잿빛이 도는 갈색 깃털을 가졌으며, 몸길이 약 1.8m, 몸무게 36~54정도로 크기는 타조보다 조금 작다.

호주 정부가 에뮤와 전쟁을 벌였던 이유는 단지 에뮤가 인간의 농장을 해치고 작물을 파괴했기 때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 군인들은 정부에서 토지를 받아 호주 서부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들은 벌판의 땅을 개간하고 우물을 파는 등, 농장을 더 많이, 효율적으로 짓기 위해 농경지를 계속해서 넓혀나갔다. 그런데 그것이 토착조(?)’ 에뮤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과일이나 작은 동물, 곤충, 풀뿌리나 곡식을 즐겨 먹는 에뮤는 툭하면 정돈된 농경지에 침입해 밀밭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농부는 에뮤를 막기 위해 작은 야생동물용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에뮤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볍게 부수며 농경지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해 9월은 호주에 기록적인 가뭄이 있었다. 식량이 부족했던 에뮤들은 계속해서 농경지를 노렸고, 농부들은 대책 없이 농장으로 밀려드는 에뮤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에뮤의 수가 점점 많아지자 농부들은 관공서 전화에 불이 나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수가 관공서에서 해결할 수준이 아니었다. 에뮤 군단은 약 2만여 마리에 달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 출신 농부들이 직접 해결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해 농부들에게 기관총과 약 1만여 발의 탄약을 지급했고, 군 병력을 파병하는 것을 허락했다.

기관총과 참전 군인이 있으니 에뮤 군단쯤이야 금방 함락될 줄 알았다. 하지만 군인들은 에뮤를 상대로 고전했다.

시속 70~90로 달리는 타조만큼은 아니라도 최대 시속 60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에뮤는 군용 트럭으로 쫓아가기 힘들었다. 게다가 몇 겹의 튼튼한 깃털들이 천연 방탄조끼 역할을 해 총을 여러 발 쏴야 겨우 총알이 피부를 뚫을까 말까였다. 또한 몸통을 제외한 머리와 다리는 가늘어서 총에 잘 맞지도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호주군은 전술의 수정이 필요한 것을 느끼고 당시 고급 무기였던 루이스 경기관총을 설치했지만, 어느 에뮤 한 마리가 경기관총을 설치한 트럭으로 달려와 함께 폭발하는 바람에 장비는 허무하게 무력화 되고 만다.

에뮤 군단은 소규모로 갈라져 곳곳의 농작물을 먹으며 호주군을 농락한다. 게릴라식의 전술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무리 중 가장 키가 크고 검은 깃털이 있는 에뮤는 각 무리를 리드하며 인간을 경계하고 감시하기 시작했다.

 

호주 신문에도 대서특필 된 에뮤 전쟁 [사진 출처=10daily.com.au]
호주 신문에도 대서특필 된 에뮤 전쟁 [사진 출처=10daily.com.au]


한 무리의 에뮤가 인간의 공격을 받으면 다른 무리의 에뮤들은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밀밭을 공략해 황폐화 했다. 아무리 죽여도 수가 줄지 않고 전술이 점점 더 지능화 되자 호주군은 전의를 잃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는 의회에서 이러한 전쟁 양상에 난색을 표하며 지금껏 계속 이겨 온 에뮤 군단이야말로 훈장을 받아야 한다라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호주군은 백기를 들었다. 호주군 다수와 루이스 경기관총, 탄약 1만 여발, 트럭까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에뮤는 겨우 200~500마리만 죽었다. 호주 정부는 119일 항복을 선언하고 에뮤 군단들이 점령한 땅을 그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인간을 상대로 에뮤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말 못하는 동물을 얕보고 늘 강자의 위치에 있다고 착각했던 오만한 인간의 패배였다.


*사진 설명: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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