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에도 국보급 그림이? 지폐 속 '한국화' 이야기
내 지갑에도 국보급 그림이? 지폐 속 '한국화' 이야기
  • 한승은 기자
  • 승인 2019.07.08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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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초상에 가려진 지폐 속 국보급 그림들

화폐는 나라의 얼굴이며 국민정서와 문화수준을 나타낸다. 때문에 문화와 전통 등 국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도안으로 디자인 된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각 금액을 대표해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등 한국의 위인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인물로만 기억되기엔 아쉬울 정도로 우리 지폐의 가치는 매우 높다. 지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물 초상에 가려진 국보급 그림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그림은 모두 해당 인물과 관련돼 있다.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우리 조상의 훌륭한 명작 들이 지갑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내 지갑 속, 국보급 그림들의 가치와 숨은 이야기를 만나보자.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4월호 p.58에 6p 분량으로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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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 권, 정선 <계상정거도>

▲ 정선 <계상정거도>, 삼성미술관 소장 [출처=네이버 포스트]

한국 회화 역사를 새롭게 쓴 정선
퇴계 이황 선생과 함께 1천원 권을 대표하는 그림이 있다. 바로 한국 회화 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알려진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그것이다.

<계상정거도>는 16면으로 구성된 ‘퇴우이선생진적첩’이라는 겸재의 서화첩에 수록된 작품으로 1975년 보물로 지정됐다. 

작품을 그린 정선이 위대한 화가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그가 창안한 ‘진경산수화’라는 화법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산수화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한 없이 솟아오르는 장엄한 산의 모습과 구름을 상상과 느낌에 의존해 표현한 관념산수화였으나, 정선은 우리나라에 실존하는 진짜 풍경을 산수화에 담았다.

지폐 속 암자에 퇴계가 앉아 있다?
퇴계 이황과 <계상정거도>의 연결고리

퇴계 이황은 1천원 권 앞면에는 초상화로, 뒷면에는 풍경 속 인물로 등장한다. 

<계상정거도>는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물렀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다.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인 배산임수의 풍경 속에 작은 암자가 자리하고 있고, 그 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퇴계 선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경매에 출품된 이 작품은 무려 34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되기도 했다. 

5천원 권, 신사임당 <초충도>

▲ 신사임당 <초충도>, 오죽헌시립박물관 소장    [출처=premium.chosun.com]

율곡 이이를 지켜주는 어머니의 그림
5천원 권 안에는 두 모자(母子)가 공존한다. 앞면에는 율곡 이이, 뒷면에는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수박과 들쥐, 가지와 방아깨비, 오이와 개구리, 양귀비와 도마뱀 등을 그린 8장의 그림으로 이 중 5천원 권에는 수박과 맨드라미가 사용됐다. 

닭도 착각하게 만든 사임당의 섬세한 표현력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현존하는 초충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림의 중앙을 중심으로 각종 풀벌레가 상하좌우에 배치된 안정된 구도를 보인다.

특히 음영을 잘 살린 채색과 섬세한 묘사 등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 신사임당의 이런 섬세한 표현력은 그림 안의 곤충을 살아 있는 생물로 착각한 닭이 다가와 종이를 쪼았다는 재미있는 일화로도 전해진다.

1만원 권 <일월오봉도>

▲ 일월오봉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왕실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왕권의 상징과 더불어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동시에 염원하고 있다.

사극이나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듯, 궁궐 정전의 어좌 뒤에는 반드시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병풍이 놓여있었다. 임금의 내실에도, 옥외 행사 때에도 심지어는 죽은 뒤 혼백을 모시는 곳에 조차 늘 그림자처럼 함께였다. 

그런 이유로 ‘일월오봉도’는 다른 화폐들과는 달리 세종대왕과 함께 앞면에 자리해 있다. 왕과 함께여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지닌 그림으로 완성된다는 뜻에서다. 

당대 최고 도화서 화원들이 모여 그린 명화 중의 명화!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넘실거리는 파도, 한 쌍의 폭포, 그리고 네 그루의 소나무 등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돼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현재 경복궁을 비롯한 각 궁궐의 정전 어좌 뒤, 그리고 국립고궁박물관에 20개 정도가 남아있다. 당대 최고의 화가라 불리는 도화서 화원들의 회화적 역량이 집약돼 정교하고 인상적이며 화려하고도 그 품격이 높다.

명화란 반드시 특정 화가의 개성적인 화풍이 드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명이 완성해낸 작품 <일월오봉도>는 어떤 명화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국보급 그림임이 분명하다. 

5만원 권, 어몽룡 <월매도>, 이정 <풍죽도>

▲ 어몽룡 <월매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출처=wikipedia]

한국 지폐의 품격을 높인 <월매도>
<월매도>는 이름 그대로 달과 매화를 그린 작품이다.

매화 그리기의 달인으로 유명한 어몽룡의 매화도가 특별한 이유는 꺾인 가지를 그려냈던 기존의 매화 그림들과는 달리, 곧게 뻗은 가지를 표현해 매화의 절개와 고고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달빛 아래 은은함을 머금은 매화를 표현하고자 채색은 하지 않고 오롯이 먹 하나만 사용했다.

그의 표현방식은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늘 위로 뻗은 매화 가지의 과감한 터치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당당히 이겨낸 우리민족의 기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우리 지폐의 품격을 한껏 높이고 있다. 

◀ 이정 <풍죽도>, 간송미술관 소장 [출처=yna.co.kr]

조선 제1 묵죽화가의 대표작 <풍죽도>
<풍죽도>는 조선 시대 제1의 묵죽화가로 손꼽히는 탄은 이정의 작품이다. 이정은 세종의 증손자의 아들로 석양군이라는 군호를 받은 왕족 출신이다.

그는 임진왜란에 참전해 오른팔을 크게 다쳤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왼손으로 그리는 연습에 매진했고, 결국 이전보다 더 힘찬 화풍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자의 지조와 절개를 대변하는 ‘대나무’를 소재로 한 <풍죽도>는 선비의 꼿꼿한 기상을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대나무 줄기와 잎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 <나침반> 4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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