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학종 합격하고 나는 떨어진 이유
-'수능은 공정하다'라는 우상 깨야 대입제도와 교육 미래 바로 볼 수 있다

-나보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학종 합격하고 나는 떨어진 이유 | 

9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입시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 달라”고 언급한 뒤 주식 시장에서 수능 대비 전문인 대형 사교육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기 시작했다.

M사의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30% 가까이 폭등했다. 대통령의 대입 제도 재검토 언급이 사실상 수능 정시전형 확대 사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동안 사교육을 조장한다며 뭇매를 맞아왔던 것은 다름 아닌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실상은 학종이 축소되고 수능전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자 수능 사교육업체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많은 이들이 가장 공정한 전형으로 수능 정시전형을 꼽는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수능전형이야말로 불공정한 요소를 너무나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왜 불공정한 전형인지 지금부터 따져보자. 

수능전형은 공정하지 않다 

과연 수능전형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공정한 대입 선발 방식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수능전형이 공정하지 않은 이유로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부모 경제력에 의해 수능 점수가 좌우된다 
수능전형은 선행학습, 반복학습을 한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경제력을 무기로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쉽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부유층에게 매우 유리한 전형이다. 수능전형의 성격 자체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수능전형을 공정하다고 말하려면 고교 교과과정을 충실히 밟은 학생이 수능 문제를 모두 맞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부모의 경제력이나 교육환경의 차이로 인해 수능 성적이 좌우되는 불공정성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변별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고가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절대 풀지 못할 킬러 문항이 반드시 출제되고, 그 한두 문제로 인해 등급이 갈린다. 

특히 상위권 학생일수록 킬러 문항을 정복하기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개인과외나 학원 교습을 받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해주지 않고서는 최상위 성적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경제력이 높은 지역일수록 N수생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의 대학진학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19 전국 평균 대학진학률이 76.5%인 데 비해 강남구는 46.5%에 불과하다. N수를 선택한 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 중 많은 수가 최상위권 성적대 학생으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N수를 택한 이들이다. 

사실상 정시 수능전형은 N수생들의 각축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시 수능전형이 확대되면 부유층 중심의 N수생이 더욱 늘어나는 한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천국’이 더욱 위세를 떨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수능전형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둘째, 찍기 실력에 등급이 좌우된다 
현재 수능은 5지선다형 문제가 기본이 되는 시험이다. 따라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도 잘만 찍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모든 문제를 찍어서 맞힐 수는 없다 해도 헷갈리는 몇 문제들을 요령 있게 잘만 찍으면 평소보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결국 잘 찍었는가 못 찍었는가가 등급을 결정하고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두 문제를 찍어서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에 따라 1만 순위 이상 밀리거나 당겨지고 이를 만회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능을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은 고1 때부터 고3 때까지의 학생의 학교생활 전체가 평가 대상이 된다. 따라서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실수를 많이 했다고 해도 다음 시험을 잘 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셋째, 수능성적만으로 학생 역량을 평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입 선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학생이 갖고 있는 실제 역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학생의 역량은 수능 성적이나 내신 성적 등 학업성취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학업역량만 하더라도 성적으로 대표되는 학업성취도 외에 학업태도와 학업의지, 탐구능력 등이 함께 평가돼야 한다. 

학업성취도 외 항목은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알아야만 평가할 수 있는 것들이다.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도 수업시간에는 엎드려 자고 책 한 권 읽지 않으며 관심사에 대한 어떠한 탐구도 없이 3년 내내 학원과 과외를 오가며 수능 공부에만 올인했다면 그 학생을 누가 우수한 학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개천의 용 내는 전형이 '학종'  
학종에서는 수업과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천착해 탐구하며 남을 돕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을 갖고 있는 학생을 찾는다. 바꿔 말하면 학교활동과 수업 참여를 통해 이 같은 역량을 보여주는 학생이라면 고액의 컨설팅 없이도 학종으로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진학하고도 남는다는 말이다. 

학종이 생기기 전까지는 서울대 합격생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던 지방 일반고들이 학종이 도입되자 이 전형으로 매년 서울대 합격생을 내고 있다. 이제는 사라졌다고 하는 ‘개천의 용’이 사실은 학종을 통해 꾸준히 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 학생들은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부모의 경제력이 낮고 교육환경도 좋지 않아 수능전형에서 약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학종이 도입된 후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미래 사회의 인재에게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여러 활동을 통해 성장시킨 지방 학생들은 수능성적 없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고액 컨설팅도 받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을 내주는 전형, 계층 간 사다리가 돼 주는 전형이 다름 아닌 학종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고액 컨설팅을 해줘도 학생이 지도받은 것을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등장하는 고등학생들은 코디네이터에게 관리를 받지만, 코디에게 관리를 받는 자체만으로 학종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학생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여기서 '개인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같은 역량을 가진 ‘금수저’ 학생과 ‘흙수저’ 학생이 있다. 똑같이 학업과 학교생활에 성실히 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가정할 때, 과연 ‘흙수저’ 학생은 어떤 전형에서 불공정함을 느낄까? 학종은 성실히 학교생활을 해나가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대비할 수 있지만, 수능전형에서는 수년간 고액 과외를 받아온 학생을 따라잡을 도리가 없다. 

‘복불복 전형’이나 ‘금수저 전형’은 학종이 아닌 수능전형이다. 학종은 ‘성실 전형’이라고 해야 한다. 또한 학생이 가진 실제 역량 전체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학종이다.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고,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는 수능전형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공정한 전형이다. 

넷째, 문제 난이도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하고, 쉽게 출제되면 하위권 학생들이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위권과 하위권의 성적차가 크게 벌어져 변별력이 높아지고, 반대로 시험이 쉬울수록 상위권과 하위권 차가 줄어들어 변별력이 낮아진다. 매년 치러지는 수능 난이도에 따라 울고 웃는 학생들이 달라진다. 말 그대로 '수능 복불복'이다. 이 같은 복불복 전형이 공정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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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형 수능전형인가, 21세기형 학종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나갈 인재로 성장해야 할 지금의 학생들의 잠재역량을 평가하는 데 수능전형은 대단히 부적합한 도구다. 창의력, 협업능력, 리더십,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인성, 전공적합성 등이 학생 선발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고, 이런 능력들이 진정한 학생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수능을 통해 ‘교과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암기하고 있는가’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려 하고, 그런 평가방식으로 얻은 결과를 공정한 진짜 실력이라고 믿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을 20세기식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반면 학종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내신성적뿐 아니라 창체활동, 독서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등을 함께 보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다면적 평가방식을 쓰고 있다. 그래서 학종을 통해 특정 분야에 대한 우수성을 보여 합격할 수도 있고, 항목별 역량이 고루 우수해서 뽑힐 수도 있다. 

학종에서 나보다 성적 낮은 아이가 합격하고 나는 떨어지는 이유 
개중에는 낮은 성적을 가지고 3배수 또는 5배수를 모집하는 1차에 합격했다가 2차 면접에서 빼어난 전공 적합성을 어필해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을 단지 운이 좋아 합격했다고 깎아내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은 학업성취도가 다른 학생들보다 약간 낮을지라도 학업태도와 학업의지, 탐구능력 등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에서는 매우 우수한 특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높은 학업성취도를 유지하고, 졸업 후 취업률도 다른 전형 학생들보다 높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학종 문제 보완이 필수과제 
물론 학종에도 불공정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슷한 역량을 가진 학생이라도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어떤 교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학생부 기재 내용과 완성도가 달라지는 점이 학종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원인 중 1순위로 꼽힌다. 

학종은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정답자와 오답자를 명확히 가를 수 있는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 태도와 활동내용, 전공적합성, 인성, 리더십 등을 교사의 시각에서 정성적으로 평가해 학생부에 기재하고, 이 학생부를 기준으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부를 잘 써주는 학교와 교사를 만나면 합격하고, 아니면 불합격하는 ‘복불복 전형’이라고 한다.

이처럼 수능과 학종 모두에 불공정성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교육의 방향성이다. 어떤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를 생각하면 정답은 명확해진다. 

암기 능력과 찍기 능력으로 성적이 가려지는 수능으로는 창의적 발상과 유연한 사고가 요구되는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힘들다. 따라서 '공정한 수능'이라는 거짓된 프레임을 깨고 나와, 학종을 기본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함께 학종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찾아 보완하고 해결해 가는 것이 바람직한 입시의 방향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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