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글, 얼마나 알고 있니?

지금부터 톡톡 친구들에게 문제 하나를 내볼게요. 잘 듣고 맞혀 주세요~! 첫째, 이것은 소리를 담고 있는 문자예요. 둘째, 이것은 혀의 위치나 입술 모양 등을 본 따 만들었어요. 셋째,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언어 중 유일하게 전 국민이 쓰고 있어요. 넷째, 만든 시기, 만든 사람, 만든 목적, 만든 원리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어요. 다섯째, 글자 하나가 한 소리만을 가지고 있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정답은 바로바로~ 그렇죠,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봐요. 늘 쓰는 한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못 알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대표적인 논란 중 하나가 한글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는 거예요. 여러분은 답을 알고 있나요? 정답은 잠시 후에 확인할 수 있어요.

내일은 한글날이에요. 573돌을 맞은 한글날을 기념해 사람들에게 오해 받고 있던 한글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합니다. 한글의 숨은 진실을 밝히러 가는 ‘한글원정대’의 여행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진실의 문아, 열려라 얍!

-이 기사는 <톡톡> 10월호 '커버스토리'에 12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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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만 좋아하는 우리 아이, '책'과 놀게 할 수는 없을까? 재밌는 잡지를 읽었더니 두꺼운 책도 술술 읽혀요! 독서능력이 쑥쑥! 다양한 분야에 걸친 흥미로운 기사로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톡톡으로 내 안에 숨은 잠재력을 깨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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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글, 얼마나 알고 있니?

한글을 실제로 만든 사람은 누구?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그런데 왜 이날이 스승의 날이 됐는지 알고 있는 친구들 있나요? 바로 세종대왕의 탄생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이 우리 겨레의 가장 큰 스승이기에 이날을 스승의 날로 삼은 것이죠. 세종대왕을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칭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읽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종대왕이 정말로 한글을 직접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문자를 새로 발명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에요. 부모님께 여쭤보면 십중팔구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을 시켜 만들었다고 하실 거예요. 부모님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한글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만들었다고 배웠거든요.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이 홀로 만든 작품이 맞습니다. 신하들의 반대를 예상하고 첩보작전을 하듯 비밀리에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세종실록>에 등장하는 한글 창제 관련 글을 보면 “이달(1443년 음력 12월)에 ‘임금께서 몸소’ 언문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내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세종이 직접 훈민정음, 즉 한글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이처럼 사료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데도 ‘설마 이 어려운 일을 임금이 혼자 했겠어?’라는 의심 때문에, 예전에는 세종이 한글을 혼자서 만들었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증거는 또 있습니다. 훈민정음을 한문으로 해설한 책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종 서문과 집현전 학자 정인지의 서문 등에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요. 한글 반포를 반대한 최만리 등의 상소문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고요. 세종은 최만리와의 논쟁에서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언어에 무지한 최만리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고 해요. 

훈민정음’ 이름에 이렇게 깊은 뜻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세종이 한글에 붙인 이름이에요. 뜻을 풀어보면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백성을 바른 소리로 가르치겠다는 것인데, 그럼 그전에는 바른 소리가 없었다는 말일까요?

맞아요! 당시 조선 백성은 중국 문자인 한자를 썼어요. 그러나 읽고 쓰기가 너무 어려워 여유 있는 양반이 아니고서는 배우기가 거의 불가능했지요. 백성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글을 몰라 어디에 하소연하기조차 힘들었어요. 이러니 백성들에게는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바른 소리가 필요했던 거죠.

세종의 애민정신은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말과 달라 한문 글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물론 훈민정음이 세상에 나올 때 양반들의 반대는 엄청났어요. 그동안 글을 쓰고 읽는 것은 사실상 양반만이 가진 특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한글이 알려지면 일반 백성들도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돼 자신들의 권력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런 반대에도 세종은 꿋꿋하게 한글을 완성해 반포했어요. 한글이 세상에 알려지자 세종의 바람대로 한문을 모르는 평민과 여성들이 너도 나도 한글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이라고?
세종은 1443년에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었지만 세상에 반포한 것은 1446년 출간한 책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서였어요. 한문으로 쓰인 목판 인쇄물인 <훈민정음>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와 이론 근거를 간단하게 설명한 책이에요. 여기에 집현전 학자들의 본격 해설서인 <해례>가 더해진 것이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해례본(解例本)은 풀이(解)와 보기(例)를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라는 뜻이에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면서 한글도 정식 반포됐기 때문에, 이날이 바로 한글날이 됐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는 ‘예의편’ 또는 ‘정음편’이라고 불러요. <훈민정음>의 본편이죠. 세종이 직접 쓴 서문과, 글자를 쓰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한 본문 등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부는 <훈민정음>에 덧붙여진 ‘해례편’으로 정인지, 박팽년, 성삼문, 최항, 신숙주,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 집현전 학자 8명이 맡아 썼어요. 해례편에는 글자 창제 해설, 초성 중성 종성 글자 해설, 초중종 글자를 합한 글자 해설 등이 실려 있고, 글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예시도 수록돼 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정인지가 쓴 서문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에 와서야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거예요. 그전까지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존재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직접 보지 못했으니 한글 창제의 원리를 그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세종이 변소에 앉아서 문살을 보다가 한글을 만들었다’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양 회자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한글의 창제 원리를 명확히 밝힌 해례본이 500년 만에 발견되면서 이런 논란은 완전히 사그라졌지요.

세계 유일의 문자 창제 설명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그 우수성과 특별함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이 한글이라고 잘못 알고 있어요. 말 그대로 ‘기록’ 유산은 무언가를 기록한 물건이어야 하므로, 글자인 한글은 세계기록유산이 될 수 없겠죠?

한글 창제의 비밀을 밝혀라!

한글은 과학이야! 신기한 한글 창제 원리
한글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글이에요.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소리를 내는 원리와 자연의 형태를 이용해 기본 글자를 만들었거든요. 훈민정음의 기본 자음 ‘ㄱ ㄴ ㅁ ㅅ ㅇ’은 소리를 낼 때의 입 안 발음기관 모양을 본 떠 만든 거예요. 발음기관에 숨이 닿으면서 나는 소리라 해서 자음을 ‘닿소리’라고도 해요.

기본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ㆍ ㅡ ㅣ’에서 따왔어요. 자음과 달리 숨이 발음기관에 닿지 않고 홀로 나는 소리라 해서, 모음을 ‘홀소리’라고도 합니다.

훈민정음 28자를 잘 살펴보면 기본 글자 8개에 획을 더해 28자를 만든 것을 알 수 있어요. 자음은 ㄱ에 -을 더해 ㅋ을 만드는 식으로 ㅋ ㄷ ㅌ ㅂ ㅍ ㅈ ㅊ ㆆ ㅎ을 만들고, 모음은 ㅣ에 ㆍ를 합쳐 ㅏ와 ㅓ를 만드는 식으로 기본 모음 3개를 서로 합쳐서 8개를 더 만들었어요.

한글의 또 다른 특징은 자음과 모음이 각각 한 소리만 난다는 거예요. 영어의 a는 ㅏ ㅓ ㅐ 등 여러 소리가 될 수 있지만 한글은 안 그렇죠. ㅏ는 ㅏ일 뿐 다른 소리가 되지 않아요. ‘sleep’처럼 영어는 글자를 이어 쓰지만 한글은 ‘슬립’처럼 초중종성을 한 글자로 모아써서 읽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어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합칠 때 규칙이 있어요. ‘소’에서 초성 ㅅ을 제자리에 두고 모음 ㅗ만 90도씩 돌리면 ‘소 사 수 서’가 뚝딱 만들어져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훈민정음은 모두 28자라고 했지요. 그런데 현대 한글은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총 24자가 맞잖아요. 그렇다면 네 글자는 어디로 간 걸까요?

사실은 세종이 만들었던 글자 중 4개가 자주 쓰이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거랍니다. 자음에서 ㆆ(여린히읗), ㅿ(반시옷), ㆁ(옛이응)이, 모음에서 ㆍ(아래아)가 사라진 네 글자예요. 이중 ㆍ(아래아)는 가장 오래 쓰이다가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정하면서 폐기했어요. 이때부터 우리 한글은 24자로 굳어지게 됩니다.

‘한글’의 아버지 주시경 조선의 혼 깨운 헐버트

주시경 "한글, 크고 바르고 으뜸가는 글"
한글 하면 세종대왕과 함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일제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국어학을 찬란하게 꽃피운 조선의 언어학자이자 국문학자인 주시경(1876~1914) 선생이에요. 아녀자들이나 쓰는 글이라며 ‘암클’이라는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렸던 우리글에 ‘한글’이라는 어여쁜 우리말 이름을 만들어준 분이죠.

한글에는 ‘크고 바르고 으뜸가는 글’이라는 뜻이 담겨 있답니다. 주시경은 우리 국민이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한글을 써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책 보따리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이 때문에 ‘주보따리’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생겼죠. 그는 한글 맞춤법 등 우리말 문법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서재필 선생을 도와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도 만들었어요.

조선의 혼을 깨우다 ‘호머 헐버트’
주시경에게는 한글 사랑이 그 못지않은 13살 위의 미국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호머 헐버트(1863∼1949). 구한말인 1886년 고종의 요청으로 23살에 조선에 건너온 교육자 겸 선교사입니다.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헐버트는 주시경과 함께 한글을 체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초의 한글 교과서인 지리책 ‘사민필지’를 집필하고, 띄어쓰기를 최초로 도입한 이도 이분입니다. 

헐버트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자신이 먼저 한글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에 몰두했어요. 그때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단 4일 만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거죠. 헐버트는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쉬운 문자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수많은 글과 논문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조선 민족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 애썼어요.

한글이 예술이야~! 국립한글박물관 전시회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에 관한 재미난 전시 두 가지를 준비했어요. 이곳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운 한글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요. 이 전시 외에도 한글도서관, 한글놀이터, 한글배움터 등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으니 꼭 한 번 찾아가 보기로 약속~!

한글의 큰 스승 [전시 기간 | 9월 30일~내년 3월 8일]
국민이 직접 뽑은 ‘한글을 빛낸 큰 스승‘을 만날 기회! 한글의 큰 스승 특별전은 1부 우리말과 글로 나라를 지킨 사람들, 2부 사회적 편견에 맞선 사람들, 3부 새로운 시대를 펼친 사람들을 주제로 꾸며집니다. 관람객이 선정한 한글 지킴이들과 전문가가 추천한 한글의 숨은 조력자들의 활약상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전시 기간 | 9월 9일~내년 2월 2일]
한글의 새로운 변신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글은 세종의 철학과 예술성이 반영된 문자로, 조형적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요. 전시에 참여한 시각, 제품, 패션 분야 22팀의 작가들은 한글의 형태를 재해석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한글과 디자인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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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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