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균 축소’…정시 확대하라는 교육부를 탓하라
‘서울대 지균 축소’…정시 확대하라는 교육부를 탓하라
  • 문영훈 기자
  • 승인 2019.10.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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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약자 살리는 학종 지균, 금수저 살리는 수능 정시 
-찬반 대립 팽팽했던 '대입 공론화' 과정서 정시 확대에 손 들어준 교육부가 문제의 원인
-학종 본산 서울대, 지균 축소 최소화로 기회균등 가치 포기 안 해

서울대가 수시 지균 선발인원을 축소한 것을 두고 최근 국감장에서 서울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 대표 대학이 기회균등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대의 정시 확대 이유를 잘 아는 사람들은 비판의 방향이 완전히 잘못 설정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론화 결과로 ‘대입 정시 30% 이상 선발‘ 방침을 사실상 대학에 강제한 만큼, 날고 긴다는 서울대라고 해도 재정지원의 고삐를 쥐고 있는 교육부의 요구를 거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지균 축소, 교육부가 초래 
서울대는 지난 6월 2022학년도 입학전형 추가 예고 발표 당시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모집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영국 의원(정의당)이 확인한 서울대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선발인원은 전년보다 104명이나 감소한 65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이다.

전체 모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가장 낮은 19.4%였다. 20% 아래로 떨어진 것도 10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2013~2022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모집인원 현황 

* 서울대 자료(2015~20학년도), 서울대 입학 홈페이지(2013~14, 2021~22학년도), 확인 등 재구성 
* 비중은 전체 모집인원(정원내 전형 및 정원외 전형) 대비 지균 선발인원 비중을 말함
* 자료 제공: 여영국 의원실

서울대는 2022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 일반전형을 224명 확대하고, 수시 일반전형과 지균 인원을 각각 127명(7.5%)과 104명(13.8%)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지균의 일반고 합격생 비율이 85%를 넘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지방과 강북의 평범한 일반고 학생들에게 지균이 서울대 합격의 결정적인 희망이 돼 왔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이 사실상 강남으로 대표되는 금수저 계층 N수생들의 텃밭이 된 상황에서, 정시 수능 위주 전형 선발인원을 늘리고 지균 선발인원을 줄이는 것은 교육 정의에 배치되는 일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2015~2019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일반고 합격생 현황

* 서울대 자료 재구성
* 자료 제공: 여영국 의원실

여영국 의원은 “고른기회전형(기회균형선발)이 몇 년째 182명으로 동결된 상황에서 지균이 감원되면 기회균등 장치는 더욱 축소된다”라며 “정시를 확대하려고 일반고를 많이 선발하는 전형을 줄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지역균형선발의 취지는 공정한 기회”라며 “다양한 지역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지균 선발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대에 전형 축소를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학종 본산 서울대, 지균 축소 최소화로 기회균등 가치 살려냈다 
하지만 서울대로서는 이 같은 비판이 상당히 억울한 측면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인원을 확대한 것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교육부가 정시를 확대한 대학에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거액의 예산이 책정돼 있는 사업 참가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 예산이 필요한 대학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울대는 정부의 정시 확대 요구에 ‘기회균등’이라는 지균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응답했다.

서울대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 인원을 선발하며, 전형 방식은 크게 지균과 일반전형으로 나뉜다. 그 중 지방 일반고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은 지균 선발 비율은 전년도보다 3.3%p 줄인 반면, 일반전형은 축소 비율을 더 높여 전년도보다 5.5%p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또한 인기 학과전공인 의예과, 정치외교학부, 경제학부 등은 2021 입시에서 지균 선발인원을 각각 7명, 4명, 5명 늘렸다. 거기다 2022 입시에서는 의예과, 정치외교학부의 지균 선발인원을 전년도보다 3명과 2명 더 늘린다. 

이처럼 수시 인원을 줄이고 수능 중심 정시를 확대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지균 인원 축소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 서울대에, 교육계는 “정부의 압력에 지혜롭게 대응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이런 맥락을 보지 않고 서울대에 정시 확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교육 약자 살리는 학종 지균, 금수저 살리는 수능 정시 
그럼에도 2022년 대입부터 서울대 지균 모집규모 축소는 기정 사실이 됐다. 특히 학종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서울대 합격생을 내지 못하다가 학종 도입 후 서울대 지균을 통해 당당히 합격생을 배출하게 된 지방과 강북 일반고에는 서울대 지균 축소가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한왕근 교육연구소장은 “지난 수 년 동안 강원도 몇몇 지역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 매년 한두 명은 서울대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 등용문이 돼 주는 것이 바로 서울대 지균”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그런데 정부 정시 확대 정책으로 서울대 지균 정원이 100명 줄면 지방과 서울 변두리 100여 개 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사라진다. 서울대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들과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서울대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균 축소는 거액을 들여서 학력을 높일 수 있는 소수 계층에게는 환영할 일이지만, 비율적으로 다수인 평범한 학생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수시 축소, 정시 확대의 근원은 교육부이다.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교육부가 사실상 정시 확대론자들의 편에 서있음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았다. 화살의 방향을 제대로 겨누어야 교육이 바로 선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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