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특 미기재 인원 35%’는 딱! 맞는 말
-한탕주의식 폭로보다는 본질 직시해야
-세특 기록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 ‘내신 상대평가’
-교육 현장 탓하기 전에 실질적인 대안 마련 시급

학교와 교사에 따라 달라지는 세특 기재 분량과 내용이 불공정 시비를 양산할 수 있다는 과장된 비판 속에, 현장 교사들이 억울한 뭇매를 맞고 있다.

10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인천시·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현재 수도권 909개 고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 중 35%의 학생부에 국·영·수 과목의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세특 기록의 양과 질의 차이가 자칫 불공정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전주고 권혁선 교사는 이에 대해 "눈앞의 결과만으로 현장 상황을 멋대로 재단하고 비난하지 말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권 교사의 글을 가감없이 싣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특 미기재 인원 35%’는 딱! 맞는 말
한탕주의식 폭로보다는 현실 교육의 본질 직시해야

수도권 국·영·수 학생부 세특 미기재 인원이 전체 비율의 35%’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시가 아닌 정시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세특’ 기록은 필요 없다. 정시에서는 내신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35% 학생의 학생부에 세특 기록이 없는 것은 정시 선발 비율 30%(실제 수시 이월 인원을 생각하면 35%가 넘는다.)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수치다. 교육 공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수시전형 가운데 교과 세특 기록이 필요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중이 65%가 아니다. 비록 수시 모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77.3%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교과 세특이 전혀 필요 없는 교과전형의 비중이 무려 42.%다. 따라서 전체 입시 가운데 세특이 전혀 필요 없는 전형이 2020학년도 입시의 경우 65.1%에 이른다.

세특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전형 비율이 65.1%에 달하는데 이 중 세특 기록이 없는 학생 비중이 35%이면 현장의 교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 어떠한 정책에서도 필요 없는 부분의 2배 이상을 혹시 필요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예산을 비축하고 있는 경우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현장 교사들을 질책하기보다는 칭찬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학종은 무조건 비리의 전형이고 비교육적이며 폐지해야 하고 따라서 정시를 35%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를 봐도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는 그저 한탕주의식 폭로일 뿐이다. 그럴 시간에 학생 35%의 세특 사항을 기록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본질은 지금부터다. 세특을 기록하지 못한 35% 학생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35% 학생들이 모두 정시 시험에 응시해야만 하는 ‘대기만성형’ 인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세특란은 학습 시간에 관찰되는 학생의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특기라고 할 만한 학습 내용을 기록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교사가 모든 학생의 특성을 일일이 개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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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력고사 시절과는 180도 다른 지금의 세특 기록
과거 학창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과연 매학기 매 과목마다 기록할 것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당연히 기록할 것이 없다. 과거의 학교 수업은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수업 내용도 일제식 질문과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진도 어디까지 나갔지? 이해했나? 알겠지?” 이런 식의 질문에 학생들은 한결같이 “예”하고 복창하는 방식 말이다.

학력고사 시절에도 그랬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고 주당 수업 시간이 2~3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학년말이면 진도를 거의 마쳐야 했기 때문이기에 질문과 답변마저도 생략됐다. 

주야장천 교사는 칠판에 기록하고 문제 풀고, 학생들은 그것을 받아 적기 바빴다. 수행평가라고 해봐야 노트 검사가 대부분이었다. 세특 사항을 기록하려도 할 것이 없었다. 혹 기록을 한다고 해도 내용은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성실하고, 착하고, 답변 잘하고, 노트 정리 잘하는 학생’ 이것이 당시의 모범 답안이다. 현재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제3자의 눈에는 어쩌면 교과 세특을 이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교과 세특은 절대 이런 식의 기록이 아니다.

'공란도 엄연한 기록의 일부’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의 수업 방식으로 바뀌면서 교사들은 바빠졌다. 엄연히 수능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도도 열심히 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수행평가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학생이 발생한다. 이런 학생들은 어떤 기록도 할 수가 없다. 모둠 학습도 성실하게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도 기록할 것들이 없다.

생활기록부의 기록은 50년 동안 보관되고, 해당 학생의 일생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부정적인 기록은 거의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차라리 ‘공란’으로 비워둔다. 공란도 엄연한 기록의 일부라는 뜻이다.

따라서 교과 세특이 기록되지 못한 35%의 학생 대부분은 학습에 흥미가 없거나 관련 교과목에 대한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특 기록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 ‘내신 상대평가’
이런 학생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흥미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이 세특 기록에 흥미를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발성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내신 상대평가’이다.

내신 6~7등급을 맞으면 내신으로는 자신이 희망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버리고, 학생들은 수행평가와 학습 활동에 무관심하게 된다.

비단 내신 등급이 낮은 학생들만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2~3등급 학생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진로에 대한 목표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 탓하기 전에 실질적인 교육 여건부터 마련해야
현장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방안으로 ▲첫째,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생 중심의 교과 선택이 가능한 ‘고교 학점제’ 도입 ▲둘째, '내신 절대평가' 실시 ▲셋째, 학업 성취도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치와 현상만을 가지고 교육의 현실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한탕주의식 폭로는 교육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명확한 대책을 놓고 미래 교육의 지향점을 찾아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갚진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진 설명: 학과설명회 참석한 수험생들 [사진 제공=나사렛대]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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