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의 한계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2주 연속 같은 번호가 로또 1등으로 당첨된 적이 있었다? 
4, 15, 23, 24, 35, 42
2009년 9월 6일 불가리아 복권의 1등 당첨 번호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부터입니다. 이 다음 회차 로또에서 1등 번호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같은 번호였습니다.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는데 연속으로 같은 번호가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얼마나 낮을까요?

불가리아 정부와 국민들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 언론들은 이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불가리아 정부는 특별 수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조작의 증거도 찾지 못했습니다.

범인이 정부보다 똑똑했던 걸까요?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큰 숫자를 인지하는 인간의 능력 부족 때문에 생긴 착각이라는 거죠.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복권 추첨의 누적치를 고려하면 이런 일은 충분히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지구에서 실행된 총 복권 추첨 회수를 감안할 때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이죠. 
 
‘인간의 의식에서 우주까지, 과학 지식의 한계는 어디인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아무리 인간의 문명과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절대 알 수 없는 지식의 한계를 수학자의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파헤친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사토이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수학과 물리학을 넘나들면서 압도적인 지식과 휘황찬란한 논리의 향연을 펼칩니다. 무협지를 읽는 듯한 흥미진진함과 지적 쾌감이 읽는 내내 함께 했던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번역도 국내 과학서 번역 중 제가 최고로 인정하는 박병철 카이스트 이론 물리학 박사가 했으니까요.

사토이 교수가 던진 인간이 절대 알 수 없는 7가지 지식! 

1. 주사위를 던질 때 어떤 숫자가 나올 것인가?
2. 우주의 기본 단위는 무엇인가?
3. 우리의 우주는 끝이 있는가?
4. 빅 뱅 이전에는 무엇이 존재했을까?
5. 시간의 끝은 존재할까?
6. 우리의 의식은 뇌 안 어디에 있는 것일까?
7. 수학으로 증명되지 않는 수학적 명제가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수학적 과학적(주로 물리학) 종교적 지식들을 총동원하고 때로는 기자가 되어 전문가와 인터뷰를 합니다.

우주 생명 인간의 의식 중에서 생명의 신비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지만 우주와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 인간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습니다. 빅 뱅 이전의 시간에 대해서 궁금한 그는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를 찾습니다. 펜로즈는 상대성 이론에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지적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에 저는 빅뱅 자체가 수학적 특이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빅뱅 이전의 시간에 대해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전’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으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하곤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이젠 ‘빅뱅 이전’에 대해 물어보아도 할 말이 있습니다. 우주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우주는 이언(빅뱅과 빅뱅 사이의 시간)의 무한 반복을 말합니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여 열이 존재하지 않는 따분한 우주로 끝난다.'는 시나리오와 '우주는 격렬한 폭발로부터 탄생했다.'는 빅뱅 시나리오를 엮으면 이처럼 부한 반복되는 우주 모형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펜로즈의 매력적인 가설에는 한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우주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엔트로피가 극단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무질서의 극한 속에서 어떻게 질서정연한 새 우주가 시작될 수 있을까요? 빅뱅의 특이점은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태이며, 그 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엔트로피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펜로즈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바로 '블랙홀'입니디. 우주 곳곳에 위치한 블랙홀들이 정보를 끝까지 유출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이언이 끝날 무렵에 엔트로피는 다시 작아질 수 있습니다. 마치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부모가 필요하듯이 지금 우주에도 부모가 있고 자식이 앞으로 생겨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신비로운 가설입니다.

그러나 인간 혹은 인류가 생존해 있는 동안 이를 경험하거나 입증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지식에 해당하는 거죠. 

수학자인 그는 의식의 신비를 다루면서 뇌과학과 생물학에도 관심의 촉수를 뻗칩니다. 그는 인간의 의식의 신비를 알기 위해 모르모트를 자청합니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수면&의식 연구소를 찾아가 신경과학자 줄리오 토노니와 인터뷰하고 직접 실험 대상도 되어 봅니다.

깨어 있는 동안 TMS 단자를 머리에 연결하고 EEG용 전극을 두피 곳곳에 부착해 TMS가 뇌를 자극하면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고, 그 신호가 EEG를 통해 기록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수면 상태에서도 첫 번째 실험과 비슷한 실험을 진행합니다. 의식에 대해서 그가 얻은 결론은 무엇이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머릿속에 온갖 개념이 보관되어 있는 자신만의 상자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우리 모두는 이 상자 안에 ‘딱정벌레’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상자만 볼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의 상자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상자에 든 내용물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한 개인의 내용물이 수시로 변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상자는 아예 비어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검은 몸통에 누르스름한 다리를 가진 벌레를 예외 없이 딱정벌레라 부르고 있지만, 상자가 비어 있는 사람에 ‘딱정벌레’는 무의미한 이름이다. 우리의 뇌는 일종의 개념 상자가 아닐까?”

*출처=yes24

인간의 의식은 개념 상자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의료장비가 수십 년 사이에 혁명적으로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내면세계를 아주 조금 엿볼 수만 있을 뿐 그 이상은 알기 어렵다는 거죠. 빅 뱅 이전과 우주의 끝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진짜 실체도 만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책은 우리가 답할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도전적인 과제로 가득차고 때로는 수학적 깊이 있는 설명까지 곁들여 있지만 어려움을 잊게 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수학 과학서이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모르는 것 어쩌면 영원히 모를 수 있는 것들과 함께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불확실한 것과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우주의 작동 원리를 만족스럽게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한다 해도, 어떤 미지의 이야기가 인간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사위를 손에 쥐고 흔들 때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손을 떠난 주사위가 어느 곳에 어떤 눈금으로 안착할 수 없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주사위를 끝가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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