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수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평소 게임도 좋아하고 창의적인 성격인 이 학생은 수학보다는 IT 분야가 더 어울리는 학생이었죠. 수학에 강하지만 화학 생물학 실험 관련 쪽의 비교과가 부족했던 그 학생은 자소서 독서 관련 기록란에 ‘위험한 과학책’이란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70억 명이 다 함께 점프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프린트된 위키피디아를 업데이트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등 일상생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고 실험을 바탕으로 주로 물리학 이론을 적용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 책이죠. 

저자가 나사에서 일했던 로봇 공학자였다가 지금은 웹튠 작가로 활동하는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사람으로 올 초에 속편인 ‘더 위험한 과학책’이 출간됐습니다. 한 때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들기도 했던 이 책은 전편보다 더 재미있는 29개의 과학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파트 1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과학 하기’에서는 성층권까지 높이 뛰는 방법, 집을 통째로 날려서 이사하는 방법 등 기상천외한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죠 파트 2에서는 인공 용암을 만들어서 해자에 가두기, 우샤인 볼트와 술래잡기를 하기 등 ‘말도 안 되게 과학적으로 문제 해결하기’를 다룹니다. 

파트 3 ‘일상 속 엉뚱한 과학적 궁금증들’에서는 달, 목성, 금성과 셀카를 찍는 방법, 치아의 납 성분으로 나이를 구분하는 방법이 등장합니다. 이중에서 제게 가장 흥미로왔던 내용은 나이를 알아내는 방법이죠. 

저자에 따르면 세상은 우리에게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단 1995년생과 이전은 분명히 구분됩니다. 바로 수두 파티의 흔적이죠. 그전에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수두에 일찍 노출시켜 (수두 파티)면역이 된 후, 성인이 되어서는 감염이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95년부터 10년 동안 수두 백신 접종률은 거의 100 퍼센트로 올라갔고 감염은 극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수두 파티에 대해서 당신이 들어보았다면 당신은 95년생 이전일 가능성이 높죠. 

미국을 기준으로 72년도도 의미있는 해입니다. 42년도에 사실상 종료가 된 천연두였지만 이후 30년 동안 백신을 더 맞다가 72년도에 마지막 접종이 이루어졌습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이름을 통해서 알아내는 겁니다. 책에는 5년 간격으로 그 세대에서 가장 흔한 이름의 목록이 제공됩니다.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 반 아이들이 제프 리사 마이클 케인 데이비드란 이름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 60년대 중반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같은 반에 제이든 이사벨라 소피아 이선 등의 이름을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소피아 이사벨라를 보면 미국에서는 앵글로 색슨계 백인은 줄고 히스패닉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겠죠. 

책에 소개된 마지막 방법은 방사성 차이입니다. 80년대 이후에는 공중 핵실험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바로 대기 오염 때문이었죠. 지상 핵실험이 절정이던 60년대 초반부터 피크였던 70년대 초반까지 지상에서는 탄소-14의 함유량이 늘었습니다. 이 흔적이 몸에 남아 있죠. 

또 한 가지 흔적은 스트론튬-90입니다. 역시 핵 방사능인데 뼈와 치아에 남습니다. 핵무기 개발과 실험이 절정이었던 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 수치가 높습니다. 저자는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죽음보다 이런 핵실험을 통해 서서히 숨진 숨은 죽음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저자가 직접 그린 만화 컷에서는 치아를 들고 온 나비가 나이를 구해달라고 하자 학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베이비 붐 치아인가요? 썩 가지고 나가세요”라고 호통 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책을 읽다보면 과학이 언제나 진지한 것은 아니며 가벼움과 유머 속에서도 얼마든지 진지한 과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올해도 서울대 자소서에서 누군가가 이 책을 멋지게 활용할 것 같군요.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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