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탐구 |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이유는? 
-신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운명의 희생양, 오이디푸스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주체적인 의지…진실과 대면하려 했던 영웅, 오이디푸스 

*눈이 먼 오이디푸스와 그의 자식들 [사진 출처=en.wikipedia.org]
*눈이 먼 오이디푸스와 그의 자식들 [사진 출처=en.wikipedia.org]

지혜롭고 예술성이 풍부한 그리스인들은 비극을 즐겨 보았다. 비극은 가장 오래된 연극 형태로서, 그 내용은 신과 인간과의 운명에서 인간의 승산 없는 대결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에는 ‘자연-인간-신’이 같은 질서 속에서 관계가 이뤄지며, 인간의 운명은 신이 정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운명의 종말은 언제나 비극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인간은 언제나 ‘죽음’을 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비극,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또한 마찬가지다. 오이디푸스는 신탁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예언을 따라 파멸에 이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비극의 끝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손’으로 눈을 찔러 버린다. 

그는 왜 눈을 찔렀으며 그러한 행위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 가운데 하나이자 비극의 정수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읽고 그 답을 찾아보자. 

-이 기사는 <나침반> 4월호 '인문 다이제스트'에 8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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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Sophoklēs, BC 496~406년) 

*소포클레스 [사진 출처=britannica.com]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중 한 명으로,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다. 아테네에서 부유한 기사 신분으로 태어나 타고난 재능으로 시인과 정치가로서 명예로운 일생을 보냈다. 

그는 비극 경연대회인 ‘디오니소스 축제’에 응모해 스승인 ‘아이스킬로스(Aiskhylos)’를 꺾고 18회나 우승을 했다. 일생 동안 총 123편의 희곡을 썼고, 그의 작품은 ‘그리스 비극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대표 작품 <오이디푸스 왕>은 호메로스, 아이스킬로스 등 수많은 그리스 시인이 쓴 ‘오이디푸스 왕’ 비극 중 최고로 꼽힌다. 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시학>에서 ‘비극의 전형’이라며 격찬했다. 

 <오이디푸스 왕> 
배경 
테베:
이야기의 주요 배경지로,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가 왕으로 군림한 도시국가 
코린토스: 오이디푸스가 코린토스 왕에 의해 키워진 나라 

등장인물 
오이디푸스: 테베의 왕 
테이레시아스: 눈이 먼 예언가 
이오카스테: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 
라이오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이자, 테베의 선왕 
폴리보스: 오이디푸스를 키워준 아버지, 코린토스 나라의 왕 
크레온: 이오카스테의 남동생 
아폴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한 명. 태양, 음악, 예언 등을 관장하는 신이다. 델포이 섬에 있는 아폴론 신전은 앞일을 예언하는 신탁으로 유명하다. 

<오이디푸스 왕> 본문 읽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 [사진 출처=fr.wikipedia.org] 

테베의 선왕이었던 ‘라이오스’가 죽은 뒤, 아내 이오카스테는 스핑크스를 없애는 자에게 선왕의 왕위를 물려주고, 그와 결혼하겠노라 선언한다. 코린토스의 왕자, 오이디푸스는 기지를 발휘해 테베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그를 죽인다. 

약속대로 테베의 왕이 된 오이디푸스. 그런데 갑자기 테베에 역병이 돌아 도시가 혼란에 빠진다. 그 원인을 찾던 오이디푸스는 아폴론 신전에서 역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듣는다. 바로, 테베의 선왕이었던 ‘라이오스 왕’을 죽인 자를 잡아 원수를 갚는 것. 

오이디푸스는 선왕을 누가 살해했는지 밝히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범인을 찾는 데 한계에 부딪히자 크레온의 권고대로 아폴론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부른다. 테이레시아스에게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알려 달라 간곡히 부탁하지만, 그는 거부한다. 격노한 오이디푸스가 테이레시아스를 거칠게 책망하자, 그가 입을 연다. 

테이레시아스: 그렇다면 말씀드리지요. 그대가 바로 당신이 찾는 살인자입니다. 전 진실만을 말할 뿐입니다. 

오이디푸스: 뭐라고? 네가 눈만 아니라 귀도 머리도 그리고 모든 기능이 멀었구나. 

테이레시아스: 그대는 앞이 보이지만,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며, 어떤 공포 속에 그대 부모가 살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부모가 누군지 아시나요? 아비의 저주와 어미의 저주가 기세를 모아 그대를 테베 밖으로 황급히 몰아내고 그대가 보는 빛을 어둠으로 변하게 하리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제가 전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라이오스 왕을 살해한 죄로 저주를 하고 칙명을 내려 찾으려는 자가 바로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외지인으로 보이지만 원래 테베 출신이지요. 

테베 출신이라는 점이 그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눈이 멀고, 한 푼 없는 알거지로 전락하여, 타국 땅에서 지팡이에 겨우 의지한 채 살아가게 되고, 저 자신이 친자식들에게 아버지이자 형제요,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남편으로 제 아버지 대신 들어앉은 자이며, 게다가 아버지를 죽인 자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말입니다. 자! 가셔서 이 말씀을 생각해보십시오.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의 말을 믿지 못한다. 격분한 오이디푸스. 테이레시아스를 데려온 크레온이 자신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하려고 꾸민 음모라고 생각한다. 결국, 반역자 크레온을 추방하거나 죽음에 처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때, 이오카스테가 오이디푸스에게 다가가 전말을 듣는다. 

이오카스테: 그자라면 전혀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 예언자의 점괘가 우리 운명과 상관없다는 걸 제 말씀을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당장 증거를 보여드리죠. 

예전에 라이오스 왕에게 신탁이 내렸는데, 라이오스가 나를 통해 아들을 얻고, 그 아들이 제 아비의 목숨을 빼앗을 운명이라는 거였어요. 하지만 라이오스는 살해당했거나, 소문에 의하면 외지인들, 도적들에게 세 갈래 길이 만나는 곳에서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세 살도 되지 않아 라이오스에게 양발이 묶여 벼랑 아래로 던져졌답니다. 

그러니 아폴로가 패한 셈이었죠. 그의 아들이 라이오스를 죽이지도 않았고, 라이오스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제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종말을 맞지도 않았으니 말이에요. 예언자의 목소리가 읊조리는 말들이 상당 부분 그런 거예요. 그러니 그런 말에 신경 쓰지 마세요. 

오이디푸스: 라이오스 왕이 세 갈래 길이 만나는 곳에서 살해당했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게 길이 만나는 장소가 어디오? 

이오카스테: 포기스라는 시골인데, 델피*에서 나온 길과 다울리아*에서 나온 길이 만나는 곳이에요. 

오이디푸스: 아, 제우스 신이시여, 제게 어떤 운명을 지우신 겁니까? 

*지역 이름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죽이는 장면 [사진 출처=en.wikipedia.org]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어쩌면 라이오스 왕을 죽인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오카스테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우연히 자신이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그를 확인하기 위해 신탁을 들으러 아폴론에게 간다. 그리고 “친어머니와 결혼해서, 사람들이 바라만 봐도 몸서리치게 될 자식을 낳고, 친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말한다. 이후 여행을 떠나던 중 노인을 우연히 죽이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던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그들에게 코린토스에서 보낸 사자, ‘코린토스의 양치기’가 찾아온다. 그는 코린토스의 왕이자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인 ‘폴리보스 왕’이 죽었기 때문에 오이디푸스가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오카스테는 폴리보스 왕이 오이디푸스의 손에 죽지 않았기 때문에 신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뻐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은 아직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족쇄에 묶인 발을 보고 사람들은 아기의 이름을 ‘오이디푸스(Oedipus, 부은 발)’라고 지었다 [사진 출처=arretetonchar.fr]

이때 코린토스의 양치기가 오이디푸스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오이디푸스는 폴리보스 왕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 코린토스의 양치기가 키타이론 숲에서 양떼를 돌보고 있을 때 테베의 양치기가 다가와 두 발이 족쇄에 묶인 오이디푸스를 건넸다고 말한다. 이후 자식이 없던 폴리보스 왕 부부에게 어린 오이디푸스를 선물로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코린토스의 양치기의 말을 들은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에게 탄생의 비밀을 더 이상 파헤치지 말라며 당부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알기 위해 길을 나선다. 

오이디푸스는 코린토스의 양치기와 함께 테베의 양치기를 찾는다. 테베의 양치기는 당시 라이오스 왕 밑에서 일하던 목동이다. 테베 양치기에게 발목이 족쇄로 묶여있던 아기의 출생의 비밀을 캐묻자 입을 연다. 
 

테베 양치기: 그 아기는 라이오스 왕가의 아기였습니다. 라이오스 왕의 친자식이라고, 그렇게들 말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계신 왕비님께서 진실을 가장 잘 알려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오이디푸스: 뭐라고, 왕비가 아기를 네게 맡겼다고? 무슨 의도로? 

테베 양치기: 아기를 죽이려고요. 아기가 자라 제 친부모를 죽인다는 신탁을 두려워하고 계셨습니다. 

이어, 테베 양치기는 불쌍해서 아기를 죽이지 못하고 코린토스의 양치기에게 넘겨주었다고 고백한다. 오이디푸스, 진실을 알고 오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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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왕궁. 전령이 테베 시민들에게 연설을 한다. 

전령: 지금껏 그렇게 끔찍한 장면은 보지 못했을 겁니다. 고통이 극에 달한 왕비께서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궁전 뜰을 가로질러 곧장 침실로 뛰어가셨습니다. 

오래 전 돌아가신 라이오스왕에게 그들이 예전에 낳은 자식을 기억해보라고 울부짖으셨습니다. ‘그 일로 당신은 죽임을 당하고, 나는 네 자식의 자식을 낳은 저주받은 어미가 되었소이다.’ 그러자 순식간에 왕비께서 돌아가셨는데,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께선 이를 아신 뒤 궁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을 볼 때마다 칼을 달라 하고, 자신이 아내라 불렀던 왕비를 부르고, 자신과 자신의 자식들을 낳은 왕비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며, 미친듯이 악을 쓰고 다니셨습니다. 

왕께서 크게 울부짖으며, 자신의 아내가 흔들리는 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고통에 겨운 신음을 내며 왕비의 시신을 밧줄에서 끌어내려 바닥에 눕히셨습니다. 

그다음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왕께서 왕비의 드레스에 달린 금 브로치를 뜯어 그 날카로운 끝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며, 자신이 겪은 고통과 자신이 저지른 죄를 다시는 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어둠 속인 지금부터는 보지 말아야 했던 분들은 봐야 한다고 통곡하시며, 간절히 보고팠던 분들을 알아봐선 안 된다고도 울부짖으셨습니다. 그 말을 되풀이할 때마다, 핀으로 자신의 두 눈을 한두 번도 더 반복해서 찔러댔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천천히 입장한다. 

*자신의 눈을 찌르는 오이디푸스 [사진 출처=lecthot.com] 

오이디푸스: (노래한다) 아폴로 신이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하도록 명했다네. 하지만 내 눈을 찌른 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손이었다네. 내게 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눈을 통해 보는 게 하나도 기쁘지 않은데 말이오? 

오이디푸스의 울부짖음이 섞인 노래가 계속된다. 

작품 탐구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이유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눈을 찌르는 대목을 주목해보자. 그가 눈을 찌른 이유는 운명의 끝이 너무도 참혹한 나머지 도피를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손’으로 눈을 찔렀다고 말하며 주체적인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눈을 찌른 행위가 정해진 운명대로 따라간 것인지, 혹은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인지 생각해보자. 

신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 
운명의 희생양, 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동침한다’는 신탁을 받고, 예언을 피하기 위해 오이디푸스는 코린토스를 벗어난다. 그러나 세 갈래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행인을 말다툼 끝에 살해하고, 미망인이 된 왕비와 결혼을 하게 된 오이디푸스. 그는 결국 신탁을 피하지 못했다. 라이오스, 이오카스테, 오이디푸스 모두 운명을 피해 가지 못하고 비극을 맞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오이디푸스는 ‘악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성품이 악해서 비극을 맞게 된 것이 아니다. 그의 행위는 모두 행인이 아버지인 것을, 왕비가 어머니라는 것을 몰라서, 즉 무지에서 비롯됐다. 

오이디푸스는 신이 정해놓은 ‘운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인간은 신 앞에서 무력한 존재이며, 인간은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오이디푸스는 어떤 행동을 했어도 운명을 피해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행위 또한, “눈이 멀고, 한 푼 없는 알거지로 전락”한다는 테이레시아스의 대사에 나왔듯 운명에 의해 예견된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주체적인 의지 
진실과 대면하려 했던 영웅, 오이디푸스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아들을 버리고, 오이디푸스는 고향을 떠난다. 그들은 운명을 피하려 애쓰지만, 결국 신탁에 의해 파멸하고 만다. 하지만 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는 운명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오카스테는 진실에서 도피해 결국 목숨을 끊어버리는 선택을 하며 진실과 대면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자신의 파멸을 예상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테베의 양치기를 찾아가는 대목이 그렇다. 

그의 추적 과정은 “라이오스를 죽인 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범인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내가 살인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한다. 

그 질문의 끝에서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거부하기보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는 책임을 묻는 것을 죽음을 택하는 게 아닌 두 눈을 찌르는 행위로 대신한다. 

이는 이때까지 신탁을 피하기 위해 했던 행위들과는 구별된다. 오이디푸스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듯 그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신’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는 왜 하필 ‘눈’을 찔렀을까. 그는 눈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그는 깨닫게 된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풀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는 ‘눈뜬장님’이었음을 말이다. 

극 중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맹인이지만 내면의 눈으로 진리를 볼 수 있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라는 인물이다. 오이디푸스도 마찬가지로 육신의 눈을 잃고, 진리를 보는 성숙한 눈을 얻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저작, <시지프 신화>에서 시지프는 신의 눈밖에 들어 큰 돌을 산 정상에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돌은 정상에 올리면 밑으로 굴러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따라서 이 행위는 헛수고이며 노력의 대가가 없다. 

이는 우리의 삶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신에 의해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지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나가는 저항정신이다. 

오이디푸스 왕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작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이디푸스 왕>이 전하는 메시지는 정해진 운명이 있으니 거스르지 말고 살아가라는 ‘숙명론’일 수도 있고, 오이디푸스처럼 파멸에 이르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뜻일 수도 있다. 

운명의 희생양이 될 것인지,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정보 플러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의 극적이고 복잡한 심리학적 과정을 정신분석학의 이론으로 정립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유아기의 아이가 이성 부모를 두고 동성 부모와 대립하고, 이것이 좌절되는 경험을 통해 동성 부모가 되려고 하는 동일화가 강하게 일어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 이론은 유아에게도 성적인 욕망이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 <나침반> 4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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