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환경 고려한 적정기술 
-‘무엇’이 아닌 ‘무엇을 위해’ 
-적정기술의 조건 
-적정기술이 그리는 미래 

*큐드럼 [사진 출처=smithsonianmag.com]
*큐드럼 [사진 출처=smithsonianmag.com]

기술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기술 발전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이 닿지 않는 곳, 저개발국의 저소득층은 여전히 의식주, 교육 등 기본적인 인간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기술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마음 따뜻한 기술, ‘적정기술’을 소개한다. 

-이 기사는 <나침반> 5월호 'Sci&Tech'에 6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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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환경 고려한 적정기술 
‘적정기술’이란 해당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면서도 사회 여건에 맞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1960년대 중반 경제학자 슈마허(E. F. Schumacher)가 제안한 ‘중간기술’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1960년대 중반, 개발도상국의 경제적·기술적·사회적 문제들이 제기되자, 해당 사회의 전통적 조건들과 기술적 발전이 조화를 이루면서 경제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이에 슈마허는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중간기술 운동을 펼쳤는데, 그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에서 영감을 받았다. 간디는 서구의 거대 기술은 인도에 적합하지 않다며, 서구의 방직기계 대신 인도의 전통 물레를 통해 면화를 가공했다. 

이를 보고, 슈마허는 첨단기술의 눈높이를 낮추고, 저급기술의 눈높이는 높여서 그 둘의 수준을 맞춘 ‘중간기술’을 적용한다면, 개발도상국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중간기술이라는 표현은 첨단기술과 하위기술의 중간 정도의 기술이라는 뜻으로, ‘대안 기술’ 등으로도 일컬어졌다. 그러나 ‘중간’이라는 용어가 자칫 기술적으로 미완의 단계를 의미하거나 첨단 기술보다 열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무엇’이 아닌 ‘무엇을 위해’ 
적정기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며,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개념이 변하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한스 바커(Hans Bakker)’는 인간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적정기술이라 정의했다. 

그는 의식주, 건강, 교육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술은 적정한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하위 20%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 경제 성장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은 적정기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모든 사람이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적정기술’이라는 견해다. 

미국의 국립적정기술센터는 적정기술을 보다 넓은 개념으로 정의했다. 적정기술이란 활용되는 상황에 비추어 비용과 규모 면에서 적합한 도구 또는 전략이라고 보았다. 

지역적·문화적·경제적 조건과 어떤 기술이 양립할 수 있고, 지역적으로 물질과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지역 사람들이 그 도구와 과정을 유지하고 작동할 수 있을 때, 그 기술을 적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그 나라·지역의 환경을 고려하여 누구나 특별한 훈련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적정기술이라는 것이다. 

적정기술의 조건 
적정기술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현지의 환경에 맞춰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아래 5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적정기술을 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그것은 적정기술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① 저렴한 비용 

*큐드럼 [사진 출처=coconutwork.com]

적정기술의 사용자 대다수는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현지인이 이용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조건이다. 도넛 모양의 드럼통인 ‘큐드럼’은 물을 긷느라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도 학업에 전념할 시간을 갖게 만들어준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그러나 한화로 6만원 가량의 비싼 가격 때문에, 현지인들이 구매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② 적당한 제품 크기, 사용 방법 간단해야 
적정기술 제품의 사용 방법이 복잡하다면, 이용횟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따로 교육이나 훈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방법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제품이 너무 크면 유지·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좋다. 

③ 현지 환경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발 

*팟인팟 쿨러 [사진 출처=gizmodo.com] 

적정기술 발명품의 재료는 적은 자원을 소모하며, 저가이거나 어디서든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대부분의 재료를 수입해야 한다면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이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현지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기 및 통신 인프라가 잘 돼있지 않은 지역에서 100달러의 값싼 컴퓨터를 제작해도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는 전기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 전기 없이 농수산물을 신선하게 보관 및 저장하게 해주는 아프리카식 항아리 냉장고,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④ 현지 기술, 노동력 활용해 일자리 창출해야 
적정기술은 개인과 지역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해,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지역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데에 목표가 있다. 따라서 대규모 사회 기반시설의 도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통 노동집약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정기술 제품은 대량 협동 작업을 이끌어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⑤ 친환경적 
적정 기술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활용하거나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지향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태양열로 조리할 수 있는 요리도구, ‘셰플러 조리기’가 있다. 

셰플러 조리기는 태양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방법을 사용해 최대 1,450도까지 온도가 올릴 수 있다. 이로 인해, 땔감으로 사용됐던 나무연료의 사용량을 절감시켰다. 사막화를 막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적정기술이 그리는 미래 
만약 전기가 하루 동안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 콸콸 쏟아지는 상수도가 중단됐을 때 식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기후 변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성장 위주 경제 발전의 부작용, 석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위기는 언제 어떻게든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첨단기술로 무장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최첨단 기술은 중앙 집중적이고 거대한 시스템의 구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인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위기가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이 시스템은 우리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 사회의 각종 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적정기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적정기술은 중앙 집중식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소규모 단위의 자립적 생존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적정기술은 개발도상국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그 유용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상을 바꾼 적정기술 

낮에는 축구공, 밤에는 전구? 소켓(Soccket) 

*소켓 [사진 출처=fundable.com]

아프리카는 아이들이 밤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기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발명된 것이 바로, 축구공형 발전기 ‘소켓(Soccket)’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루에 3~4시간씩 축구를 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소켓은 겉에서 봤을 때 일반 축구공과 다름없으나, 공 안에 작은 소켓(socket)이 있어서 밤에는 LED 램프를 연결해 전구로 활용하는 등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쓰이는 전기에너지는 낮 동안 공을 차면서 발생했던 운동에너지가 전환된 것으로, 15분 동안 공을 차고 놀면 전구를 3시간 쓸 정도의 에너지가 모인다. 

소켓은 현재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사는 아이들이 밤에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성장기 아이를 위한 자라는 신발(The shoe That Grows) 

*5세 어린이가 신을 수 있는 크기의 신발(위)을 늘려나가면 10세까지도 신을 수 있는 신발(아
래)이 된다. [사진 출처=유튜브@Business Insider]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신발 없이 살아가는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은 3억여 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발이 있다고 해도 아이들은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맨발로 다니거나 신발 앞코를 찢어 신는다. 그러나 이렇게 맨발로 다니면, 발에 상처를 입거나 이 상처를 통해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자라는 신발(The shoe That Grows).‘ 자라는 신발은 아이들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최대 5개의 사이즈로 변형해 신을 수 있다. 또한 거친 환경에서도 5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튼튼한 소재로 제작됐다. 

적정기술 실패 사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저개발국의 아이들을 살리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아이디어 현실화 과정에서 물거품이 된 발명품도 있다. 지금 소개하는 적정기술은 겉보기엔 그럴 듯했지만, 현지의 환경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했던 사례이다. 

아웃도어 제품으로 전락한 '생명 빨대(Life Straw)' 

*생명 빨대 [사진 출처=didntknowiwantedthat.com]

생명 빨대는 휴대용 정수 빨대로, 흙탕물을 식수로 바꿔주는 적정기술 제품이다. 빨대를 오염수에 대고 입으로 마시면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 게다가 휴대가 간편해 목에 걸고 다닐 수 있고, 전기 충전이나 필터를 교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뛰어난 성능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적정기술로 손꼽힌다. 그 이유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생명 빨대는 개당 20달러, 한화로 2만 4천원 정도인데, 이는 생명 빨대가 필요한 아프리카 등 빈민국 사람들이 몇 달은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게다가 수명이 5년 정도에 불과해, 빨대의 수명이 끝나면 사람들은 다시 오염수를 마셔야 하는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지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생명 빨대는 결국 캠핑 등 아웃도어 제품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어린이 취향저격 실패 '플레이펌프(Play pump)' 

*플레이펌프 [사진 출처=justgiving.com]

플레이펌프는 놀이기구를 돌리면서 발생하는 동력을 이용해 지하수의 물을 끌어올리는 적정기술 장치다. 회전 기구에 아이들이 올라타 돌면, 그 동력으로 지하수가 끌어올려진다. 

그러나 마을 주민의 하루 권장 물 소비인 인당 15리터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레이펌프가 하루 27시간 쉬지 않고 회전해야 가능했다. 노동에 가까운 놀이를 해야만 겨우 식수 공급이 충당되는 걸로도 모자라, 가격도 수동펌프보다 비쌌고, 유지·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물을 끌어올리면서 기구의 스피드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플레이펌프에서 노는 것을 재미없어 했다. 식수조차 공급하기 힘든 극빈한 마을 사람들에게 상업광고를 할 기업도 없어 광고 수익 창출 계획도 무산됐다. 결국, 2천여 개가 설치된 플레이펌프는 대부분 작동이 중지되거나 철거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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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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