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

*이미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학생 중심 교육과정! 참 어려운 말입니다. ‘학생 중심’도 어렵고 ‘교육과정’도 어렵습니다.

이제까지 학교생활을 돌아보더라도 여전히 어렵고 아직도 잘 모르는, 하지만 조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한 그 어려운 말! 오늘은 학생 중심 교육과정,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 저에게 있었던 작은 일 하나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2주전 일요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2주전 일요일은, 모처럼 힘든 일요일이었습니다. 숨도 차고 땀도 어찌나 흘렸던지, 그래도 살짝 줄어든 몸무게가 큰 위안이었습니다. 긴 장마였던 2주 전 일요일 무렵, 잠시 멈춘 비와 잔뜩 흐린 날씨를 틈 삼아 아들과 자전거를 사러 나갔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벼르던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훌쩍 커진 아들의 키와 그새 아담해진 자전거를 몇 달째 애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던 일, 드디어, 오늘에야 무언가 큰 결심을 하고 나선 일이었습니다. 

자전거 상점에 도착하기까지 잔뜩 들떠있던 모습과 상점 안 수많은 자전거를 보고 더 커진 눈,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잘 데려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들은 상점의 사장님께 추천을 받은 자전거 몇 대를 놓고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얼마 걸리지 않아 하나의 자전거를 골랐습니다.

앞바퀴 충격 흡수장치와 유압식 브레이크, 원터치 기아 변환, 지금 타기에는 조금은 클 것 같은 자전거, 지금까지 집에 있던 어떤 자전거도 가지지 않았던 여러 장치를 겸비한 자전거이자 지금까지 집에 있던 2대의 자전거를 모두 사고도 남을 만큼 비싼 자전거!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이미 아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자전거는 우리 집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드디어 2대의 새 자전거가 위풍당당하게 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사실 자전거 상점에서 집까지는 4km가 조금 넘는 거리였습니다. 자전거를 사면 그 자전거를 타고 집까지 새 자전거를 타고 돌아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집 근처를 타고 다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최근 친구들과 자주 자전거를 탔던 아들이라면 충분히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껏 타 던 자전거보다 큰 아들의 자전거는 의욕과 달리 그리 쉽지 않았나 봅니다. 아들은 금세 못 타겠다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아들의 고백 아닌 고백에, 당황도 하고 화도 났지만,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괜찮아, 조금만 더 타봐. 지금도 잘 타고 있어. 처음이라 조금은 쉽지 않을 수 있어." 이런 말로 달래거나 "그럼 다른 자전거로 가서 바꿀까?" 협박 같은 권유를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학생 중심 교육과정?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 
다행이라고 할까요? 1km쯤 달리던 아들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제법 능숙하게 자전거를 운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온다고 했던가요. 

한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더 큰 일이 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타던 자전거의 앞바퀴가 그만 펑크가 난 것이지요. 주저앉은 앞바퀴는 더 이상 자전거를 달리게 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자전거 상점으로 돌아갈까 고민도 했지만, 우선 그대로 집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집까지 가기로 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이 무더운 날씨에 아들이 너무 지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또 하나는 지금 한참 재미와 자신감이 오르기 시작한 아들의 의욕이 꺾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결국 아들은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저는 자전거를 끌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우리 아들은 자전거를 탈 만했고 저는 뛸 만했습니다. ‘아들의, 아들을 위한, 아들에 의한 자전거 사기, 자전거 타기’라고 할까요?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 낸 하루! 조금은 버거운 것 같지만 끝까지 해보려고 했던 그 아이를 응원합니다. 

그럼 학생 중심 교육과정은 무엇일까요?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교육과정? 도대체 지난 일요일에 저와 아들에게 있었던 일과 학생 중심 교육과정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지난 일요일,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가운데,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느낄 수 있었던 그 순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전히 배우고자 했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 그것이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 아닐지, 조심스레 말씀드려봅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515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학 길잡이 '나침반 36.5도' 구독 신청 클릭!
대학 길잡이 '나침반 36.5도' 구독 신청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