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방대한 양의 자원을 보유한 나라들이 많다. 중동, 노르웨이, 베네수엘라는 ‘석유의 나라’로 불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이아몬드’로 자국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보유한 자원의 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 ‘자원’이라는 이름의 보석을 품고 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이렇다 할 자원이 없는 나라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지고 빛나는 ‘사람’이라는 보석을 품고 있다.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동시에 수상한 ‘펄 벅(Pearl S. Buck)’은 한국을 ‘보석 같은 나라’라고 극찬했다. 소설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그가 인정한 한국인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이 기사는 <나침반> 9월호 '인문 다이제스트'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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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 

▲ 집무실에 앉은 펄 벅 [사진 출처=wvgazettemail.com]
▲ 집무실에 앉은 펄 벅 [사진 출처=wvgazettemail.com]

펄 벅은 1960년 장편소설인 '대지'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세계적인 작가이다. 1892년 6월 26일에 태어난 그는 생후 3개월 만에 미국을 떠나 중국에서 자랐다. 그 영향으로 미국인이지만 정체성의 반은 중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중국보다 더 사랑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는 점이다. 그의 유서에는 “내가 가장 사랑한 나라는 미국이며 다음으로 사랑한 나라는 한국이다.”라고 기록됐다고 전해진다. 

펄 벅의 한국 사랑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펄 벅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며 안부를 물었고, 그는 “한국이 배경인소설을 쓰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케네디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국은 골치 아픈 나라인데, 내 생각에는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 시켜야 할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옛날처럼 일본이 한국을 통제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순간 충격에 말을 잊은 그는 이내 곧 정색하며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일본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건 마치 미국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그 때로 돌아가라는 소리와 같습니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자 케네디는 이내 “농담이었다.”라는 말과 함께 황급히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펄 벅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920년대 난징대에서 여운형, 엄항섭 등 한국 독립운동가의 자녀들을 가르쳤고, 중국 신문에 ‘한국인은 마땅히 자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설을 썼다. 

어떤 날엔 ‘한국인의 밤’ 행사를 열어 ‘아리랑’을 부르는가 하면, 공식 자리에서 “한국인이 연합국의 카이로선언을 믿고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스스로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한국에 대한 놀라운 애착을 보였다. 

자치(自治) |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림
카이로 선언 | 1943년에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의 대표가 이집트의 카이로에 모여 제2차 세계 대전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의논한 내용을 발표한 공동 선언. 우리나라에 독립 국가를 세우게 한다는 내용도 담겼으며, 12월 1일에 발표됨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 ‘한국’ 

▲ 유일한 박사 [사진 출처=mirae-biz.com]
▲ 유일한 박사 [사진 출처=mirae-biz.com]

펄 벅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3편의 소설을 집필했다. '한국에서 온 두 처녀'(1951), '살아있는 갈대'(1963), '새해'(1968)가 바로 그것이다. 

구한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살아있는 갈대'는 '대지'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지만, 그가 뽑은 또 하나의 걸작으로 꼽힌다. 1963년에 출간된 '살아있는 갈대'는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의 영애를 안았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를 위해 4대에 걸쳐 헌신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명인 ‘살아있는 갈대’는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는 투철한 정신을 의미한다. 갈대는 곧 희망이다. 숱한 재난에 모두 불타 버려도 흙 속에 박힌 뿌리만은 살아남아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한국은 고상한 국민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 이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주변국에게는 여러 세기 동안 잘 알려져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서구 사람들에겐 아시아에서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라고 언급했다. 

소설 '살아있는 갈대'의 주인공 김일한은 유일양행 창업주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고(故) 유일한 박사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유박사는 펄 벅이 한국을 사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장본이이기도 하다.

1945년 미 육군 전략정보국(OSS, 미 CIA의 전신)의 중국 담당자로 부임한 유 박사와 인연을 맺은 펄벅은 그를 통해 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고 그들의 정신적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하게 된다. 

한국을 빛내는 5천여만 개의 보석 
1960년 초 한국의 어느 시골마을을 여행하던 펄 벅은 눈앞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자신도 지게에 볏단을 진채 걸어가는 농부의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소달구지에 타지도 않고 왜 힘들게 걸어갑니까?” 그러자 농부는 “오늘 우리 소가 일을 많이 해서 고생 했으니 내가 짐을 나눠지고 갑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훗날 이 모습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서양의 농부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소달구지 위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 편하게 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의 짐을 덜어 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귀가하는 한국 농부의 모습을 보며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또 한 번은 길을 가다 늦게까지 따지 않은 감 10개를 보게 된다. 그는 동행한 기자에게 “저 감은 왜 따지 않고 있는 거죠?”라고 물었고, 기자는 “저건 겨울에 새들 먹으라고 남겨둔 까치밥입니다.”라고 답했다. 

기자의 대답에 그는 탄성을 지르며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며 놀라워했다. 

이후 그는 스스로에게 ‘박진주’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 소개했다. 진주 펄(Pearl)에 벅(Buck)을 박(朴)씨로 바꿔 만든 이름이다. 1964년, 펄벅재단을 설립한 뒤, 한국에 정착해 1967년 부천시 심곡동에 ‘소사희망원’을 건립!

한국전쟁 고아와 혼혈아동을 돌보고 그들에게 미용과 양장기술 등을 가르치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가수 함중아, 인순이 등도 어린 시절,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인간의 내면을 깊은 통찰력으로 바라본 작가, 펄 벅! 그가 발견한 한국의 보석은 바로 국민들의 훌륭한 인성이었다. 국민 모두가 보석인 나라, 그 고귀한 보석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잘 다듬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빛나는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사진 출처=incheonilbo.com]
사진 출처=incheonilbo.com]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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