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첫사랑 이야기를 좋아할까?

▲ 영화 '플립'의 한 장면 [사진 출처=collider.com] 
▲ 영화 '플립'의 한 장면 [사진 출처=collider.com] 

소년과 소녀의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을 담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소설이다. 1953년에 발표된 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왔고, 그 덕분에 드라마,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이 소설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 기사는 <나침반> 9월호 '인문 다이제스트'에 8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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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첫사랑 이야기, 황순원의 '소나기'  
아마도 ‘첫사랑’이라는 키워드 속에 그 답이 있을 거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첫사랑을 경험해. 소설 '소나기' 속에는 첫사랑 시절에 많은 이가 느끼는 설렘과 두근거림, 그 순수한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사랑의 경험 중 유독 첫사랑을 특별하게 추억하고, 첫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할까? 

물론 ‘처음 겪는 사랑이라 특별해서’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이렇게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뻔한 답 말고, 다른 방법으로 답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경제학에 존재하는 법칙으로 한번 대답해 보는 거야. 

“어떻게 첫사랑처럼 고귀한 감정을 한낱 경제학처럼 딱딱한 학문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어.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란다. 이제부터 첫사랑의 특별함을 경제 원리로 설명해 볼 참이거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란 것으로 말이야. 

무한 리필 식당이 망하지 않는 이유 -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무한 리필 식당에 가 본 적 있니? 일정한 돈을 내고 입장하면 삼겹살이나 초밥 같은 음식들을 끝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게지. 

사람들은 무한 리필 식당에 들어가며 ‘식당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많이 먹어야지.’ 라고 결심해. 그리고 이 결심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 음식을 먹는단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의문이 들지 않니? 사람들에게 무제한으로 음식을 제공하면 음식 재룟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어떻게 무한 리필 식당들은 망하지 않고 운영이 가능한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이곳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어. 그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거든. 

대부분 첫 번째 접시에는 음식을 가득 담아 먹지만 두 번째, 세번째 접시로 갈수록 점점 그 양이 줄어들어 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며 결심한 것보다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단다. 

무한 리필 식당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경제학의 법칙 하나를 떠올리게 하지. 앞서 말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야. 한계효용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볼까? 

한계’라는 말은 ‘일정 선을 넘지 못하게 정해진 범위’를 뜻하는 한(限)이라는 글자, ‘경계를 접한다’는 뜻의 계(界)라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단다. 즉, 어떤 경계 안에서 정해진 범위를 말하는데, 경제학에서는 큰 변화가 아닌 일정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주 작은 변화를 말한단다. 

효용이라는 말은 무엇일까? 효과를 나타내는 효(效)라는 글자, 쓸모를 나타내는 용(用)이라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단다. 즉, 효용은 ‘상품의 쓸모를 통해 나타나는 효과’를 말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재화물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을 말해. 예를 들어,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옷을 입으며 느끼는 만족감을 효용이라고 하는 거야. 

이 두 단어를 합친 한계효용이라는 말은 어떤 재화를 아주 조금씩 더 소비하면서 추가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을 뜻해. 

예를 들어, 우리가 삼겹살 무한 리필 식당에 갔을 때 삼겹살 다섯 접시를 먹으면서 느낀 만족감 전체는 ‘총 효용’ 또는 ‘전체 효용’이라고 부를 수 있어. 이에 비해 삼겹살을 한 접시씩 추가하며 먹을 때 그 한 접시로 인해 느낀 순간적인 만족감을 ‘한계효용’이라고 하는 것이지. 

다음 표는 A라는 사람이 삼겹살 무한 리필 식당에 가서 느꼈던 한계효용의 변화를 표로 나타낸 것이란다. 매 접시를 해치울 때마다 A가 한 접시의 삼겹살 덕분에 추가로 느낀 만족감을 표로 정리해 본 것이지.  

■ A가 삼겹살을 먹으며 느낀 한계효용의 변화를 나타낸 표 

표를 살펴보면 A는 총 여섯 접시의 삼겹살을 먹었고, 매 접시를 해치울 때마다 각기 다른 한계효용을 느꼈어. 

첫 접시에 삼겹살을 가득 담아 구워 먹었을 때 A의 한계효용만족감은 100으로 최상이었지. 배가 매우 고픈 상태였기에 허기를 채울 수 있었고, 처음으로 먹은 것이어서 삼겹살이 유독 맛있게 느껴진 거란다. 

두 번째 접시에 담긴 삼겹살도 맛있기는 했지만 첫 번째 접시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했어. 이미 첫 번째 접시로 인해 배가 조금 차 있는 상태였으니까. 

세 번째, 네 번째 접시에서는 삼겹살이 주는 순간적인 만족감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다섯 번째 접시에 담긴 삼겹살을 먹으면서 A는 점차 배가 불러 옴을 느꼈어. 

여섯 번째 접시의 삼겹살은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결심하고 먹게 되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배가 불러서 느끼는 불쾌감’이 너무 커서 지금까지 삼겹살을 먹으며 느낀 만족감을 오히려 깎아 먹는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어. 그래서 이때의 한계효용은 -10을 기록했지. 

두 번째나 세 번째, 아니면 다섯 번째나 여섯 번째 접시의 삼겹살이 주는 만족감이 첫 번째 접시의 삼겹살이 주었던 만족감을 따라갈 수 있을까? 아마 그러기는 힘들 거야. 배가 잔뜩 고픈 상태였다가 처음 삼겹살을 맛보는 그 순간에 느끼는 만족감이 원래 가장 큰 법이거든. 

이처럼 음식을 먹거나 새로운 물건을 사서 쓸 때, 우리가 소비를 늘리면서 느끼는 한계효용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른단다. A가 삼겹살을 먹으면서 느낀 추가적인 만족감의 크기 변화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잘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다 보니 무한 리필 식당에 가도 사람들은 ‘무한’으로 음식을 리필해서 먹을 수는 없어. 그 음식으로 인해 느낀 한계효용이 점차 감소하여 추가적인 소비가 줄어들어 가고, 언젠가는 결국 소비를 멈추게 되니 말이야. 처음 식당에 들어설 때 결심했던 것 보다 더 적은 양을 먹게 되기도 하지. 

그래서 무한 리필 식당은 엄청난 재룟값을 쓰지 않아도 되고, 결과적으로 망하지 않고 식당을 운영할 수있게 되는 거야. 

첫사랑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될까 
소년과 소녀가 산에 놀러 갔다가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은 소설 '소나기' 중 가장 유명한 부분이야. 

소년은 소녀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감싸 주고, 소녀는 소년을 한번 쳐다볼 뿐, 소년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는 낭만적인 장면이지. 영화나 코미디 쇼의 콩트에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될 만큼 '소나기'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부분이란다. 

만약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첫사랑이 아니라 다섯 번째나 여섯 번째 쯤의 사랑이었어도 이 장면이 이토록 사랑받았을까? 아마도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읽으며 드는 느낌은 조금 달라졌을 거야. 

우리는 이미 무한 리필 식당의 예를 통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살펴보았지. 그렇다면 음식이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은 재화의 소비처럼 단순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긴 해. 하지만 사랑하며 느끼는 ‘설렘’과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에 한해 이것을 ‘효용’이라는 개념에 대입해 설명하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어. 

어떤 사람이 인생에서 겪는 사랑의 경험이 여러 번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에게 첫사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기에 유독 강렬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찾아오겠지.  

그러나 첫사랑이 끝나고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설렘과 두근거림은 이미 경험해 본 적 있는 것이기에 첫사랑 때보다는 그 강렬함이 줄어들 거야. 사랑의 경험으로 느끼는 감정도 그 경험의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 

사실 이것은 사랑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야. 첫 해외여행의 즐거움, 첫 월급을 탄 날의 뿌듯함 등 무엇인가를 처음 경험할 때 그 만족도는 가장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경험이 주는 느낌을 우리는 오래도록 특별하게 기억하게 되지. 

사랑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기에 많은 사람에게 첫사랑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단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첫사랑을 다룬 노래, 영화, '소나기'와 같은 소설을 찾아 읽는 거야. 

첫사랑의 비극적 결말에 여운이 남는 이유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소년은 잠결에 부모님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돼. 윤초시댁의 하나뿐인 손녀였던 소녀가 앓다가 죽었다는 소식 말이야. 

그런데 소녀가 소년과 함께 산에 갔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말했다는 거야. 결국 소설 속 첫사랑은 ‘소녀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게 된단다. 읽는 이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안타까운 엔딩이지. 

엉뚱한 질문을 하나 해 보자. 만약 '소나기' 속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이어 가며 데이트를 하고,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 평생 함께 사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었다면 이 소설의 느낌은 달라졌을 거야. 

소년과 소녀가 만남을 계속 이어 가고 해피엔딩에 이르렀다면 대리 만족을 느끼는 독자들도 꽤 많았겠지. 그러나 한편으로 행복한 결말은 소설의 여운을 줄어들게 했을 수도 있어. 

왜 그럴까? 같은 사람과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하더라도 그 ‘만남의 횟수’에 따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거든. 이 경우, 아마도 다음과 같은 표가 성립되지 않을까? 

■ 만남의 횟수에 따른 한계효용의 변화를 나타낸 표 

'소나기'에 나오는 것처럼 첫사랑은 대개 어리거나 젊은 시절에 겪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은 사랑의 결실이라 불리는 결혼까지 이루어지지 않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의해 설렘이나 강렬한 두근거림이 계속 줄어들기도 전에 사랑이 끝나게 되는 거지. 

잘 생각해 보면 첫사랑을 다룬 소설에서는 두 남녀 간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비극으로 짧게 끝나는 경우가 많단다. 

'소나기'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두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나고,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베르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끝나지. 

이런 이야기 속의 사랑은 모두 죽음으로 빨리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오랫동안 적용되지 않고 끝났기 때문에 이런 소설들의 결말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신 위에서 화해하는 몬터규와 캐퓰릿_1855, 프레더릭 레이턴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신 위에서 화해하는 몬터규와 캐퓰릿_1855, 프레더릭 레이턴

소나기, 그 짧고 강렬한 첫사랑 
이 소설의 제목 '소나기'는 무엇을 의미할까? 물론 소년과 소녀가 산에 놀러 갔다 소나기를 만났기에 제목이 이렇게 붙었을 수도 있지만, ‘소나기’라는 비가 가진 특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소나기는 강렬하고 짧게 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특성이 있지. 이런 소나기의 특성은 소년과 소녀가 경험한 짧고 강렬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해. 강렬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끝나 버린 사랑. 

많은 사람에게 첫사랑은 이런 경험으로 남아 있단다. 그리고 이런 특성 때문에 첫사랑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기도 해.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소나기' 속 순수한 사랑 이야기에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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