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new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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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면 죄송해야 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점점 예쁘고 멋진 외모만 ‘정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외모가 성공을 위한 경쟁력이 되고, 외모 평가로 누군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게 과연 정상일까요? 

-이 기사는 <나침반> 9월호 '인문 다이제스트'에 6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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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멋진 외모만이 ‘정상’인 사회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에 대한 외모 평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도 일상이 된 한국, 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 시대에는 외모가 아니라 신분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유교 사상에 따라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를 강조했다. 신체, 머리카락, 수염 등은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이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진학 및 취업을 할 때 사진을 붙인 서류를 제출하거나 대면 면접 등을 하게 되면서 외모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1990년대 기업은 공개 채용 광고를 하면서 ‘용모단정자 우대’, ‘연령 몇 세 이상 또는 이하’, ‘키 얼마 이상’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특히 여성을 채용할 때 이런 외모 규정이 더 많았다. 

직업 선택에서 여성에 대한 외모 차별을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이 이미 1995년에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되었음에도 이런 차별은 지속되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고졸 여학생의 취업 추천 의뢰서 여백에 교사가 ‘얼굴 예쁘장함’, ‘키 165센티 이상임’ 등과 같이 메모 형태로 외모를 기록한 일도 있었고, 채용 담당자가 담임교사와 통화하여 외모를 확인한 일도 있었다.  

영상 매체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다. TV 프로그램 등에서 멋진 외모를 가진 연예인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이들이 준거집단이 되면서 사람들은 연예인처럼 외모를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남녀 불문하고 정말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마른 몸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들의 다이어트 방법은 연예 뉴스의 주요 메뉴이다. 

문제는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마른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단순히 동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외모야말로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고 학습한다. 즉, 연예인의 외모가 ‘정상’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관리하지 못한 ‘비정상’적 상태라는 인식을 갖는다. 

이렇게 연예인의 외모를 ‘정상’으로 학습하고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도 이런 외모를 갖추려고 하니, 어느 순간 아이돌의 외모가 비슷해진다. 작은 얼굴, 하얗고 밝은 피부, 쌍꺼풀이 있는 큰 눈, 오똑한 코, 큰 키, 가늘고 날씬한 몸 등. 그리고 이런 외모를 가지지 않는 사람을 오징어라고 놀리면서, 비정상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연예인의 외모가 사회적 표준이 되면, 일반인들도 그런 외모를 꿈꾸고 추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외모를 위한 소비 시장이 점점 더 커진다. 

기업은 연예인처럼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상품들을 개발하고, 사람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 그 상품들을 산다. 

대표적으로 연예인의 화장, 다이어트, 성형 시술, 외모와 몸매 관리 방법이 상품이 되어, 사람들에게 “당신도 저들처럼 될 수 있어”라며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나이 들어 보이지 않게 외모를 가꾸는 것도 외모 관리를 위한 중요한 상품 중 하나이다. 외모를 꾸미는 것과 관련한 용어도 매년 새롭게 등장한다. 노무족(중년의 남성이 아저씨로 보이지 않으려 꾸미는 것), 루비족(중년의 여성이 아줌마로 보이지 않기 위해 꾸미는 것)과 같이 연령별 자기 관리를 강조하는 이름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외모 관리를 하지 않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몸짱 열풍에서 보듯이 이제는 운동 자체도 외모 관리를 위한 상품이 되고 있다.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마약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가 처방되기도 하고, 홈쇼핑 등에서는 보조식품으로 수많은 다이어트 약을 판매한다. 다이어트 주사라고 불리는 약 처방을 정상 체중인 사람들에게 해주는 일도 발생한다. 

2012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유엔 산하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가 발표한 ‘국가별 인구당 성형수술 건수(2010년 자료)’를 실었는데, 자료에 따르면 제시된 25개국 중 한국은 천 명당 16명이 성형수술을 받아서 1위를 기록하였다. 

이처럼 한국은 성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외모 관리에서 성형도 중요한 상품이 되었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성공을 위한 경쟁력, 외모가 자본이 되다 
면대면 서비스직이 증가할수록 외모차별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외모를 평가한다. 

또한 채용 면접에서 비슷한 능력의 예비 취업자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도 외모이다. 이렇게 되면 외모차별주의가 문제라는 인식을 하더라도 성형과 다이어트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개인의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주로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부모의 재력인 경제 자본이다. 둘째부모의 사회적 관계 등 인적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사회 자본이다. 셋째부모의 의식주 등에서의 취향이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연관된 문화 자본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개인의 외모를 바탕으로 하는 매력을 네 번째 자본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의 책 '매력 자본'에서는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매력으로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얼굴과 몸매의 아름다움’이다. 여기에 더하여 ‘상대를 즐겁게 하는 사회성’, ‘건강미가 느껴지는 활력’, ‘사회적 표현력’도 매력 자본으로 꼽았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오로지 ‘외모와 몸매의 아름다움’만을 개인의 지극한 매력으로 보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외모와 몸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다양성보다는 ‘마른 몸’과 같이 천편일률적인 특징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런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모델 등 특정 직업과 달리 외모가 일하는 능력에 중요한 요인이 아닌데도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하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최근에는 외모 차별을 막기 위해 이력서나 자기 소개서에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였다. 한국에서 이 결정을 한 것은 얼마 안 되었지만, 사실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 것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외모로만 대통령을 뽑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워런 하딩(Warren Harding)은 미국의 29번째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 조사에서 항상 1위를 하는, 역대 무능력한 대통령 중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가 미국 역사상 최고 미남 대통령으로 손꼽힌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정치적 기반도 부족했고 정치적 역량이나 성취도 거의 없었지만 그의 외모는 탁월했다. 조각 미남같이 생겼다하여 ‘로마인’으로 불렸으며, 사람들은 그의 외모를 보고 ‘대통령처럼 생긴 남자’라고 하였다.  

외모로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그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매혹적인 목소리와 연설로 유권자를 유혹했다. 

60퍼센트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이 된 워런 하딩. 그러나 대통령은 외모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된 후 능력이 부족한 측근들을 주요 요직에 앉히는 인사를 단행했고, 사후에는 개인 비리도 드러나서 문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우유부단한 결정이 미국 대공황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악평도 받았다. 

이처럼 겉모습만 보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를 두고, ‘워런 하딩의 오류’라고 한다. 선거를 통해 나의 정치적 대리자를 뽑는 일이 점점 많아진 요즘, 혹시 후보의 외모에 혹해서 그를 지지하는 워런 하딩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외모 평가가 만드는 ‘쓸모없는 사람’  

[사진 출처=사람인]
[사진 출처=사람인]

외모가 경쟁력이다 보니 내가 보는 내 외모보다 타인이 보는 내 외모가 중요해졌다. 그래서 타인의 외모 평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너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얼굴이 삭았다, 살이 좀 찐 것 같다, 취업 하려면 살을 좀 빼야 할 것 같은데”와 같은 타인의 평가는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마치 내가 문제가 있는 상태라고 말하는 듯해 스트레스가 된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호튼 쿨리(Charles Horton Cooley)가 주장한 거울 자아 이론을 보자. 

그는 한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타인의 평가를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를 이미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외모나 태도, 성격 등을 형성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때 형성되는 것이 바로 거울 자아이다. 

거울 자아는 세 단계로 나타난다. 우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이미지화한다. 마지막으로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다시 자기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살이 좀 찐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면 자신을 살찐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 후 살이 찐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고려하여 상대가 자신을 ‘게으르거나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받아들여서 ‘나는 매력 없는 사람’, 더 나아가 ‘쓸모없는 사람’ 등으로 스스로를 비하해 평가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면서 외모를 비교하고 누가 잘생겼는지를 평가하는 사회, 오락 방송 프로그램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바보라고 놀리는 사회, 특정한 외모를 가진 연예인을 멋지다고 추켜세우는 사회, 외모 관리가 안 되면 자기관리를 못했다고 비난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어떤 거울 자아를 형성하게 될까? 

차별받는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게 되면 사람들은 우울감과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의 위협을 받는다. 얼굴이나 체형, 신장 등에 대한 평가와 차별이 일상적인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받은 불안,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심지어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자신의 외모와 관련하여 불안을 가지며, 키 성장 시술이나 성형수술 등에 관심을 갖는다. 

문제는 외모 평가와 차별로 인해 성형이나 다이어트 등에 대한 강박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성형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정상 체중보다 낮은데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으로 음식 먹는 것을 거부하는 거식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결국 자신의 몸에 대하여 주체적이지 않고, 사회가 (그것도 상업적으로) 강조하는 표준 외모나 몸매를 이상적인 자아상으로 설정해 자신을 그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이처럼 예민해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모나 몸매가 개인의 성공 자본으로 작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니 말이다. 

더구나 외모 평가가 지나쳐 개인의 전인격에 대해서도 종종 ‘쓸모 없는 사람’이라 평가한다는 점에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살이 쪘거나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기 관리를 안 하는 사람이다”,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다” 등의 비난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뚱뚱하다. 살 좀 빼야겠다”고 차별적인 말을 먼저 해놓고서,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거나 항의하면 “못생긴 사람이 성격도 나쁘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등 지구상 모든 생물이 외모 평가를 피해갈 수 없는 요즘.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개인이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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