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기회비용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희곡 대사 중 가장 유명한 말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이 고민을 거듭하며 내뱉는 말이야.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삼촌인 클로디어스가 아버지를 죽였음을 알게 돼. 유령으로부터 복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햄릿은 이를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어. 대신 끊임없이 고민했지.

‘선택 장애’나 ‘결정장애’라는 말을 들어 봤니? 선택이나 결정의 순간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증상을 ‘햄릿 증후군’이라고도 해. 어느 하나를 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주저하는 햄릿의 모습이 선택 장애를 앓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은 이름이야.

햄릿은 어쩌다 우유부단하고 선택을 주저하는 인물형의 대표가 되어버린 것일까? 햄릿이 결정장애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

-이 기사는 <나침반> 10월호 '인문 다이제스트'에 8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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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왜 끝없는 고민에 빠졌을까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변덕스런 운명이 쏘아 대는 돌덩이와 화살을 맞아야 하나, 아니면 고난의 파도에 맞서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끝장을 내야 하나. 어느 쪽이 더 고결한가. 죽는 건 잠드는 것, 그 뿐이다. 잠 한숨으로 육신이 상속받은 고뇌와 피할 길 없는 수천 가지의 불화를 마감한다 한다면, 그건 애써 간구해야 할 귀결이다. 죽는 건, 잠드는 것. 잠들면, 아마도 꿈을 꾸겠지.아, 거슬린다. 이 뒤엉킨 삶의 허물을 떨쳐 냈을 때 죽음이란 잠 속으로 어떤 꿈이 찾아올지 생각하니 멈출 수밖에 없다.불행한 삶일망정 그토록 질질 끄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세월의 채찍과 멸시, 압제자의 횡포, 거만한 자의 욕설, 모멸당한 사랑의 아픔, 늑장 법집행, 관청의 오만불손, 겸손한 공로자가 하찮은 놈한테 받는 발길질, 이 모든 걸 그 뉘라 감당하겠는가, 단검 한 자루면 자신의 빚을 조용히 청산할 수 있는데? 그 뉘라 고달픈 인생의 짐을 걸머지고 투덜대며 땀을 흘리겠는가, 죽음 후의 그 무엇, 어떤 나그네도 경계를 넘어 돌아오지 못한 미지의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의지를 곤경에 빠뜨리고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익숙한 악행을 참아 내도록 만들지 않는다면? …… (후략)   '햄릿' (꿈결), 제3막 제1장에서

햄릿이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할지, 차라리 다른 길을 택할지 고민하며 내뱉는 독백이야. 이 긴 독백에서 그가 고민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첫 번째 선택지는 ‘변덕스런 운명이 쏘아 대는 돌덩이와 화살을 맞는 것’, 즉 복수하지 않고 모든 것을 덮은 채로 햄릿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을 뜻해. 아버지의 유령이 말한 비밀(아버지가 삼촌에게 독살당했다는 말)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었고, 복수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에 차라리 이 비밀을 들추지 않고 자신이 죽겠다는 생각을 한거야.

두 번째 선택지인 ‘고난의 파도에 맞서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끝장을 내는 것’은 유령의 당부대로 삼촌에게 복수하는 것을 말해.

‘선택 장애’나 ‘결정장애’를 ‘햄릿 증후군’ 이라고도 한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선택 장애’나 ‘결정장애’를 ‘햄릿 증후군’ 이라고도 한다.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햄릿의 독백 대부분은 이 두 가지 선택에 따르는 ‘대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어. 만약 첫 번째 선택지처럼 햄릿이 복수를 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덮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어떻게 될까? 햄릿은 잠들 듯 죽으면 모든 괴로움이 묻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번민이 죽음 이후까지 따라올까 봐 걱정하고 있어. 모든 것을 덮고 복수를 포기하면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도 내놓아야 하며, 죽음 이후에도 큰 자책감과 괴로움에 휩싸일까 봐 두려워한 거지. 

만약 두 번째 선택지처럼 햄릿이 삼촌에게 복수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죽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며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어. 그러나 복수를 할 경우 햄릿은 삼촌을 죽인 살인자가 돼. 뿐만 아니라 모든 비밀을 알게 되면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는 큰 충격을 받겠지. 결국 이 선택지에도 일정한 대가가 따르기에 햄릿은 끊임없이 고민했던 거야.

기회비용,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햄릿의 독백을 살펴보면 그가 어느 한쪽을 섣불리 택하지 못한 이유를 짐작할 수있어. 그는 항상 한 가지를 선택함으로써 잃을 수 있는 ‘대가’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면 그 선택지로 얻는 것도 있지만 그 대가로 ‘잃는 것’도 존재하기 마련이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명언 중 하나야.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공짜 점심이 없다니? 우리는 가끔 친구가 사 주는 공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새로 생긴 식당에서 홍보 차원으로 여는 무료 시식회를 즐기기도 하지. 그런데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이 어떻게 경제학의 상식이 되었을까?

사실 이 명언은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음을 가르쳐 주는 말이야. 만약 친구가 사 주는 공짜 점심을 얻어먹는다면, 우리는 그 대가로 식사시간 내내 점심을 사 준 친구의 고민과 하소연을 들어 주며 식사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어. 식당의 무료 시식 역시 마찬가지야. 홍보 차원에서 한 시식이니 SNS에 식당 방문 후기를 남기는 등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위의 말을 되짚어 보면 돈이 들지 않아 공짜처럼 보이는 것도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선택을 하면 ― 심지어 공짜 점심을 얻어먹을 때조차도 ― 반드시 그 대가로 ‘잃는것’, ‘포기하는 것’이 있다는 거야. 

동화 속 주인공 인어공주를 떠올려 보렴. 인어공주는 우연히 만난 지상의 왕자님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 마녀와 거래를 한단다. 땅 위를 걸을 수 있는 다리를 마녀에게 부탁해서 얻고, 그 대신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포기하지.

인어공주는 이 거래를 통해 다리를 얻어 왕자님을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만족감’을 얻었어. 이렇게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편익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단다. 왕자님을 보고 첫눈에 반한 인어공주에게는 이런 편익이 무엇보다 중요했겠지.

묘지에 있는 햄릿과 호레이쇼_1839, 외젠 들라크루아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는 법. 인어공주는 만족감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라는 대가를 마녀에게 주었어. 경제학에서는 인어공주가 잃은 ‘목소리’처럼 선택을 위해 포기한 대가를 기회비용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단다.

기회비용은 경제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편익이 비용보다 큰 선택지를 골라. 그리고 이런 선택지 중에서도 포기하는 것, 즉 기회비용이 적은 선택지를 골라야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먼저 기회비용이 얼마만큼의 크기인지 잘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해. 

앞서 등장했던 햄릿의 독백을 다시 잘 살펴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 앞에서 항상 그 대가로 따라올 기회비용을 염두에 두었어. 햄릿은 자신의 선택이 불러올 대가, 즉 기회비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 대가를 치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지. 세상에 대가 없는 선택이란 없는데, 기회비용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버린 거야.

메뉴판에는 기회비용이 숨어 있다
기회비용은 경제학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아주 결정적인 개념이야. 그래서 기회비용이 정확히 무엇이고 얼마인지 따져 보는 과정이 중요하단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어.

분식집에 가서 메뉴를 선택하는 과정을 떠올려 봐. 가진 돈이 충분하지 않아 하나의 메뉴만 골라야 하는 상황. 우리는 메뉴판을 보며 다음과 같이 고민하지. ‘오늘은 떡볶이를 먹을까, 순대를 먹을까?’ 그리고 고민 끝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단다.

떡볶이와 순대를 두고 고민하다가, 순대의 유혹을 뿌리치고 결국 떡볶이를 사 먹는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떡볶이가 1인분에 2,000원이라고 하면, 우리는 맛있는 떡볶이를 먹기 위해 ‘2,000원’이라는 돈을 포기한거야. 이것이 우리가 지불하는 첫번째 기회비용이란다. 이런 기회비용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명시적 비용이라고 해.

그렇다면 이 2,000원이 우리가 포기하는 기회비용의 전부일까? 사실은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또 다른 기회비용이 숨어 있어. 떡볶이를 사 먹으려 마음먹은 순간, 우리는 돈뿐만 아니라 순대를 먹을 기회도 포기한 거란다. 만약 순대를 선택해서 먹었을 경우 1,000원만큼의 만족감 ―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만족감을 돈으로 환산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 을 느낄 수 있었다면, 떡볶이를 선택한 순간‘ 순대를 먹었다면 느낄 수 있었을 1,000원만큼의 만족감’을 포기한 거야.

경제학에서는 이것 역시 기회비용에 포함시키는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비용이라는 의미에서 암묵적 비용이라고 한단다. 암묵적 비용은 포기한 다른 선택지를 택했을 때 생겼을 편익을 말해.

이처럼 경제학에서의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모두 합쳐 계산한단다.

기회비용 = 명시적 비용 + 암묵적 비용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 우리에게 지금 100만 원이라는 돈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① 가격이 100만 원인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것
② 1년간 이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 저축하여 10만 원의 이자를 받는 것

만약 스마트폰을 산다면, 이때 지불하는 기회비용이 얼마일지 생각해 봐. 우선100만 원이라는 돈을 바로 지불해야 하니 이것이 첫 번째 기회비용, 그중에서도 명시적 비용이 되지. 하지만 이 명시적 비용 외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암묵적 비용이야. 저축을 했다면 10만 원의 이자를 얻을 수 있었겠지. 다시 말해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면서 10만 원의 이자를 얻을 기회 역시 포기하는 것이고, 이 또한 기회비용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란다.

결론적으로, 너희가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살 때의 기회비용은 다음과 같아. 

기회비용=스마트폰 값 100만 원(명시적 비용)+저축했다면 받았을 이자 10만 원(암묵적 비용)=110만 원

다시 햄릿의 경우를 살펴보자. 만약 햄릿이 복수를 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다면 그는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 걸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우선 ‘자신의 생명’을 명시적 기회비용으로 치르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이 선택지에는 암묵적 비용도 있어.

아버지의 부탁대로 복수했다면 자책감과 후회를 줄일 기회가 생겼을 거야. 그런데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기회도 놓치게 되겠지. 즉, 햄릿이 복수를 하지 않을 경우 그는 ‘자신의 생명’ 과 ‘자책감과 괴로움, 후회를 줄일 기회’ 를 함께 포기하게 되는 거야. 

선택 장애를 극복하는 길
햄릿의 이야기는 완벽한 비극으로 끝나. 햄릿은 삼촌 클로디어스를 죽이고 복수에 성공하지만 그와 함께 햄릿 자신과 오필리어, 그녀의 아버지 폴로니어스와 오빠 레어티스, 그리고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까지 모두 죽음을 맞이해.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햄릿이 조금 더 빨리 결단을 내리고 복수를 했다면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심리학에서 선택 장애는 사실 선택 그 자체를 두려워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해. 선택을 하고 나서 뒤따르는 대가를 상상하고 두려워하기에 결정을 주저하게 된다는 거야. 즉, 사람들은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망설이다 선택 장애에 빠지는 거란다.

햄릿 역시 선택에 따른 대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두려워하며 선택을 미뤘지. 그가 깨달았어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어. 첫째는 세상 어디에도 대가가 따르지 않는 선택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회비용이 ‘없는’ 선택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기회비용이 ‘적은’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는 거야.

인생은 ‘B(출생)와 D(죽음) 사이의 C(선택)다’라는 말이 있어. 그만큼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 아침에 무엇을 먹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무엇을 살 것인지부터,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진로를 택할 것인지와 같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까지 살면서 결정해야 할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

이러한 선택의 순간마다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햄릿형 인간’이라면 ‘완벽한 선택지는 없으니 기회비용이 적은 것을 택하라’는 경제학의 단순한 가르침부터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자료 제공=꿈결출판사)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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