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나노구조’가 색깔을 결정한다!
-무지개색 만드는 ‘빛의 간섭’
-나비 날개에서 착안한 위폐 방지 ‘색 변환 잉크’
-카멜레온처럼 ‘색깔 바꾸는 소재’ 개발

*모르포나비 [사진 출처=pinterest.co.uk]
*모르포나비 [사진 출처=pinterest.co.uk]

남미에 서식하는 모르포나비 수컷은 신비로운 푸른색의 날개를 지녔다. 학자들은 나비의 영롱한 푸른 날개 색에 매료됐고, 이내 날개에서 색을 뽑아 염료로 쓰려고 색 추출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들의 실험은 실패하고 말았다. 모르포나비의 날개 색이 사실은 푸른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르포나비 날개가 아름다운 푸른색을 내뿜을 수 있던 비밀은 무엇일까? 

-이 기사는 <나침반> 10월호 'Sci&Tech'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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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나노구조’가 색깔을 결정한다
모르포나비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날개에 알코올을 떨어뜨려 보면 된다. 나비 날개에 알코올이 닿자마자 푸르렀던 색이 초록색으로 변할 것이다. 이처럼 색이 변하는 이유는 모르포나비 날개 표면의 독특한 미세구조에서 기인한다. 

물체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은 ‘색소’라는 화학 물질과 햇빛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나뭇잎이 녹색인 이유는 색소인 엽록소가 초록빛을 반사시키고 나머지 빛은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르포나비에게는 푸른색 색소가 없다. 대신 나비 날개의 독특한 표면 구조가 파란색 빛만 반사하기 때문에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모르포나비의 날개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비늘들이 기와를 층층이 얹어놓은 듯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이러한 기하학적 형태를 ‘광구조(photonic structure)’라고 부른다. 모르포나비 날개의 광구조는 빛을 쪼이면 푸른빛만 반사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통과되게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색소없이 물체의 구조 때문에 색이 나타나는 것, 또는 그 색을 구조색(structural color)이라고 한다.

나비의 날개는 소수성(疏水性)이 있어 물 분자는 막을 수 있지만 알코올과 같은 매질은 막지 못하므로, 알코올이 광구조의 틈을 메우면 파란색의 구조색이 사라지고 본래 날개의 색이 나타나는 것. 화학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물리적 구조로 인해 보이는 구조색은 모르포나비 뿐 아니라 인시류라 불리는 나비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공작의 깃털
*공작의 깃털

나비 외에도 광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물은 아주 많다.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는 새 공작, 번쩍이는 등껍질을 가진 곤충 딱정벌레도 빛의 간섭에 의한 구조색을 띤다. 특히 새하얀 북극곰의 털 색 또한 광구조로 달라진 것이며, 원래의 털 색깔은 갈색이다. 무지갯빛으로 현란하게 빛나는 광물 오팔(opal)의 경우, 확대해 보면 작은 구슬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광구조다. 그런데 이 형태는 3차원으로 펼쳐져 있으며, 마치 형태가 결정과 비슷해 광결정(photonic crystal)이라고 부른다. 

무지개색 만드는 ‘빛의 간섭’
모르포나비(Morpho butterfly)라는 이름에서 ‘모르포(morpho)’는 ‘변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모르포나비 날개가 보는 위치에 따라 때때로 무지갯빛 광택을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입자이자 파동인 빛은 파도처럼 생긴 파형을 가지고 있다. 빛이 모르포나비의 날개에 닿으면 겹겹이 겹친 날개층에서 제각각 빛을 반사시키는데, 그 파동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빛의 간섭’이 일어나게 된다. 빛의 간섭은 또 다른 모양의 파동을 만들어내고, 파동의 모양이 달라지니 당연히 빛도 달라진다. 그것이 모르포나비의 날개가 무지갯빛으로 보이는 이유다.

비눗방울이나 CD 표면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비눗방울과 CD도 표면에 광구조를 가지고 있어, 표면에서 반사된 빛과 표면 안쪽에서 반사된 빛이 서로 간섭을 일으켜 무지갯빛을 띤다.

식물에도 구조색이 있다. 폴리카 콘덴세타(Pollia condensata)의 씨앗의 세포벽은 촘촘하게 배열된 셀룰로오스(섬유소) 가닥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섬유소 가닥들은 배열된 위치와 공간이 달라 같은 파장의 빛을 반사하지 않고 조금씩 다른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짙은 남색 계열의 푸른빛을 띠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보라색 또는 하늘색으로 혹은 무지갯빛 광택이 나는 것이다

나비 날개에서 착안한 위폐 방지 ‘색 변환 잉크’
만 원권 지폐 뒷면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10000’이라는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위에서 내려다보면 구리색, 옆으로 뉘여 보면 초록색으로 보일 것이다. 이는 위조지폐를 방지하기 위해 ‘색 변환 잉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색 변환 잉크는 나비 날개에 나타나는 빛의 간섭 현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색 변환 잉크를 만드는 방법은, 잉크 안에 굴절 정도가 다른 화학 물질을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잉크 표면에서 반사하는 빛과 잉크 안에 있는 화학물질이 반사하는 빛이 서로 간섭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띠게 된다. 

카멜레온처럼 ‘색깔 바꾸는 소재’ 개발
변신의 귀재 카멜레온은 빛의 강약, 온도차, 감정의 변화 등에 따라 몸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카멜레온 역시 피부가 ‘광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노 크기의 광결정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색깔을 바꾸는 것이다. 

*카멜레온 
*카멜레온 

국내 연구진은 이러한 카멜레온의 성질에서 착안해, 염료 없이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고체 소재를 개발했다. 전기 자극을 가해 광구조 간격을 달라지게 해 색이 바뀌도록 한 것이다. 이 소재는 빨간색부터 청록색까지 다양하게 색을 바꿀 수 있어, 건축물 외장 인테리어, 야외 광고 게시판, 의류, 자동차, 군사용 위장막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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