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끝났으니 이번 주 토요일에 영화 보러 가자.”
 영화를 좋아하는 철수가 친구들을 부추겼다.
“그거 좋지.” 여러 명이 순식간에 뜻을 함께했다. 마침 모두가 보고 싶어 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있었기에 영화를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시 영화를 볼까?”
“그야 당연히 조조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친구들은 모바일로 바로 예매를 끝냈다.
“조조할인에 청소년 할인까지 하면 영화 한 편에 7천원이네.”
이 말을 들은 영희는 중얼거렸다. “영화관은 왜 할인을 해주지? 우리 같은 손님이 많으면 손해 보는 거 아니야?”
“걱정 마. 제 돈 다 내고 영화 보는 사람들도 많아.” 철수가 바로 응수했다.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할인하는 이유는 당연히 수요의 법칙을 믿기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할수록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가격을 지나치게 내려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영화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이유 
영화관의 경우에도 관객이 많을수록 유리해지는 규모의 경제 현상이 나타난다. 그이유는 역시 영화관의 비용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관은 굉장히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므로 시설 임대료가 매우 비싸다. 자기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영화관은 임대료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공간을 다른 기업에 빌려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대료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므로 마찬가지다.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판권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여기에 종업원 인건비도 있다. 이런 것들이 영화관의 비용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하나같이 고정 비용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영화 상영에 따른 변동 비용은 거의 없다. 상영관 안에 관객이 한 명이 있든백 명이 있든 영화 상영에 드는 총 비용은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관객이 많아질수록 관객 한 명당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감소하는 구조다.

또한 변동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은, 관객 한 명을 추가로 받기 위해서 영화관이 지불해야 하는 한계 비용이 0에 가깝다는 말이다. 최대한 양보해서 한계 비용이500원이라고 하자. 이것저것 할인해 준 후 입장료로 7천 원만 받는다 해도 이는 한계비용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관객 한 명을 더 받을 때마다 영화관의 이윤은 5,500원씩 증가하는 셈이다. 따라서 영화관은 상영관이 만석이 될 때까지 관객을 불러 모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 자 팝콘의 유혹 
동시에 영화관은 발길을 들인 관객에게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팝콘, 나초, 감자튀김, 음료수 등을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간식을 파는 곳은 매표소보다 더 넓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표를 받아든 후 고소한 팝콘 냄새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관객들은영화표 가격과 비슷한 돈을 내고 팝콘을 산다. 영화표를 저렴하게 구입해 이득을 보았다는 생각에서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간식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 가격에도 중요한 경제 원리가 숨어 있다. ‘중’ 자에 비해 ‘대’자 팝콘은 두 배나 크다. 처음에는 엄청난 크기에 놀라 구매를 주저하지만 정작 가격차이가 500원밖에 나지 않음을 알고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대’ 자를 주문한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설 무렵에는 다 먹지 못하고 남긴 팝콘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화관이 ‘중’ 자 팝콘을 만들 때에 비해 ‘대’ 자 팝콘을 만들 때 추가로 들어가는 한계 비용은 100원도 채 되지 않는다. 재료인 옥수수만 조금 더 들어갈 뿐인데, 이 비용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 자 팝콘의 가격을 500원만 더 높게 책정한다 해도 영화관으로서는 손해가 아니며 ‘대’ 자를 많이 팔수록 그만큼 이윤을 늘릴 수 있다.

관객들이 ‘대’ 자 팝콘을 많이 사도록 유인하려면 ‘중’ 자와의 가격 차이를 크게 벌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단돈 500원의 차이를 두는 것이며 실레로 많은 관객들이 고민하다가 ‘대’ 자의 유혹에 넘어간다.

 

 어떤 사람에게 요금을 할인해 주는 걸까? 
영화관이 해결해야 할 다음 과제는 누구에게 요금을 할인해 줄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요금을 할인해 줘도 영화를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까지 굳이 할인해 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할인해 주지 않아도 어차피 영화를 볼 사람에게 요금을 할인해줄 필요도 없다.

이런 사람들은 수요가 요금에 비탄력적이다. 수요가 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게만 요금을 할인해 주는 편이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의 수요가 가격에 탄력적일까? 우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영화관 측에서 개인이나 가계의 소득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대신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나이를 기준으로 소득 정도를 구분하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에 의존하는 학생들은 성인에 비해 소득이 적으며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영화관 측은 학생들에게 요금을 할인해 주고, 그 결과로 영화를 보러 오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에 어른들은 영화 요금에 대해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조금 비싸더라도 개의치 않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 또한 여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록 요금이 비싸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영화를 본다.

이처럼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큰 사람이나 집단에게는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가격 탄력성이 작은 사람이나 집단에게는 높게 책정하는 전략이 3차 가격차별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비싸도 사는 사람에게는 비싸게 팔고 싸야 사는 사람에게는 싸게 파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 성별에 따른 남녀차별은 금지되어 있지만 수요의 가격 탄력성에 따른 가격차별은 현실 경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기업은 가격차별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얻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똑같은 물건을 어떤 사람에게는 만 원에 팔고 다른 사람에게는 5천원에 판다면 비싸게 산 사람은 차별당했다는 느낌을 받아 썩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기업은 소비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은밀하게 가격차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하고 교묘한 방법을 사용한다.

결국 다른 사람보다 비싸게 구입하면서도 자신이 가격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영화관이 신용카드 할인이나 통신사 할인을 적용해 주는 것도 가격 차별 전략에 해당한다. 이 할인을 받으려면 우선 부지런해야 하며 평소에 단돈 천 원이라도 아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한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수요가 가격에 탄력적인 경향을 보인다. 영화관은 이런 사람들에게 다양한 할인 제도를 통해 영화 요금을 할인해 준다. 반면에 직장 일로 바쁘거나 소득이 많거나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할인 제도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복잡한 할인 제도를 제대로 알고 활용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이다.
모바일 쿠폰이나 마일리지도 기업의 주요 가격차별 수단 가운데 하나다. 모바일 쿠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이며 수요가 가격에 탄력적이다. 이들에게는 모바일 쿠폰이나 마일리지를 통해 가격을 할인해 준다. 한편 모바일 쿠폰에 무관심한 사람은 같은 상품이라 해도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구입하게 된다.

                                       *자료 제공=해냄출판사<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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