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인천교육청]
[사진 출처=인천교육청]

모든 것에 차별이 서려 있는 우리 사회는 대입 전형에서도 학생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고교 간의 차별로 학생들이 대입에서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본고사, 기여입학제와 함께 ‘3불 정책’으로 금지된 고교등급제를 고교서열화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학교 현장의 학생,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대입 정책에 따라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처음으로 ‘블라인드 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대입 전형에서 ‘블라인드 면접’이 대학별로 진행된 바 있지만, 서류평가에서 블라인드 평가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정책의 시작은 우리가 소위 ‘출신 고등학교에 따른 유불리’라고 하는 영향력을 없애기 위함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반고 학생들이 대입 서류평가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대입 전형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목적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고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이라면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출신고교를 블라인드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단순하지도, 간단하지도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생활기록부의 전체 영역이 대입자료로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입 전형에서 주요한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 이 서류 전반에서 학생들이 이수한 교육과정과 관련한 내용 중 고교명을 가린다는 것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고교 이름을 가린다는 것은 출신 고교의 특성을 가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교명은 공정한 평가를 불가하게 하는 요인일까요? 입학사정관이 학교생활기록부에서 마주하는 고교명은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으로 정의됩니다. 대입 전형 서류평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교 간에 차이를 등급이나 수준으로 나누고 그 결과를 선발의 과정에 특별한 힘으로 적용하여, 학생 개개인의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차이입니다. 차이는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로 정의됩니다. 고교 간에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과정과 그 여건이 다르므로, 이 다름을 인정하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 주목하여 평가하는 것입니다. 특목고에 재학한다는 사실이 학생의 절대적인 학업적 수월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고에 재학한다는 사실이 학생의 학업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고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고교 교육 여건과 환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이 학생이 고교재학 중 얼마나 어떻게 노력하였는지, 성장하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다면적인 역량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의 취지는 바로 차이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는 2021학년도 수시모집 결과인 합격생의 고교 유형별 현황을 발표하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는, 일반고 합격생이 전년 대비 조금 줄었고, 과학고와 영재학교 합격생이 전년 대비 조금 늘었으며, 자율고와 특목고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대입 전형 결과로 모든 대학의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서울대학교의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시사점을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블라인드 평가는 대입 전형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모든 대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시행한 블라인드 평가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차별과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교명과 고교정보를 블라인드 하는 것은 차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파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입 공정성에 블라인드 평가가 미치는 영향은 정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고, 블라인드 평가는 현상을 오해하고 제시한 방안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교가 단순히 계급처럼 평가된다는 일각의 시각은 잘못된 것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차별인지, 무엇이 공정한지에 대한 이해보다는 당장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차별이 되고, 불공정하다는 여론은 끊이지 않습니다. 모든 지역의 고등학교가 고른 여건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고교 교육 현장에서 학교 간의 차이는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론과는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완전한 정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도를 점검하고 결과를 분석하여 계속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고, 하나의 정책보다는 사각지대를 살필 수 있는 대안적 정책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대입의 정책은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제도적인 절차와 지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블라인드 평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어쩌면 대입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교생이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은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학교와 교사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살피고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이러한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의 점수로 교육의 목적지를 설정하기보다는 교육의 방향을 세우는 태도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입은 모든 학생이 고교에서의 시간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성장을 바탕으로 그 역량을 읽어내는 데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김보미 교육전문가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대학 입학처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했다.

저자는 대입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지만 정작 잘 알지 못했던 입학사정관의 일과 생각, 그리고 대입에 대한 오해들을 단행본 ‘입학사정관의 계절’을 통해 짚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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