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이 지나치고 추상적이고 변화된 사회상 반영 못한다고?  
-'홍익인간'만큼 높은 가치는 없다  
-'금 모으기 운동, 기름 유출 태안에 이어진 봉사행렬' 모두 홍익인간의 실천  
-감염병 시대, 인류 협력을 위해 홍익인간 이념 더욱 필요해  
-홍익인간을 둘러싼 음모…역사 왜곡 세력이 있다?  
-대한민국 건국이념 짓밟아선 안 돼  

여주여중 '나라사랑 역사 탐험대'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여주여중 '나라사랑 역사 탐험대'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이 교육기본법 조항에서 삭제될 위기에 놓여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이 교육기본법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 분위기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전 국민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홍익인간 삭제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을사오적에 빗대 조롱하는 ‘신축십이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8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4%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형배 의원은 4월 22일 국회에 개정안 발의 철회요구서를 제출하고 “따가운 비판과 여러 의견주신 시민들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민형배, 김민철, 문진석, 변재일, 소병훈, 신정훈, 안규백, 양경숙, 양기대, 이정문, 황운하, 김철민 의원 등 12인이다.

개정안 발의가 철회되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문제는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우리 교육에서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이 퇴색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홍익인간’ 이념을 둘러싼 논란을 하나하나 파헤쳐본다.

'홍익인간'이 지나치고 추상적이고 변화된 사회상 반영 못한다고?  
현행 교육기본법에는 ‘제2조 (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해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제2조 (교육이념) 모든 시민으로 해금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들 국회의원들의 주장은 이랬다. 

‘현행 교육기본법의 그러한 표현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입니다. 교육 지표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의 교육 이념이 1998년의 현행 교육기본법에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홍익인간'만큼 높은 가치는 없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홍익인간'이 ‘고조선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이념’이라고 정의돼 있다. 

초대 문교부장관을 역임한 안호상은 "서양의 교육 이념은 인간주의와 인문주의가 중점적 사상인데, 홍익인간은 이보다 훨씬 강도가 높고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홍익인간이란 말을 제외한 다른 표현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해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을 정립하고 관철시켰다. 

단언컨대 한국인이 경쟁 국가들보다 나은 궁극적인 교육 철학이 있다면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에 홍익인간보다 드높은 것이 또 있을까? 홍익인간처럼 우리 고유의 이념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부합되는 이념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익되게 하자는 협력의 정신, 상생의 정신을 왜 굳이 삭제하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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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모으기 운동, 기름 유출 태안에 이어진 봉사행렬' 모두 홍익인간의 실천  
이러한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은 한국인의 의식 구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우리는 홍익인간을 몸소 실천해왔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의 시기에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가적인 위기 앞에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을 보고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대동단결의 문화였다. 금모으기 운동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그때 이미 대한민국은 금융 위기를 극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복구의 선두에 섰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오염된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태안으로 향했다. 이 자원봉사자들이 ‘인간 띠’를 이루어 돌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검은 기름을 닦아냈던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홍익인간의 실천이었다. 

신오쿠보역 의인 김수현, 떨어진 배 주워주는 행인들 모두가 '홍익인간'  
2001년에는 의인 이수현이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추락한 취객을 구출한 뒤 사망하지 않았나. 일본 열도를 뒤흔든 이 사건에 전 일본인들이 감동했고, 일본의 개인주의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 뿐인가. 최근 들어서도 한국인의 의식 구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홍익인간의 이념은 행동과 실천으로 면면히 옮겨져 왔다. 

얼마 전 인터넷에 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배를 가득 싣고 달리던 트럭이 전복 사고를 일으키고, 도로는 트럭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온 배들로 뒤덮인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차들이 멈춰 선다. 차 밖으로 나온 운전자들은 배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른 체하지 않는 홍익인간의 풍토가 자리잡아왔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의 한 유튜브 영상도 유포됐다. 맹렬한 속도로 달리던 트럭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전복돼 차도에 귤이 산더미처럼 널브러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달려든 중국인들은 그것을 모아서 트럭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감염병 시대, 인류 협력을 위해 홍익인간 이념 더욱 필요해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은 조선시대 중기의 사상가였던 정여립이 부르짖던 ‘대동사상’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정여립은 천하가 임금이나 소수 양반들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백성의 소유라는 대동사상을 설파했다. 

정여립의 대동사상이 민중의 힘과 자각에 의해 실현된 곳이 동학이다. 세계 최초로 공화주의를 제창한 정여립의 대동사상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한울님’이라고 설파한 동학은 민중들의 대대적인 호응과 지지 속에 꽃을 피워 근대사의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그 정신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 

홍익인간은 절대 낡은 교육이념이 아니다. 2019년에는 홍익인간 교육이념 제정 7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을 정도로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학자들은 코로나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홍익인간의 이념이 더욱 필요한 시대임을 강조한다. 코로나 시대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람 대 사람이, 국가 대 국가가 대협력을 해야 하는 시대다.

백신 이기주의와 자국주의를 버리고 인류가 협력해야 함을 배워야 하는 이런 시대에 오히려 홍익인간을 교육 이념에서 뺀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홍익인간을 둘러싼 음모…역사 왜곡 세력이 있다?  
홍익인간이란 용어를 삭제하려는 것에는 또 다른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5년 개정된 한국사 교과서에 강화도 참성단 사진과 단군왕검의 어진을 대부분 삭제한 것을 이번 개정안과 연관해 추론해 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주류 역사학계는 단군왕검의 실존을 부정한다. 그동안 우리가 써왔던 단기(檀紀)도 틀릴지 모른다고 의혹을 품는다. 식민사관을 가진 역사학자들은 단기 2333년에 고조선이 건국했다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삼국유사가 인용한 고기(古記)에서 나온 말이며, 신화에 가까운 비과학적인 용어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거기에 국회의원들의 '홍익인간' 삭제 시도가 겹치면서, 이들이 갈수록 축소되고 왜곡되는 우리 상고사를 아예 말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이 쓴 '홍익인간' 휘호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이 쓴 '홍익인간' 휘호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대한민국 건국이념 짓밟아선 안 돼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삼국유사](1281)와 [제왕운기](1287)에서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의 건국 과정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다. 그리고 홍익인간의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이념이 됐다. 

대한민국은 그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면서 그들의 철학은 버려야 하나? 김구 선생, 조소앙 선생 등이 민족과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 주장한 홍익인간 이념을 이렇게 후손들이 무참히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나도 일찍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했거니와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라고 했다. 그 마음이 바로 홍익인간이다.

BTS가 전 세계에 끼친 선한 영향력 역시 다른 말로 홍익인간 이념의 구현이다. 그들의 메시지 또한 전 세계를 향한 교육이다. 홍익인간을 빼면 우리 교육의 지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단군', '홍익인간' 사라진 교과서부터 되돌려야  
개정된 국사 교과서들 중에 '동아출판 중학역사2'만이 유일하게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을 적었고, 그 외에 대부분의 국사 교과서에서는 홍익인간을 찾아볼 수가 없다. 교육이념으로 나오는 홍익인간을 국사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배울까?

홍익인간을 우리 교육에서 지우는 것은 우리 민족정신을 지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교육기본법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홍익인간의 이념을 더욱 굳건히 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적극 펼쳐가야 한다. 그 첫 발로 단군과 홍익인간이 사라진 교과서부터 되돌려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침탈 시도로 우리 역사를 지키는 것이 특히 중요해진 이때, 오히려 마치 그들을 도와주기라도 하듯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와 철학과 정신을 지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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