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어린이 대상 '2022 어린이의 학습과 쉼' 조사 결과 발표
- 어린이 53% "적당한 수업 시간은 5교시"   
- 어린이 10명 중 4명 "학교 쉬는 시간 부족" 
- 여가 시간 2시간 미만 '10명 중 4명' 
- 사교육 받는 어린이 10명 중 4.5명 "부모님이 원해서 학원에 가요"   

*사진 출처=연합뉴스  
*사진 출처=연합뉴스  

전교조, 어린이 대상 '2022 어린이의 학습과 쉼' 조사 결과 발표 
어린이 절반 이상은 저녁 6시 이후 귀가하고, 사교육 학원을 2개 이상 수강하는 등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절반 이상이 6학년 기준 주4회 6교시로 진행되는 현행 수업 시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적당한 수업시간으로 꼽은 시간은 5교시였다. 또한 공간적 제약, 열악한 환경 등으로 인해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어린이의 비율이 10명 중 4명에 육박했다.   

어린이의 절반은 하교 후에도 쉬거나 놀지 못했다. 여가 시간을 2시간 이상 누리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10명 중 4명 이상이었다. 교내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도 '학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어린이 열 명 중 아홉 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과목은 국, 영, 수, 지역은 수도권으로 편중 현상이 있었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는 고학년은 부모님의 권유, 저학년은 어린이 스스로의 흥미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어린이 53% "적당한 수업 시간은 5교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어린이날 100주년에 즈음해 초등학교 4·5·6학년을 대상으로 ‘2022 어린이 생활과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의 학습과 쉼'에 대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의 53.5%는 하루 5교시 수업이 ‘적당한 수업시간’이라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6교시라고 답한 학생 비율은 25.9%였다.   

현재 초등 수업시수는 1~2학년 23시간(주 3회 5교시), 3~4학년은 26시간(주 4회 5교시, 주 1회 6교시), 5~6학년은 29시간(주 4회 6교시)으로 설문 대상인 5~6학년의 경우 6교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5교시 수업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어린이 설문결과는 초등 수업시수를 1~2학년 21시간, 3~4학년은 24시간(주 4회 5교시), 5~6학년은 27시간(주 2회 6교시)으로 감축하길 요구하는 교육과정 관련 교사 설문 결과와도 일치한다.  

■ 적당한 학교 수업시간 설문 결과 

어린이 10명 중 4명 "학교 쉬는 시간 부족" 
학교 쉬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는 38.7%에 달했다. 특히 지역 격차가 두드러졌는데 서울과 대전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51.4%, 50.7%로 절반을 넘어섰다.   

과밀학급, 거대학교가 많은 도시 지역 학교특성을 고려할 때 학생들이 교실 공간 및 화장실 부족 등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인해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응답 어린이 10명 중 9명(90.7%)은 교실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운동장, 놀이터, 강당 등 비교적 신체 활동이 자유로운 공간을 찾은 학생은 12.7%에 불과했다.  

쉬는 공간은 도농 격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울의 경우 교실에서 머무는 학생 비율과 운동장, 놀이터, 강당에서 보내는 학생 비율이 각각 95.1%와 8.4%로 11배 이상 차이가 났지만, 전남은 각각 82.1%와 94.8%로 교실 밖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학생 비율이 더 높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방역이 강화된 수도권과 달리 확진자 수가 적었던 지역의 경우 학생 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타 의견을 살펴보면 ‘놀지 못한다.’, ‘운동장, 놀이터, 도서관, 강당을 쉬는 시간에 못 가게 하는데요?’라는 속내를 털어놓은 어린이들이 있었다.   

하교 후에도 놀지 않는 어린이 '10명 중 4명' 
하교 후에도 어린이 10명 중 4명(43.2%)은 놀지 않았다. ‘집’에서 논다고 답한 어린이도 20.9%였다. 코로나 시기 감염 위험 등으로 어린이의 놀이가 줄어든 것이다.   

어린이들은 노는 장소로 동네 놀이터(41.2%), 학교 운동장(21.5%), 편의점이나 분식집(16.6%)을 꼽았다. 청소년 공공시설을 찾은 어린이는 2.2%에 불과해 어린이가 도보로 갈 수 있는 근접거리에 더 많은 공공시설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 의견으로는 ‘학원에 가기 위해 놀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학원에 가야 해서 방과후 수업 못 해요"   
어린이의 절반 이상인 55.8%는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4학년 46.3%, 5학년 50.6%, 6학년 62.4%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비율도 높아졌다.   

어린이들은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학원에 가기 위해서(63.9%)’를 꼽았다. ‘배우고 싶은 것이 없어서(23.0%)’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교육 당국은 돌봄과 연계한 방과후 수업 확대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학교는 방과후 수업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 상황에 맞는 방과후 수업, 마을 돌봄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인 방과후학교 확대·강화는 재고되어야 한다.  

■ 방과후 수업을 참여하지 않는 이유 설문 결과  

사교육 받는 어린이 10명 중 4.5명 "부모님이 원해서 학원에 가요"   
10명 중 9명의 어린이는 사교육을 하고 있었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어린이는 11.9%에 불과해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린이들이 사교육을 하는 과목은 영어와 수학이 각각 71.9%와 65.5%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였고, 국어·논술이 36.9%로 뒤를 이었다. 초등 고학년부터 소위 주요 과목으로 불리는 국영수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사교육도 지역 격차를 보였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어린이의 비율은 도시 지역과 농산어촌이 각각 10.1%와 26.4%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사교육을 3개 이상 하는 어린이의 비율 역시 도시는 40.3%, 농산어촌은 15.0%로 도시 지역 어린이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았다.   

사교육을 하는 이유로는 ‘부모님의 권유’와 ‘배우고 싶어서’가 각각 45.6%와 45.1%로 비슷한 비율을 나타냈다. ‘학교 수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답변도 39.6%였다.   

사교육 이유가 ‘부모님 권유’인 어린이의 비율이 높은 과목은 과학(53.0%), 수학(51.7%), 영어(51.6%), 국어·논술(49.4%) 순으로 소위 주요 과목이 모두 포함되었지만, ‘배우고 싶어서’인 어린이들은 음악·미술(63.8%), 체육(58.5%), 컴퓨터(49.5%) 순으로 예체능 및 교과 외 활동이 차지하였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부모님 권유’ 비율이 커졌고(4학년 37.9%, 5학년 43.7%, 6학년 49.5%). 저학년으로 갈수록 ‘배우고 싶어서’의 비율이 커졌다(4학년 55.5%, 5학년 43.9%, 6학년 41.7%). 학년이 올라갈수록 본인의 의지보다는 부모님의 요구에 따라 학원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 사교육 개수 설문 결과 

여가 시간 2시간 미만 '10명 중 4명' 
어린이 10명 중 6명(57.3%)은 사교육 등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어른들의 퇴근 시간과 비슷한 오후 6시 이후라고 답했다. 6학년의 경우 36.4%가 저녁 식사 시간을 넘긴 오후 7시가 되어야 모든 일정이 끝났다.   

여기에 하루 한 시간 이상 학원 숙제를 하는 어린이는 53.0%로 절반을 넘어섰고, 2시간 이상이라 답변한 어린이도 20.6%였다. 오후 6시가 넘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한 뒤 1~2시간씩 학원 숙제를 하는 어린이들의 학습 노동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위와 같이 방과후에도 사교육, 숙제 등 빽빽한 일정 속에서 어린이의 17.1%는 평일 여가 시간이 1시간도 안 된다고 답했다. 여가 시간 2시간도 누리지 못하는 어린이까지 포함하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6%였다.   

■ 귀가 시간 설문 결과 

"친구랑 놀고도 싶고 쉬고도 싶어요"   
어린이의 68.2%는 여가 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꼽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원격수업으로 어린이들의 기기 접근성이 높아졌고, 놀이 문화 역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사이버 공간으로 옮아가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59.9%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친구와 놀거나 운동’을 원했다.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제대로 놀지 못하고, 신체 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을 반영한 답변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관계 맺기에 대한 요구가 드러나는 ‘수다 떨기’에 답한 어린이 역시 33.0%에 달했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46.9%의 어린이는 ‘휴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40.5%는 ‘음악감상이나 독서 등 취미 생활’을 원한다고 답해 혼자만의 여유시간 역시 원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가족과 함께하기’, ‘보기에 제시된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많았다. ‘친구와 놀고 싶지만, 친구가 학원에 있다’는 답변은 사교육에 쫓겨 충분히 놀 시간이 없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여가 활동은 친구와 하고 싶다는 비율이 78.7%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혼자 놀고 싶다는 답변 역시 39.8%로 뒤를 이었다. 여유롭지 않은 여가 시간, 어린이들은 친구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과 혼자 여유 있게 쉬고 싶은 마음이 혼재되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나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어린이의 61.1%는 ‘어머니’라고 답했다. 친구와 아버지가 각각 55.5%와 41.0%로 뒤를 이었다. 반면 어린이 10명 중 1명(11.2%)은 고민과 걱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해 마음 기댈 곳을 찾지 못한 어린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우리 정부에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교육시스템 내의 경쟁을 완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여가 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아동의 놀 권리와 쉴 권리 보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린이의 절반은 하루에 2시간의 여가 시간도 없이 6시까지 학원으로 뱅뱅 돌고 있다. 정시확대,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 철회 등을 예고한 윤석열 정부의 더욱 굳건해진 경쟁 교육시스템 앞에서 어린이의 쉴 권리와 놀 권리의 보장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민선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초등학교의 일제고사 폐지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줄 세우지 않는 교실에서 교육과정 운영도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의 입시경쟁교육이 해소되지 않으면 초등학생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선 실장은 “새 정부에서 경쟁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어린이들의 삶을 위해서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월 15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에는 전국 1,841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설문결과는 5월 3일과 4일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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