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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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사회/과학을 요약해 가르치지 않은 이유
“중간고사였는데 내가 사회와 과학을 가르쳐줬어. 교과서를 보며 요약 노트를 만들었는데 시간 엄청 걸리더라. 이틀이나 새벽 2시까지 했어.”
명절에 만난 첫째 동생이 말했다. 동생도 맞벌이 엄마이다. 동생은 일찍 결혼해서 조카가 초등 4학년이었고, 우리집은 애를 늦게 낳아 아직 3세 즈음이었다. 동생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와, 대단하다. 근데 맞벌이 엄마가 뭔 새벽 2시까지 애 공부를 위해 그러냐?”
워낙 친하고 편한 동생이라 편하게 말했다. 엄마표 영어나 엄마표 수학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영어를 못하고 수학도 못하는 데다가 맞벌이에 습관 젬병이라 엄마표는 생각도 안 해봤다.

우리집 애들이 유아일 때, 지인 중에 자녀를 중2 때까지 학원을 전혀 안 보내고, 엄마는 영어, 이과 출신인 아빠는 수학을 가르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맞벌이고 아빠는 꽤 규모가 큰 중소기업의 경영자였는데, 사교육 없이 키우기 위해 각자 일주일에 두 번씩 시간을 내어 가르치는 것을 보고 감탄한 기억이 있다. 엄마표도 아빠표도 좋다.

그런데 국어, 사회, 과학 같은 과목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내 동생처럼 부모가 이런 과목의 교과서를 공부해서 요약하여 가르치는 경우를 더러 본 적이 있다. 초등 4~6학년뿐만 아니라 중학 1~2학년의 국어, 사회, 과학, 역사 같은 과목을 부모가 교과서를 보고 유튜브를 찾아 들으며 공부하고 요약해서 가르치기도 한다.

지식보다 학습력 자체가 중요하다
학습력은 모르던 무언가를 습득하는 능력이다. 학교에 가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물론 그 연령대에 배워야 할 지식을 익히는 것이지만, 한편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력 그 자체를 키우는 과정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식을 물고기라고 한다면, 아이의 학습력 그 자체는 ‘물고기를 잡는 법’이다. 아이한테 물고기 100마리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장차 더 낫다.

부모가 과목을 요약해서 가르치면 당장의 성적은 더 잘 나올 수 있지만, 만약 아이의 공부하는 힘, 학습력 자체가 커지지 않으면, 결국 학년이 더 올라갔을 때 벽에 부닥치게 된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5학년 때, 초등 5학년이라면 중학 1~2학년 때, 중학생이라면 고등 때 다시 벽 앞에 서게 된다. 그러니 아이가 벽을 스스로 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교과서를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으며 이해하는 것이다. 교과서 낭독은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언덕이 나왔을 때는 질러 넘어야 한다. 그래야 평지가 나온다. 언덕을 넘기가 힘들다고 돌아가면, 결국 더욱 큰 언덕을 만나게 되어 있다.

급하게 판을 깔 때
그런데 초등 5~6학년, 중학생이면 교과서를 소리내어 읽으라고 해도 안 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리 부모가 시 등을 낭독하는 모습을 몇 번이라도 보여줘서 판을 깔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집 문과형 아이는 부모가 이렇게 판을 깔아주고 으쌰으쌰 하면서 기분을 맞춰주면 해보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집 이과형 아이는 초등 저학년 때도 자기가 납득이 안 가면 단호하게 거절했다. 판을 깔아주면서 적당한 때에 과학적 지식을 들어 근거를 얘기해줘야 효과가 있었다. 이런 유형의 아이는 근거를 얘기해 줘야 한다. 이 책에 과학적 연구결과를 더러 소개한 이유이다.

또는 딱 한 과목, 이를테면 국어 교과서의 시나 짧은 글 낭독을 권해 볼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다행스럽게도 낭독을 하면 뇌가 활성화되고 산책할 때처럼 기분이 전환되기에 일단 몇 번이라도 하다보면 익숙해질 수 있다.

시험 때 교과서를 소리내어 읽게 되면, 시간이 걸려 문제집을 풀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어차피 초등, 중학 성적은 대입에 별 소용없다. 이 시기에 기초 체력을 차근차근 다지는 것이 나중에 더 멀리 뛸 수 있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아이가 평생 가져갈 문해력이라는 통장에 적금을 붓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강의식 공부법, 왜 장기기억으로 잘 가나?
학습이란 뭔가 새로운 것을 익혀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과정이다. 단기기억은 뇌에서 몇 초에서 몇 분 정도 있다가 훅 지나가버리지만, 일단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면 뇌에 새로운 신경회로망이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장기기억으로 더 많이 보낼까?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한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가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켄트로사우루스 같은 어려운 공룡 이름을 잘 외우는 이유이다. 공부는 되도록 재미있게 해야 한다. 우리집 문과형 아이가 거실에서 중1 때 강의식으로 공부하면서 선생님 흉내를 내며 “손들어 보세요~”, 이러길래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웃은 기억이 있다.

둘째, 기존의 알던 지식과 연결되어야 더 잘 기억된다. 이게 무척 중요하다. 쉬운 예를 들면, 아이가 white board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났다면 “우리집에 있는 화이트보드가 바로 이거야. 하얀 판자잖아”, 이렇게
새로운 단어(지식)를 기존에 알던 지식에다가 연결고리를 걸어주면 장기기억으로 가기가 더 쉽다.

셋째, 요란하게 공부해야 장기기억으로 잘 간다. 일반적으로 수동적 공부법일수록 뇌가 덜 활성화된다. 아이들이 공부를 요란하게 해야 뇌의 이곳저곳이 더 활성화되고, 그래야 연결고리가 더 많이 생기고 장기기억으로 더 잘 간다.

자습, 즉 혼자 공부하기와 강의 듣기 중에서 어떤 게 더 능동적인 공부법일까? 자습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강의를 들을 때보다 자습을 할 때 뇌가 더 각성됐다. 심지어 강의를 들을 때는 뇌의 활동이 수면 때보다 덜 활발했다. TV를 시청할 때처럼 말이다.
강의식 공부법은 강의 듣기나 교과서 묵독, 교과서 낭독보다 훨씬 적극적인 공부법이다.

강의식 공부법의 네 가지 장점
첫째, 아이가 학생(인형이나 부모)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주려면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교과서를 소리내어 읽을 때도 더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해가 안 되면 그 부분을 반복해 읽게 된다.
둘째, 강의를 하려면 요점정리도 해야 하니, 이때 글의 얼개와 핵심을 한 번 더 체크하게 된다.

셋째, 아이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어렴풋하게 알던 것을 ‘아하’ 하고 더 충분하게 이해하게 된다.
넷째, 아이는 강의를 할 때, 학생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같은 말을 넣어가면서 기존에 알던 지식을 가져와 자꾸 연결하려고 든다. 그러므로 공부한 것이 장기기억으로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요란한 공부법이 꼭 강의식 공부법일 필요는 없다. 우리집 아이들도 요점정리와 오답노트를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런 것이 요란한 공부법의 예이다. 하지만 우리집의 경우 강의식 공부법이
핵심이었다. 단순히 학교 시험공부만이 아니라 문해력, 수행평가력까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통합적 공부법이기 때문이다.

공부의 정석 + 알파
강의식으로 공부하려면 일단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낭독은 읽는 속도가 느리다. 영미권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 입학생의 경우 묵독으로 읽을 때는 잘하면 1분에 600단어 정도를 읽지만, 낭독을 하면 잘해도 1분당 152~153단어를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자체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학교 공부의 정석이다. 만약 아이가 우리집의 한 아이처럼 제 학년 교과서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들더라도 낭독을 해서라도, 읽기의 기초 체력을 키우면서 스스로 이해해 보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초등 때부터 문제집 선택을 맡긴 이유
우리집은 문제집 선택을 좀 일찍 애들에게 맡겼다. 초등 3~4학년 즈음부터 서점에 가면 부모는 부모가 볼 책을 고르고, 아이들은 참고서 코너에서 각자 자기 맘에 드는 문제집을 골랐다. 그리고 부모가 있는 코너로 와서 다 골랐다고 하면 가서 계산해줬다.

설혹 아이가 선택한 문제집이 좀 별로라고 해도(엄마가 초등 문제집 시리즈들의 특성을 몰랐다), 너무 아닌 책이 아닌 바에야 어차피 차차 길을 찾아 갈 거라 생각했다. 엄마가 이런 식이니, 아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 버릇했다. 이는 메타인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해와 표현이 더 중요하다
강의식 공부법은 ‘이해’와 ‘표현’에 투여되는 시간이 많다. 소리내어 읽기, 요점정리,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 중학까지 우리집 아이들이 사는 문제집 권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중학 때는 기출문제를 좀 풀고, 주요 과목만 한 권 정도씩 샀는데, 시험 전까지 그것도 다 못 풀 때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에 따라 성적이 덜 나올 수는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차근차근 이해하며 정석을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위 내용은 평범한 직장인 맞벌이 엄마가 성장이 느린 아이들을 교육해 서울대에 입학시킨 김선 님의 이야기이다. 저자 김선은 자녀들이 서울대에 가게 된 힘은 '문해력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선님이 얘기하는 소리내어 읽기 방법, 모르는 문제 두번 낭독법, 강의식 공부법 등등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법이다.  그것을 실천하게 해주는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책명: 국어머리 공부법(김선, 스마트북스 출판)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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