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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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되도록 집에 물건을 많이 들여놓지 않는다. 안 그래도 엄마가 습관 젬병인데, 물건이 많아지면 정리정돈, 청소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집에서 여느 집에 비해 개수가 많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화이트보드, 즉 칠판이다.

유아 때부터 화이트보드 개수를 늘린 이유
애들이 중학 때 우리집에는 화이트보드가 여섯 개 있었다. 복사지보다 조금 큰 것, 60×120cm 사이즈 두 개, 90×120cm 사이즈 두 개, 그다음 120×180cm의 꽤 큰 것도 한 개 있었다. 쌍둥이다 보니 이렇게 됐다.

유아 때는 세 개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나 엄마가 얘기를 들려주거나 뭔가를 설명할 때 쓰기도 했다. 장차 한글을 배울 아이들을 위해 부모의 쓰기 행위를 보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초등 1~2학년 때는 공부습관을 잡는 데 사용했고,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화이트보드의 개수를 늘렸다.

초4, 요란한 공부법 1단계
초등 4학년 어느 날,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친다기에 아이들에게 공부법을 알려줬다. 아주 간단했다.

1. 교과서를 소리내어 한 번 읽는다.(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반복해서 낭독한다.)
2. 이때 읽은 글에서 ‘중요한 것’에 밑줄을 친다.
3. 앞에 인형을 갖다놓고, 네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화이트보드에 간간히 써가면서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각자 교과서를 소리내어 읽으며 공부를 좀 한 다음에, 거실에서 가르치는 시범을 했다. 우리 부부는 첫날은 거실에 앉아 학생 노릇을 하며 충실하게 듣고 질문도 했다. 그다음 날부터는 부모가 시간이 되면 학생 노릇을 해주고, 시간이 없으면 옆에서 빨래를 개거나 방을 닦거나 하다가 반응을 보여줬다. 이 며칠의 과도기 이후에는 알아서 하게 뒀다.

하지만 이후로도 부모가 피드백을 할 수 있었다. 요리나 설거지,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하느라 왔다갔다해도, 아이가 거실이나 베란다 등에서 무엇을 강의하고 있는지 보고 들리기에 가끔 피드백을 하기가 쉽다.

이 방법은 부모 입장에서 공부법 정착 초기에 엄청 편하지는 않다.
이럴까 봐 분명 ‘인형’을 앉혀놓고 하라고 했는데, 간혹 부모가 앞에 앉아 있길 원하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아빠는 진득한 성격이라서 잘 끌려가고, 엄마는 되도록 눈에 안 띄는 곳에 숨어 혼자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엄마가 눈에 안 띄면 그냥 두는데, 어떨 때는 들키거나 아이가 기어코 찾아내기도 했다. 엄마는 들키면 당당하게 굴면서 공부는 너희들이 하는 것이고, 엄마도 엄마 시간이 필요하다며 막 도망치는 척하거나 앙탈을 부리다 끌려나오며 웃었다. 그러면 애들은 엄마를 잡아끌고 가면서 재미있어 했다.

요란한 공부법 2단계
2개월쯤 후, 기말고사 공부를 할 때 한 단계를 더 추가했다. 시범을 보인 것은 아니고, 이런 과정을 추가하면 좋다고 말해주고, 문구점에 같이 가서 각자 원하는 노트를 사줬다.

1. 교과서를 소리내어 한 번 읽는다.(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반복해서 낭독한다.)
2. 이때 읽은 글에서 ‘중요한 것’에 밑줄을 친다.
3. 노트에 요점을 정리한다. 2번 과정에서 ‘밑줄을 친 중요한 것’을 쓰면 된다. 이게 힘들면, 처음에는 노트의 한 페이지에 중요한 단어만 죽 적어도 좋다. 요점정리를 하면 강의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4. 이제 앞에 인형을 갖다놓고, 네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화이트보드에 간간히 쓰면서 가르친다.

이렇게 방법을 가르쳐줬고, 이과형 아이는 그 시절 요점정리를 하고, 문과형 아이는 잘 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런 공부법이 줄기로 정착되었다.

아이들이 공부법을 자기에 맞게 변형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은 공부법을 자기에게 맞게 변형했다. 이해력이 좋은 편인 이과형 아이는 중학 2학년 2학기가 되자, 교과서 소리내어 읽기를 스스로 줄여갔다. 낭독 과목을 줄이고, 낭독을 안하는 과목은 공부를 하다가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싶은 부분만 낭독했다. 대신 교과서를 읽은 다음에 요점정리 노트는 꼭 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를 이용한 강의식 공부는 중학 2학년 때까지는 많이 했고, 이후는 줄어들었다. ‘모르는 문제 두 번 소리내어 읽기’는 비교적 일찍인 초등 5~6학년 때 그만두었는데, 오답노트 쓰기로 바꿔 습관화했다.

이해력이 별로인 다른 아이는 중학 때도 스스로 교과서 소리내어 읽기를 많이 했다. 중학 1~3학년 내내 계속했다. 시험공부를 할라치면, 이 아이는 일단 교과서 소리내어 읽기부터 시작했다. 국어, 영어, 사회, 과학, 도덕, 미술, 체육 등 거의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낭독했다. 강의식 공부법도 꾸준히 유지했다. 강의식 공부법을 하려면 필요하니 요점정리도 당연히 했다.

이 아이는 고등학교 때도 이런 습관을 꽤 유지하다가 성적이 확 오르던 2학년 정도가 되어서 화이트보드는 별로 안 쓰고, 강의식 공부법은 말로 설명하는 식으로 자리잡았다. 이 아이는 거실, 베란다, 자기 방에서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사람 없는 곳, 이를테면 단지 내의 야외 농구장 같은 곳에서 몇 시간씩 걸어다니며 교과서를 낭독하고 강의를 하다가 들어오곤 했다.
 

위 내용은 평범한 직장인 맞벌이 엄마가 성장이 느린 아이들을 교육해 서울대에 입학시킨 김선 님의 이야기이다. 저자 김선은 자녀들이 서울대에 가게 된 힘은 '문해력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선님이 얘기하는 소리내어 읽기 방법, 모르는 문제 두번 낭독법, 강의식 공부법 등등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법이다.  그것을 실천하게 해주는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책명: 국어머리 공부법(김선, 스마트북스 출판)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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