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 교수팀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이 인간의 인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과제를 하기 전에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한 그룹이 기분이 나빠지는 활동을 한 그룹보다 과제 수행 시 창의력, 사고력 등이 더 높게 나타났다.

한마디로 아이가 독서나 공부에 부정적 감정을 가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20세기에 신경과학계는 인간은 ‘감정’이 없으면 판단과 선택을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감정이 없으면 인간의 이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집은 아이들의 ‘감정’에 주목했고, 유아 때의 독서교육부터 이 점에 신경썼다.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1,000권을 읽어주는 것보다 ‘책 읽는 행복함의 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쁨의 전이는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쁨의 전이
돌이켜보면, 우리집은 운이 좋았다. 아이들이 독서와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때와 엄마의 때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2008년 초반, 집을 갈아타기 위해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는 줄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경제위기에 관한 글을 여러 번 보게 됐다. ‘잘못 판단하면 손해가 크고 고생이 심하겠다.’ 2008년 2월 즈음부터 닥치는 대로 경제글과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경제지식이 전혀 없으니 모르는 용어투성이에 읽어도 뭔 말인지 통 모르겠고, 읽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때는 유튜브가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경제 관련 동영상도 없었다. 경제 용어들이 지금처럼 순화되지도 않은 때였다. 영미권 어휘 연구자들에 따르면, 텍스트에서 아는 단어가 85%는 되어야 좀 힘들게라도 읽을 수 있다는데, 당시 나는 경제 텍스트에서 아는 단어의 비율이 이보다 적었고, 설혹 아는 단어가 많은 문단도 배경지식이 거의 없으니 읽어도 뭔 뜻인지 제대로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1년 반쯤 후, 어느 날 문득 그렇게 힘들었던 경제글 읽기가 ‘와,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공부가 이렇게나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등 한문 시간에 배웠던 공자의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란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와, 이래서 이 말이 2,500여 년이나 살아남은 거구나, 공부가 이렇게나 재미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초등 2학년 애들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됐다.
“엄마가 해보니 공부가 진짜 재밌더라.”
진심이었다.
“하다 보면 재미있어져.”
우리가 얼굴을 보고 의사소통을 할 때, 말의 내용(verbal)은 30% 정도 영향을 주고, 목소리의 톤이나 얼굴 표정 등 비언어적(non-verbal) 요소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진심이어야 아이들의 감정에 전달된다.

학창 시절, 어떤 과목 ‘하나’는 기차게 재미있었을 수 있다. 또는 살면서 뭔가를 배우면서 엄청 몰입하고 즐거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부를 꼭 학교 공부로 볼 필요 없다. 나는 사람이 살면서 ‘뭔가를 배우는 것’은 다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애들에게 말할 때도 일부러 뭔가를 배우는 행위를 그냥 ‘공부’라는 단어로 자주 표현한다. 그것이 학교 공부든, 책이든, 피아노든, 자전거든, 미술이든, 주말농장에서 토마토 키우기든, 뜨개질이든, 배움과 익힘이 들어가는 것은 다 공부이다.

그것을 배우고 익힐 때의 너무나 행복했던 그 순간의 감정, 그 기쁨을 애들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오늘 엄마가 ○○를 배웠는데 너무 재밌더라. 역시 공부는 재밌어.”
그 말을 할 때 부모가 진심이어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 우리가 살면서 뭔가를 배울 때 ‘진심’이었던 순간을 찾으면 된다.

교과서, 수업, 선생님의 전이
“요즘 교과서 어쩜 이리 잘 만드냐.”
우리집 애들에게 제법 했던 말이다. 신학기라 교과서를 받아오면 넘겨보며 구경하면서 자주 하던 말이다. 교과서에서 구체적으로 맘에 드는 점을 콕 짚어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눈엔 요즘 교과서 잘 만들고 좋다.
아이들이 초등 3~4학년 즈음부터 문제집을 스스로 고르면, 집에 와서 넘겨보며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색깔 좋다. 난 이런 색이 예쁘더라.”
“나도 이렇게 문제가 안 많고 깔끔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문제집이 좋더라. 완전 내 스타일이야.”
그러면 애들이 좋아라 하고, 우리는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문제집 스타일에 대해 수다를 떨곤 했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식탁으로 불러 한 가지를 말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엄마가 뭘 잘 모르잖아. 요즘 대입은 학종 관리도 중요하다던데…. 딱 한 가지만 말할게.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의 수업을 아주 열심히 들어. 눈을 반짝반짝 하면서 말이야. 선생님들도 사람인데, 자기 수업을 언제나 열심히 듣는 애는 눈에 안 들어올 수가 없어. 이것 하나만 잘해도 학종이니 세특이니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갈 거야.”

그리고 하나를 덧붙였다. 이것은 중학교 때부터 하던 말이다.
“아, 참, 절대 수업 시간에 딴 공부를 하지 마. 예의 없는 짓이야. 급하다고 음악 이론 시간에 수학 시험공부를 하는 짓 하지 마. 국어, 사회, 경제, 정보, 과학, 도덕, 음악, 미술, 체육 이론 등 모두 교양인의 기본 과목이야. 너희들이 성인이 되어서 교양을 배우려면 비싼 강의료를 내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배워야 해. 그러니 나라에서 가르쳐줄 때 소중히 생각하고 열심히 들어.”

이런 말도 초등 때부터 하던 말이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듣는 수업에는 다 세금이 들어가. 시골의 가난한 할머니들이 라면을 사시면서 낸 소중한 몇 백 원을 모으고 모아서 너희들을 가르치는 거야. 그러니 이왕 학교에 가서 수업 듣는 것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들어.”

엄마가 교과서가 좋다고 감탄하면, 아이의 맘에 교과서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생긴다. 아이가 고른 문제집의 색깔이 좋다고 하면, 아이가 으쓱해지고 문제집이 왠지 더 예뻐 보인다. 수업과 선생님에 대한 긍정적 감정도 아이에게 전이된다. 이성 이전에 감정이다.

지루한 구간을 지날 때
내가 대학 1학년 2학기일 때, 필수 교양 체육으로 테니스를 한다고 했다. 운동신경 젬병,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코트에서 헛팔질을 하며 엉거주춤 공을 따라다닐 생각을 하니 주눅부터 들었다.

그런데 수업은 내 예상과 달리 진행됐다. 두 달을 테니스장들 한 켠에 있는 벽만 쳤다. 틈틈이 혼자 연습했는데 힘들고 지루했다. ‘왜 맨날 벽만 치라는 거야?’ 그래도 계속하니 좀 재미있어지고, 벽을 칠 때 뭔가 리듬이 느껴졌다.

두 달 후, 드디어 네트 앞에 섰다. 그런데 시야가 트이고 테니스장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수업 첫날, 네트 앞에 잠깐 섰을 때는 테니스장이 커 보이고 암담해 보였는데 말이다. 이제는 공도 보였고 할 만했다.

나는 그때의 경험으로 20대 때부터 일이 너무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땐, 테니스 벽치기를 생각하며 버티곤 했다.

우리집 공부법 중에서 ‘소리내어 읽기’는 테니스 벽 치기에 해당된다. 초등 고학년, 중학 때 성적이 잘 안 나오더라도 우리집은 계속 벽을 치고 있었다. 애들에게도 그날 느꼈던 그 강력한 감정을 전달하려 했다.

“와, 같은 공간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도 있구나, 놀랐어. 뭔가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반드시 지루한 ‘반복’ 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 재미 없고 지겹고 힘든 구간을 넘기면 반드시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확 와. 운동도 취미도 음악도 공부도 일도 다 그래.”
이 얘기는 우리집에서 ‘벽 치기’란 이름으로 불린다.

누구든 삶에서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에 느낀 부모의 감정을 기억에서 퍼 올려서 애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자율학습 습관은 아이의 자기 효능감과 공부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이때 부모의 긍정적 감정을 넣어 전이해주면 습관이 한층 강해진다. 가만히 오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삶에서 이런 경험을 찾을 수 있다. 그 진심이었던 순간의 감정을 뽑아내어 전이하면 된다.
 

위 내용은 평범한 직장인 맞벌이 엄마가 성장이 느린 아이들을 교육해 서울대에 입학시킨 김선 님의 이야기이다. 저자 김선은 자녀들이 서울대에 가게 된 힘은 '문해력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선님이 얘기하는 소리내어 읽기 방법, 모르는 문제 두번 낭독법, 강의식 공부법 등등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법이다.  그것을 실천하게 해주는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책명: 국어머리 공부법(김선, 스마트북스 출판)  


 

사춘기인 중고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녀와의 감정전달이다. 자녀는 학부모 말을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학부모는 할 말이 가장 많은 때가 이때이다. 이런 감정전달을 하는데 있어서 둘의 교감이 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공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감정전달은 교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 
드라마이든  예능이든 좋다. 뭐든지 하나의 끈을 만들어놓자. 그것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는 시기가 와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 
                                                                                -편집자주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80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종 대비법 완벽해설 '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 3' 자세히 보기 [배너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