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수능' 지시 후 초등 사교육 경감서 킬러문항 배제로 초점 학벌주의·노동시장 개선·공교육 살리기 등 근본 대책 빠져

[사진: 연합뉴스,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하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사진: 연합뉴스,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하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지난해 역대 최대에 달하는 사교육비 문제에 고심하던 정부가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까지 더해지자 26일 킬러문항 출제 배제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킬러문항 배제 외에도 수능 출제위원들의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영어학원의 편법 유치원 운영을 점검하는 등 '단속'에 초점을 맞춘 대책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사교육 문제는 대한민국의 교육열과 대학 입시 체제, 노동시장의 임금·근로조건, 저출생 현상 등과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데다, 결국 공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에 이날 발표된 대책들은 여전히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학생 줄어도 사교육비 증가…9년 만의 사교육대책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교육부가 이날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다시금 사회 문제로 대두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 3월, 전국 초·중·고교 약 3천곳에 재학 중인 학생 7만4천명가량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공동 실시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다.

조사 대상 사교육비는 초·중·고교생이 학교 정규교육 과정 외에 사적 수요에 따라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학원비·과외비·인터넷 강의비 등이다. 어학 연수비나 유아 대상 사교육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이보다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긴 학습결손과 돌봄 공백 등이 사교육비 문제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실제로 초·중·고교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27만2천원에서 2022년 41만원으로 50.9% 급증했다.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학원 대면 수업이 제한된 2020년에는 평균 30만2천원으로 전년(32만1천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수업이 재개되자 곧바로 급증(2021년 평균 36만7천원)했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자 정부는 결국 사교육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4년 수능 준비 부담 완화와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에 따른 선행교육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 발표된 지 9년 만이다.

교육계에서는 늘봄학교와 학교 예술·체육교육을 활성화해 돌봄 목적의 초등 예체능 사교육을 줄이고, 중·고교생 대상 학원은 교습비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과정에서 배웠다고 보기 어려운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라는 '공정 수능' 관련 발언을 강조하면서 사교육 경감 대책의 초점은 수능 출제 방향에 맞춰졌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교육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특히 대형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 수험생들에게 판매하고, 교육 당국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계속 킬러 문항을 출제하는 현실을 '사교육 카르텔'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근본 대책 아냐" 지적도…대학 서열화·노동시장 개편 필요성↑
그러나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무게중심이 쏠린 이번 대책으로 사교육비가 경감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상위권은 킬러 문항 때문에 사교육에 기대는 경우가 많지만 중위권 이하는 킬러 문항까지 모두 맞히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받지 않기 때문이다. 킬러 문항을 '핀셋' 제거할 경우 고교 최상위권 일부 사교육비는 낮출 수 있지만 나머지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낮아질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의지를 분명히 밝히려면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수능을 포함한 대입 개편의 문제를 함께 논의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능이 도입된 지 30년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문항이 간파된 부작용으로 킬러 문항이 출현했다는 시각에서다.

일각에서는 교육과정 축소로 인한 수능 시험 범위 축소와 문항 수 감소,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기존 수능 대책들이 변별력 확보라는 수능 목표와 상충하면서 킬러 문항 등장이 잦아졌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사교육을 잡기 위해선 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교육 외적인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서열이 여전히 공고하고 의대·명문대 졸업장이 고소득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사회 구조에서 더 나은 대학에 가려는 학생·학부모의 욕구는 자연스럽고, 이 같은 정당한 욕구에서 비롯된 사교육 필요성이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나 비정규직으로 노동 시장에 진입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도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글로컬 30으로 지역대학 30개가 정말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벌주의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학입시 사교육비 경감대책 주요 내용]
[사진: 연합뉴스, 대학입시 사교육비 경감대책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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