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과 배경지식은 세계적 흐름이다
-도대체 알고나 하는 소리냐?

[사진:유튜브 _스튜뷰 캡쳐]
[사진:유튜브 _스튜뷰 캡쳐]

이번 킬러문항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한마디를 보완수정하려다 보니 끝도 없이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킬러 문항,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정치적인 발언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이 이상의 혼란은 없다.

유튜브 스튜브에 올라와있는 영상의 댓글에는 학생들이 수능 모르는 어른들보다 더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하고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학생들이 쓰는 댓글에는 이번 논란을 일으킨 대통령과 교육부가 정신차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뜨겁다.

학생들의 댓글은 닉네임을 공개하지 않으며, 최대한 원글을 인용하기로 했다. 

학생 1: 킬러문제의 삭제도 멍청한 아이디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은 비문학의 무력화입니다. 이 부분을 좀 집중적으로 다뤄주셨으면 해요. 미국 sat 시험의 70%가 비문학이며 인지적성시험은 전 세계적 흐름인데 그걸 거스르려고 하는 정책의 실태를요.

학생 2: 애초에 수학능력평가는 국어 독서 같은 경우 낯선 지문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게 핵심이고 수학도 응용해서 처음보는 유형을 풀어내는 게 핵심인데...수험생 분들 혼란스러우시겠어요...ㅠㅠ 모두 화이팅하세요 저도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학생 3: 가끔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이 킬러문제 삭제면 중위권이 좋은 거 아니냐? 하시던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킬러문제가 없어지면 준킬러가 늘고, 그 전에는 '확실하게 풀 것만 풀고 가자'였던 분위기가 '시간이 너무 부족해 어떡하지??'라는 분위기로 바뀌게 됩니다. 오히려 중위권이 몰락한다는 거죠. 준킬러 증가로 이득 보는건 아무도 없거나 상위권 극히 일부 일겁니다. 안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중위권이 어느정도 몰락했다고 보는데 킬러문제도 사라지면 정말 몰락 하겠네요.

학생 4: 수능의 본질은 대학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제일 잘 드러나는 게 처음 보는 어려운 비문학 지문을 이해할 수 있는지 보는 거라 생각함. 현 고1인데도 온 학교가 이 문제로 어수선하다.. 쌤들은 그래도 직위가 있다보니 차마 쉽게 말하지 못하고 답답해하시거나 그냉 대놓고 분노하시고 급식실 가면 다들 화내고 있다.

학생 6: 수능 150일 남겨 놓은 중요한 시기에, 수능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는 작자들이 갑자기 뜬금없이 수능 난이도가 문제가 있다면서, 당장 짤라 당장 잡아들여 당장 바꿔하면서, 그동안 수능 준비를 해 온 모든 수험생과 그 학부모에게 고통과 혼란을 주는게, 이게 이 작자들이 국민에게 할 짓인가? 진짜 분통이 터진다.

학생 7: 지금은 아직 중학교 3학년이지만 킬러 문항을 삭제를 하는것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까 걱정이 됩니다. 수능이 코앞에 다가운 고등학교 3학년도 우려가 있을까 반대하는데 정부가 많은 심히를 기울여 잘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곳 수능을 볼텐데 수능이 좀 더 효과적이고 예전보다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생 8: 국어(언매)는 고정 97이상, 수학(확통)은 1등급 컷에 걸치고, 영어 고정 95이상인 지방에서 학교다니는 고3 현역입니다. 솔직히 어디가서 '나 공부좀 합니다' 할정도는 되는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안은 그냥 1년에 한번 경주같은 곳으로 소소한 여행을 다니고, 제 입시가 끝날 때 조금 무리해서 동남아여행을 계획중인 그냥저냥 살만한 중산층 집안입니다.

전혀 학생친화적인 정책이라고 생각될수가 없는게, 잘하는과목에서 1등급 맞아도 표준점수가 낮아질거고, 혹여 실수라도 한다면 본래는 한두개 틀려도 1등급 세이브가 되던 등급컷이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 2등급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도 일어나게 될것이며, 자신없는 과목에서 입는 표준점수 손실은 더욱 커질 것 같은데요.

모든 과목에서 고정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야 '실수만 안하면 되지 뭐'로 끝날 일이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있는 과목에서 표준점수를 최대한 땡겨오려고 하고 자신없는 과목에서 표준점수를 최대한 떨어지지 않게 해야하는 상황인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수능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학생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학생 친화적인 정책은 아닌 것 같네요.

애초에 기존 수능에서 1등급 내부에서의 표준점수 차이는 많지 않지만, 1등급의 점수분포가 촘촘해지면 촘촘해질수록 원점수 1점 1점이 표준점수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정1등급 학생들의 '어짜피 실수 안하면 돼'도 엄청나게 불편한 독백입니다.

고정 1등급을 받을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은, 짧은 인생 전체의 노력이 한번의 실수로 부정당하다니요. 그런 일이 기존 수능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가능성이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죠. 이미 2012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경험적 사례도 있구요. 점수분포가 상위권으로 촘촘해진다는게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이고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중간기말 내신을 지금까지 9번 겪은 고3학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있습니다.

암기할 수 없는 내신이라니요. 그냥 선지뽑기 게임 아닙니까? 내가 가장 분통이 터지는건 진지하게 수능을 준비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토해내는 역겨운 헛소리입니다. 수학킬러문항이 어려운거 인정합니다.

15, 22, 30번 문제, 이거 시간안에 푸는거 빡센거 맞습니다. 하지만 국어의 비문학, 영어의 31~40번 문항까지 싸잡아 '교수들도 풀기 힘들어하는 킬러문항이다'라며 '없어진다고 학생들이 무슨피해를 보냐'라고 말하는, 자신의 무지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말입니다. 국어의 비문학지문은 '가장 실력대로 나오는' 문항입니다.

말그대로, '글을 읽는 능력'에 따라 점수를 주는 분야입니다. 비문학 지문을 읽었는데 문제를 못푸셨습니까? 의심의 여지없이 당신의 실력부족입니다. 비문학 지문을 푸는데 배경지식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것입니다. 실력이 부족한데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문제를 못푸는경우? 저는 겪어본 적도 없고, 그런 학생을 본적도 없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단지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기가 버거워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며 도피한 것 뿐입니다. 곧 다시 학업에 정진하거나ㅡ 끊임없이 도망치거나 하겠죠. 단지 비문학 문제 그 자체는 정말 국어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깔끔합니다. 가히 문제로 하는 예술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겁니다.

영어 31~40번을 못풀면 1등급은 고사하고 2등급에도 들 수 없습니다. 작년 31~40번도 대부분 해외 석사지문에서 인용되었지만, 90점 이상인 1등급비율은 11%에 달했습니다. 그들이 막 뱉어내는 말과는 반대로, 학생들은 그럭저럭 잘 풀어냅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망발을 내뱉는지 화까지 납니다.

학생들은 '시간'이라는 저마다의 재화를 들여가며 수능을 준비합니다. 적게는 3년, 많게는 10년을 넘겨가며 부모님 콧대 한번 높여드리려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자신을 믿어준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저마다의 이유로 자신의 위치에서 대학 한번 잘가보겠다고 몸을 비틀었습니다.

수능이 누구나 풀지만 실수하면 한번에 인생 나락가는 선지뽑기로 바뀌어버리면 우리는 뭐가됩니까? 도박에 돈을 쏟아부은 도박꾼들과 수능에 온 시간을 쏟아부은 우리는 뭐가 다릅니까? 단 한가지 다른 것은 우리가 그꼴이 된건 우리의 자의가 아니라 화면 밖에서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정부의 무능함과 눈과 귀를 막고 무조건 찬성을 외치는 누군가의 역겨운 고집때문입니다.

학생 9: 딱 정리해서 알려드림
1. ‘킬러 문제를 없애야 하는 것은 맞지만 수능 5개월 전이라는 시기가 잘못되었다’ <<현 상황을 완전히 잘못 파악한 관점임. 다들 알겠지만 상대평가 특성상 시험이 어려운 건 그렇게 문제가 안 되어도, 쉬운 건 큰 문제가 됨. 그리고 이에 대한 보충설명을 2번에서 이어 가겠음.

2. 저들이 주장하는 ’교육 과정‘과 그걸 벗어난 ‘킬러 문항‘은 무엇인가? 26일에 교육부에서 발표한다고 하니 직접 보면 알겠지만,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없음. 단지 풀이가 복잡해서 ’어렵다‘ 그뿐이지. 다만 교육과정 해설서에 자주 등장하는 “—에 대한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는 출제를 지양한다”는 대목을 끌고 오면 나는 할 말이 없음. 그렇게 모호한 서술을 근거로 들면 뭐든지 킬러 문제 아닌가?

3. ’킬러 문제가 사교육을 조장한다‘ <<과탐 한정 맞는 말임. 사탐은 내가 직접 공부를 안 해 봐서 잘 모르겠고, 현재 과탐은 진짜로 사교육 없으면 힘듦. 여기서는 사교육의 문제풀이 스킬이 진짜 필요함. 공교육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사교육적 요소가 있는 게 내가 볼 때는 EBS인데, EBS 개념 강의랑 수특 수완 등등만 가지고 과탐 1등급? 난 진짜 힘들다고 봄.

근데 국어나 수학을 끌고 와서 ’교육과정 벗어난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 문제‘ 운운하는 사람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사람임. 국어나 수학은 상식적인 출제 범위를 넘어간 적이 없음. 특히나 수학은 국어와 다르게 배우는 범위가 한정되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넘어가면 딱 티가 남. 다만 여기서도 ’삼/사차함수 그래프의 비율 관계‘ 같은 거를 가지고 교육과정을 넘어갔다고 하면 나는 또 할 말이 없음.

그러면 너는 미분법 왜 배우니? 도함수 안 구하고 일일이 극한값 계산해서 미분계수 구하면 되지 않니? 비유였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니?

4. 사교육 업계와 수능 출제위원의 유착? <<이건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개소리라는 걸 알 거임. 난 킬링캠프가 월 500짜리 무슨 캠프라는 얘기 듣고 좀 무서웠다.

난 저런 얘기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랑 토론해서 이길 자신이 없음. 그리고 메가스터디 영어 강사가 낸 모의고사 지문이 모평에 그대로 출제됐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임. 옛날부터 하도 ‘원어민도 틀리는 한국 영어’ 이런 말이 많이 돌아다녀서, 영어 출제는 아예 원어민이 쓴 글을 동음이의어만 좀 손봐서 그대로 냄.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누구 하나는 얻어 걸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님?

5. 공교육vs사교육, 정시vs수시 오히려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건 공교육인 학교 내신임.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녀 봤으면 알겠지만, ’세특‘은 대놓고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넘어설 것을 요구하고 있음. 학교 선생님이 세특 적어 주게 뭐 좀 준비해 오라고 했을 때, 진짜 교과서만 참고해서 준비해 가면 그건 세특으로서의 가치가 하등 없다는 걸 다들 알 거임.

근데 최근 몇 년 동안 수시의 공정성 문제가 이슈가 되어서 지난 정부에서부터 정시 확대를 대학한테 요구했잖아? 근데 서울대랑 고려대는 정시에 내신 반영 같은 꼼수를 쓰면서까지 정시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건 왜일까? 정시로 대학 들어온 애들이 수시로 온 애들에 비해 더 적응을 못하는 거지.

수시로 온 애들은 앞서 언급한 세특이나 이런 저런 활동으로 자기 진로를 길면 3년 동안 준비하던 애들이잖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을 넘나드는 탐구를 해 보는 경험을 쌓고, 그 분야에 대한 흥미 등의 면에서 정시로 온 애들보다 우수할 확률이 높은 거지.

반면 정시는, 그것이 철저히 따르는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엉망임. 수학이나 과학은 범위를 산산조각 내놓아서 배울 것도 없고, 범위가 좁으니 쟤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킬러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다만 내가 1번 항목에서도 말했듯이 킬러 문제는 필요하고, 수학 과학 범위를 넓혀도 항상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왜냐하면 어떤 제도하에서도 항상 우수한 학생들은 있고, 정책 결정자들 입장에서는 얘네도 무시하면 안 되잖아? 얘네도 다 같이 보는 시험인데 얘네를 위한 문제도 필요한 거지. 다만 지금도 킬러 문제를 못 푼다고 해서 상위권 대학 가는 데에 문제가 없듯이, 수학 과학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나는 생각함. 그리고 ‘공정한 입시 제도’와 ‘대학 입장에서 효용성이 높은 입시 제도’는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야겠고.

6. 이건 좀 딴소린데, 교육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난 굉장히 회의적임. 결국 사회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그 안에 있는 교육이나 입시도 바뀌지 않을 것임. 그냥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참고만…

학생 10: 현재 고2 학생으로서 학교에서도 킬러 문항 삭제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다같이 '미친 거 아니야?' 이러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나오다시피 지금 학생들이 어른들의 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느낌이고, 사교육이 심각하다는 문제는 몸으로 느끼고 있지만 이 문제를 킬러 문항을 삭제로 해결하자는 건 학생들이 원하는 해결 방안이 아니었을 뿐더러 설령 이 방법 밖에 없다 해도 지금은 시기가 아닌 거 같습니다..

학생 11: 누구의 말 한마디로 수능시험의 출제 문제가 바뀐다면 교육이 전부 흔들립니다!!!학생들을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지 맙시다!!!

학생 12: 아... 제발... 알지도 못하면서 수능에 손 대지 말아주세요......

학생 13: 진짜 울고싶다.. 올해 수능 5개월도 안남았는데 지금 바꾸는건 제정신이냐 진짜..

학생 14: 현 고3으로서 어이가 없는 점은 소위 말하는 킬러 문제(국영수에서는 한 2년 전부터 없다고 봐도 되는)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아무런 실증적 근거나 연구도 없이 "그냥 어려우니까 사교육 유발할거야!"라는 지극히 주관적 사견에 의해 정책 방향을 설정해버리는 거임.

정말 사교육 비용 절감을 추구한다면 사교육비 액수에 놀라기만 할 게 아니라 지역별 내신 시험 난이도와 사교육비의 상관관계 연구나 공교육 시스템의 점검, 하다못해 교육 관련 여러 주체를 모아놓고 회의를 열거나 국민 대상 설문조사라도 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님?

[참고: 스브스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acpiMWlLJRs]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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