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중력이론의 과학 혁명 도래

[사진=세종대, 단주기 쌍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주기 쌍성 시스템의 도식도, 단주기 쌍성의 희미한 별은 관측되지 않으며 장주기 쌍성으로만 관측됨]
[사진=세종대, 단주기 쌍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주기 쌍성 시스템의 도식도, 단주기 쌍성의 희미한 별은 관측되지 않으며 장주기 쌍성으로만 관측됨]

세종대학교(총장 배덕효) 물리천문학과 채규현(사진) 교수가 위 사진과 같이 장주기 쌍성의 궤도운동에서 뉴턴역학이 붕괴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얻었다.

이 연구 결과는 중력이 약해질 때 뉴턴역학이 붕괴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로서 300여 년 지속된 뉴턴역학뿐만이 아니라 100여년 지속된 일반상대성이론이 수정돼야 함을 의미하는 매우 중대한 과학사적 사건이다.

또한, 일반상대성이론에 기초한 빅뱅우주론도 수정돼야 함을 의미하며, 뉴턴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서 요구되는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우주에 더 이상 필요치 않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천문학회에서 발간하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논문 제목: Breakdown of the Newton-Einstein Standard Gravity at Low Acceleration in Internal Dynamics of Wide Binary Stars).

이번 연구를 위해서 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카림 엘바드리(Kareem El-Badry) 박사의 도움을 받아 650광년 이내 26,500여개의 장주기 쌍성에 대한 유럽항공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의 최신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는 쌍성에 대한 현존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정밀한 데이터다.

중력의 속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채 교수는 쌍성이 경험하는 가속도를 두 별 사이의 거리, 즉 궤도의 크기에 따라서 계산하고, 이를 뉴턴역학의 예측과 비교했다. 궤도의 크기가 클수록 공전 주기는 길어지며 중력 가속도의 크기는 약해진다. 따라서, 가속도가 약해질 때 중력의 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힐 수 있다.

[사진=쌍성의 궤도운동에서 나타난 중력의 변칙성]

분석 결과는 놀랍다. 궤도의 크기가 1,000AU(astronomical unit: 천문단위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이내일 때는 쌍성의 궤도운동이 뉴턴역학과 잘 일치한다. 그러나, 2,000AU 이상에서는 뉴턴역학의 예측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며, 5,000AU 이상에서는 중력 가속도의 크기가 뉴턴의 예측치의 1.4배 정도로 커지게 된다.

이때 중력 가속도의 크기는 제곱 초 당 미터 단위로 약 100억분의 1이하다. 이런 결과가 우연히 얻어졌을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까워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붕괴함을 의미한다.

장주기 쌍성으로 중력을 테스트하려는 시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차레 있었으나 결정적인 결과는 얻지 못했다. 채 교수는 중력이 가속도임에 주목하고 쌍성이 경험하는 가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새로운 파이썬 코드를 개발했고, 이 코드에 의해서 이번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장주기 쌍성이 중력테스트에 중요한 이유는 은하나 우주론 데이터에 의한 테스트와 달리 직접 검출된 적이 없지만 가정되고 있는 암흑물질 개념과는 무관하게 중력을 테스트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설령 일반적으로 가정되는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쌍성의 내부 역학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약한 중력에서 측정된 뉴턴 예측치의 1.4배 중력 가속도는 40년 전에 이스라엘의 두 물리학자 제이콥 베켄쉬타인((Jacob Bekenstein)과 모르더하이 밀그롬(Mordehai Milgrom)이 제안한 AQUAL 이론의 예측과 일치한다.

AQUAL 이론은 밀그롬이 암흑물질의 대안으로 제시한 수정뉴턴역학(modified Newtonian dynamics, MOND) 패러다임에 기초한 수정중력 이론이다. 이 이론은 뉴턴의 만유인력과 일반상대성 이론이 만족시키는 강한 등가원리를 위배하는 외부 중력장 효과를 갖는다. 주목할 점은 그러한 외부 중력장 효과가 쌍성계의 내부 역학에 고려될 때만 관측된 중력 가속도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쌍성계의 외부 중력장은 계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의 중력장을 말한다. 따라서 쌍성에서 측정된 뉴턴 예측치의 1.4배 중력장은 뉴턴 중력의 붕괴를 의미할 뿐만이 아니라 쌍성계에서 외부 중력장 효과의 검출을 의미하기도 한다.

쌍성의 궤도운동 데이터가 말하는 바는 케플러의 법칙이 제곱 초 당 미터 단위로 10억분의 1 이하 중력 가속도에서는 붕괴됨을 의미한다. 17세기 초에 발견된 케플러의 법칙은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19세기 말에 발견된 흑체복사 곡선에 나타난 고전 전자기 이론의 자외선파탄(ultraviolet divergence)은 양자 물리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수성의 궤도의 근일점 운동의 어노말리(anomaly 변칙성)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발견으로 이어졌다.

쌍성의 궤도운동에서 나타난 케플러법칙의 약한가속도파탄은 물리학의 새로운 혁명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뉴턴역학뿐만이 아니라 강한 등가원리를 따르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수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기반한 빅뱅우주론과 천체물리도 수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오직 약한 가속도 영역에서만 요구되던 암흑물질도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동안 암흑물질 입자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놀랍지 않은 결과다. 물론 입자물리학에서 새로운 입자가 발견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존 중력이론이 요구하는 많은 양의 암흑물질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번 발견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 밀그롬은 “이번 결과는 최첨단 데이터를 매우 세심하고 주의 깊게 분석해 얻어진 것이다. 이 결과의 파급효과는 매우 정말로 지대하다. 따라서 향후 (가급적 새로운 향상된 데이터를 통해서)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번 발견이 검증되고 특히 MOND의 예측과 일치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천체물리, 기초물리학, 우주론 전반에 가늠하기 힘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에 쌍성으로 중력을 테스트하는 것을 제안한 바 있는 멕시코 UNAM대학 하비어 에르난데스(Xavier Hernandez)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매우 흥분된다. 그동안 내 그룹이 장주기 쌍성에서 뉴턴역학이 붕괴된다고 주장했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그런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했을 뿐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MOND 예측과 일치하는 것을 처음으로 보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전례 없이 정밀한 Gaia(가이아) 위성 데이터, 세심하게 선별된 최대 규모 쌍성 샘플, 그리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분석은 이번 결과가 견고한 과학적 발견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산개성단 연구를 통해서 중력에 대해서 유사한 결론을 얻은 독일 본(Bonn) 대학의 파블 크루파(Pavel Kroupa) 교수는 “이번 장주기 쌍성 연구와 내 그룹의 산개성단 연구에 의하면, 데이터는 강력하게 중력이 뉴턴의 이론이 아닌 밀그롬의 이론을 따름을 말해 준다. 이 연구 결과가 천체물리학 전반에 주는 파급효과는 실로 방대하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자신이 그랬었던 것처럼 세계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임을 이해한다며 “앞으로 장주기 쌍성과 다른 데이터를 통한 중력테스트를 계속할 것이다. 지구의 중력 가속도와 같은 일반적인 과학적 사실로서 견고해질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223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입 성공의 길 알려주는 '나침반36.5' 매거진 정기구독 이벤트 [배너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