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김재훈 교수팀이 양자 스핀 액체 후보물질에서 특이한 변칙 운반자를 발견해 물리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IF 19.684)’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김재훈 교수, 최영재 교수, 신현준 연구원, 정택선 연구원, 미국 럿거스대(Rutgers University) 정상욱 교수, Xianghan Xu 연구원, KAIST 문은국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재욱 연구원, 한국고등과학원 김범현 교수가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자성 물질(magnetic material) 내부의 전자들은 온도가 내려가면 해당 스핀(spin)들이 상호작용을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평행 혹은 반평행 등의 규칙적인 정렬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다른 물질과는 달리 양자 스핀 액체(quantum spin liquid)는 극히 낮은 온도에서도 스핀들이 정렬하지 못하고 매우 무질서한 상태로 남게 된다.

양자 스핀 액체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필립 앤더슨(Philip Warren Anderson) 교수가 1973년 제안한 물질의 상태로, 아무리 온도를 내려도 고체 형태로 얼지 못하는 특이 액체다.

이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면 스핀들이 서로 다른 스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쩔쩔맴(frustration) 상태가 되며, 이러한 이유로 스핀들 간에 매우 독특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 거시적으로 존재한다고 예측돼왔다.

이러한 양자 스핀 액체는 모트 절연체(Mott insulator)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해당 물질의 띠틈(band gap) 안에서는 어떠한 전하 운반자도 존재하지 않으며, 외부 전자기장과 상호작용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돼 왔다. 이러한 매우 ‘조용한’ 물질 특성이 바로 양자 스핀 액체의 본질을 연구하는데 지금까지 큰 걸림돌이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MIT의 패트릭 리(Patrick Lee) 교수팀은 양자 스핀 액체의 기본 준입자(elementary quasi-particle)로 알려진 스피논(spinon) 입자들이 간접적으로 외부 전자기장과 반응하기 때문에, 창발형 게이지장(emergent gauge field)이라는 중간 매개체를 통해 실제로는 빛으로 이들을 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경우 특별한 U(1) 계열의 양자 스핀 액체의 광학 전도도가 주파수의 제곱에 비례할 것이라는 구체적 내용도 함께 제시됐다.

김재훈 교수팀은 양자 스핀 액체 후보물질 중 하나인 터븀인듐산화물(TbInO3) 단결정의 테라헤르츠(terahertz) 시분해 분광 실험을 진행했고, 상온에서 정확히 빛의 주파수의 제곱에 비례하는 광학 전도도를 관측했다.

연구 결과는 전하 운반자의 거동이 금지된 모트 절연체에서 변칙 운반자가 존재할 수 있으며, 해당 물질이 양자 스핀 액체라는 강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온도를 내리거나 외부 자기장을 인가해도 주파수의 제곱에 비례하는 광학 전도도 형태가 잘 유지된 것은 Anderson-Lee 계열의 이론에서 상상했던 양자 스핀 액체가 실제 물질세계에서 구현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세대 김재훈 교수는 “양자 스핀 액체는 그 얽힘 상태가 매우 강하여 천문학적 수준의 큐빗이 원천적으로 물질에 내재되어 있는 경우”라며, “이와 관련된 물리적 원리를 깊이 탐구하면, 궁극적으로 상온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무오류 양자컴퓨터 구현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논문제목: Unconventional room-temperature carriers in the triangular-lattice Mott insulator TbInO3
* 논문주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7-023-02174-5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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