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대 관계자 “시험문제 오류 있어도 바꾸지 못해”
- 정답일 것 같다고 정답이지 않아
- 틀린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한, 그렇지만 정확히 정답이 없는 문제

[사진=에듀진DB. 경찰대]
[사진=에듀진DB. 경찰대]

2024학년도 경찰대 시험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영어 25번 문제에 5개의 선지 모두가 정답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오류는 출제자도 너무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여서 응시자들도 오류인지 몰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오류를 지적한 Thomas샘(송원장)은 지난 8월 10일 경찰대 측에 연락해 25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고 알렸으나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하다가 다시 전화해 확인하자 “절차대로 진행할 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Thomas샘(송원장)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조차 5번 선지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했을 것이라며 시험은 끝났지만 2차 시험이 시작되기 전 이번 오류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본지에 알려왔다.

본지가 경찰대에 25번 문항에 대해 문의하자 경찰대측 관계자는 "기자님은 이 문제가 틀렸다고 보느냐"는 대뜸 반문부터 했다.  언뜻보면 정답일 것 같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니 정답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말하자, 경찰대 관계자는 오류 정정 기간이 지나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고, 응시자인 학생들 누구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절차대로 진행할 것임을 알렸다. 

문제는 절차대로 진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오류는 수정되어야 하고 그 수정은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그 문제가 틀렸는지 맞았는지도 모르면서 절차대로 진행하고 문제를 수정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이번 25번 문항이 문제가 있었는지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5번 정답이 맞는 것 아닌가, 게다가 가장 적절한 것을 찾는 문제이니 설령 틀렸어도 다른 4개의 선지가 모두 정답이 아닌 게 분명하니까 그래도 대충 비슷하게 보이는 게 5번 선지니까 그게 정답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5번 선지는 정답에 가까운 것이 아닌 완전한 오답이다. 답이 절대로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25번 문항은 정답이 없다.

문항 자체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도대체 사람들은 왜 몰랐을까? 시험 출제자는 왜 이런 실수를 하고, 학생들은 왜 문제의 오류를 생각하지 못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착각하는 인지적 오류로 보인다. 인지적 오류란 역기능적 인지도식으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사실 또는 의미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문항의 경우에는 또 다른 인지적 오류에 해당하는 ‘넘겨짚기’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번 25번 문항의 정답이 없음을 확인하고 경찰대 입학처에 문의하자 경찰대측 관계자는 “그 문제에 대해 이미 문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정정기간도 지났고 지금까지 학생들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이 문항의 정답선지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가 출제자나 응시자 모두가 헷갈릴 수 있는 문제여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 25번 문항의 선지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게다가 행정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경찰대 측은 최소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이 문제로 피해를 본 학생이 적어도 수십 명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찰대측이 밝힌 정정기간은 7월 29일 토요일 시험이 끝나고 그 다음날인 30일 일요일까지이다. 시험문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경찰대가 시험지를 공개한 날은 정정기간이 끝나고도 월요일 하루가 더 지난 8월 1일 화요일이다.  외부인이 시험지를 확인하고 문제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은 정정기간이 끝나고 하루가 지났을 때이며 이는 정정할 수 있는 기간도 아니다.

경찰대 시험을 보고 또다시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문제 오류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경찰대 시험지를 다시 찾아보고 오류를 이틀 만에 잡는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정이다. 만약 진정으로 오류 정정기간을 생각했다면 기간을 시험당일과 다음날로 한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올해 2024학년도 경찰대는 일반전형 44명, 농어촌 3명, 한마음무궁화 3명 총 50명을 선발한다. 올해 경쟁률은 50명 모집에 총 3,577명이 지원해 7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차 시험 합격자는 모집정원인 50명의 6배수인 300명이 합격자이고 동점자는 모두 합격처리한다. 이들 합격자들은 9월 2일부터 2차 시험인 신체·체력·적성검사를 치르게 된다. 

경찰대는 이번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25번 문항의 선지에 오류가 분명하다. 다음은 이번 25번 문항이다.

다음은 2024학년도 경찰대 1차시험 영어 25번 요지를 고르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왜 답이 존재하지 않는지, 왜 출제자가 제시한 선택지 ⑤가 답이 될 수 없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아래에 해석을 달았다. 단, ‘coping with variance’는 ‘variance에 대처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variance로 대처하는 것’이라는 이중의미로 쓰일 수 있으며, 또 선택지 ⑤번에 한글 해석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해석을 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coping with variance’로 제시한다.

[25-26] 다음 글의 요지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25. We are regularly confronted by the need to make choices in our use of language. For most of the time, no doubt, coping with variance does not constitute anything of a problem and may indeed be unconscious: we are dealing with family and friends on everyday affairs; and what is more, we are usually talking to them, not writing. It is in ordinary talk to ordinary people on ordinary matters that we are most at home, linguistically and otherwise. And fortunately, this is the situation that accounts for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our needs in the use of English.

① The vast majority of us make careless mistakes in ordinary talk.
② We should not confront family and friends about their everyday affairs.
③ A linguistically diverse group of people must try harder to live in harmony.
④ Making unconscious choices does not constitute using language creatively.
⑤ Our everyday use of English does not usually require coping with variance.

[전문 해석]
우리는 언어 사용에 있어 선택을 내려야 할 필요성에 자주 직면한다. 대부분의 경우, 의심할 여지 없이, ‘coping with variance’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으며, 실로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일상적인[사소한] 일에 대해 가족 및 친구를 상대하고 있고; 게다가, 우리는 대개 그들에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적으로나 그 밖의 면에서 우리가 가장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평범한 문제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이야기를 나눌 때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런 상황이 우리의 영어 사용 필요성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① 우리 대부분은 일상의 대화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다.
② 우리는 가족과 친구의 일상사에 있어 그들과 맞서서는 안된다.
③ 언어적으로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조화롭게 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④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언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⑤ 우리의 일상적인 영어 사용은 대개 ‘coping with variance’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variance: 변화

위 지문을 살펴보았다면 선택지 ①, ②, ③, ④는 본문의 내용과 무관하므로 해답이 될 수 없다. 이제 남아있는 선택지 ⑤번이 글의 요지가 될 수 있는가 판단을 돕기 위해 본문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언어 사용에 있어 선택을 내려야 할 필요성에 자주 직면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경우, 즉 영어 사용 필요성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평범한 상황이라면 ‘coping with variance’는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으며, 이는 실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이제 위 요약 내용과 출제자가 제시한 선택지 ⑤번을 비교해보자.
⑤ Our everyday use of English does not usually require coping with variance. (우리의 일상적인 영어 사용은 대개 ‘coping with variance’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선택지 ⑤번은 글의 요지로서는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이 그나마 낫다.
[ It is usually ok to cope with variance in our ordinary use of English. ]
우리의 평범한 영어 사용에서 ‘coping with variance’하는 것은 대개 무방하다.

언뜻 보면 정답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쉽게 올 수 있는 인지적 오류’이다. 위에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예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고 하단의 무방하다는 것은 일상에서 허용된다는 것이다.

즉 본문에 따르면, 일상적 대화에서 ‘coping with variance’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어떤 문제도 되지 않을 만큼 일반적이다. 일상영어는 ‘coping with variance’가 자연스럽게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영어 사용은 대체로 ‘coping with variance’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류이다. 

이 문항은 아주 재밌게도 우리에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허용되는 오류를 이 문제에서도 지적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항은 매우 의미있고 함축된 사회적, 언어적, 인지적 문제를 우리 사회에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 우리가 인지적 오류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사람들에게 흔하게 올 수 있는 오류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대 측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 문제 오류가 모든 학생들에게 정답으로 처리될 경우, 합격생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시험정정기간이 다 끝났고 1차합격자가 발표됐다고 시험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정식 사과 없이 넘어간다면 이런 문제는 또 발생하게 되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또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Thomas샘(송원장)은 2022년에도 지문에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 당시 정정기간이후라는 이유로 문제를 삼지 않고 넘어간 것을 후회한다며, 경찰대가 반복적으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정정기간을 시험지 공개전 2일에서 시험지 공개후 2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고도 오류가 없었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시험지 공개 전이기 때문에 시험당사자인 학생들 말고는 아무도 오류를 보지 못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절차대로 진행했을 뿐이라는 경찰대 측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오류를 지적한 Thomas샘은 “현재 1차시험 합격자는 이미 발표되었지만 아직 2차 시험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지는 있어 지난번처럼 다음 시험의 출제자에게 오류사항을 전달해주겠다는 답변 말고 이번에는 정확한 입장 표명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이 한 문제가 어쩌면 인생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수험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경찰대 입학처 담당자에게 메일과 전화를 해 확인했지만, 경찰대 측은 “이의신청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행정상 문제가 없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오류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며 문제 오류에 대한 시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측에 이번 오류에 대해 문의한 결과, 경찰대측은 오류가 발생됐다고 해도 시험당일과 익일인 30일까지 오류 정정기간이었으며 그 정정기간이 지났으므로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정답을 쉽게 5번이라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몇 번을 봐도 그게 그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닌 게 분명한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문제라고 해서 정답이 아닌 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정답이 아닌데 정답이라고 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을 떠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25번 문항의 5번 선지 정답은 철회돼야 한다.

이번 오류를 지적한 선생님은 ‘2024학년도 EBS 영어 수능특강 영어 검토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Thomas샘(본명 송원장)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 2024학년도 EBS 영어 수능특강 영어 검토위원 /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검토위원
■ 2023학년도 EBS 영어 수능연계교재 전3권 검토위원 : 수능특강 영어 검토위원(교재 전체 마무리 검토) 겸 온라인 사전 검토위원 /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온라인 사전 검토위원 / 수능완성 영어 온라인 사전 검토위원
■ 2022학년도 EBS 영어 수능연계교재 전3권 검토위원 : 수능특강 영어 검토위원(교재 전체 마무리 검토) 겸 온라인 사전 검토위원 /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검토위원(교재 전체 마무리 검토) 겸 온라인 사전 검토위원 / 수능완성 영어 온라인 사전 검토위원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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