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올인에 수시도 망하고 정시도 망하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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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현장은 아우성이다. 얼마 전 수도권의 한 고교교사는 학생들이 내신 3, 4등급으로 쳐지게 되면 모두 수능에 몰빵한다며 학교 공부는 등한시한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문제는 수도권의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부터 지방학생들이 3등급이 되면 수능에 몰빵하더니 급기야 준비 소홀로 수시에서도 패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시에 상위권 대학의 합격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교육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질문에 행복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조금이나마 행복했던 시절이 과거로 되고 있다.  퇴행하는 대입정책으로 인해 또 다시 학교 교육은 80년대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전주의 권혁선 교사는 이 문제는 보통 문제가 아닌 매우 심각하며 학교 교육이 망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학생들이 수능 정시에 올인하게 되면서 점차 수시 대입실적도 망해간다고 한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부르짖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된 이후 10여년이 되었다. 그 이전 입학사정관제까지 더하면 15년이 넘는다. 그토록 힘들에 일구어왔던 학교 교육이 퇴행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1.4후퇴 난리는 난리도 아니야."라는 학부모세대의 학부모의 얘기이다. 지금 우리 학교 교육이 그렇다. 교육이 다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더니 다시 학교교육정상화를 부르짖어야 할 때인가 보다. 다음은 전주고 수석교사인 권혁선 교사가 보내 준 이야기이다. 

요즘 교육계에서 가장 커다란 화두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2028년 ‘대입 개편안’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16일에 실시된 2024학년도 대입 수능 시험에 대한 ‘불수능’논란이다.

특히, 2028 대입 개편(안)에서 수능 시험의 일부를 개편하지만 가장 중요한 9등급 상대평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고교 내신은 9등급을 5등급 상대평가로 개편하는 시안에 대해 ‘일반고’와 ‘자사고’ 가운데 어디가 더 유리한가를 놓고 교육 관련 각종 기사에서는 아직도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개편안에서는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는 1학년만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 3학년은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과목 모두 5등급 절대 평가할 것을 예고했지만 10월에는 입장을 다시 변경하여, 모든 과목 5등급 상대평가로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일반고가 아직은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조금 많았다. 그러나 내신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개편하면서 자사고가 느끼는 내신의 장벽이 이전보다는 많이 약해졌다고 보는 의견에도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지난 16일 대입 수능을 ‘불수능’이라고 모든 전문가는 이야기한다. 같은 시험이지만 어려운 시험이라면 당연히 재학생보다 N수생이 유리하다. 또, 같은 재학생이지만 일반고에 비해 자사고가 유리하다. 사실 재학생에게 수능 시험은 학생부 교과 전형의 수능 최저 등급용에 해당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수능 최저 등급이 없다.

내신을 기반으로 수능 최저를 맞추어 진학하는 학교 전형에서 절대평가인 영어의 난이도가 매우 중요하다. 국어, 수학의 난이도도 물론 중요하다.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학습한 학생에게도 그만큼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과목은 상대평가이다. 아무리 문제가 쉬워도 1등급의 절대 비율은 변하지 않는다. 4% 내외이다.

그러나 영어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1등급의 비율이 해마다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2020년에는 1등급이 7.4%, 21년에는 무려 12.6%였다. 22년 6.25%, 23년 7.83%였지만 2024년에는 4.5% 정도로 예상된다. 최근 5년의 수능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다. 금년은 작년보다 영어 난이도만큼 최저 등급을 맞추는 학생은 무조건 감소할 것이다. 어려운 수능에서는 국어, 수학에서도 같은 비율인 4%이지만 상대적으로 일반고 학생의 비율은 어려운 난이도에 비례하여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내신이 좋아도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하면 내신이 의미가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내신에서 유리한 일반고에게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내신이 불리하다. 그래서 자사고는 수시보다는 정시에 집중한다. 종합전형에 중점을 두는 자사고도 있지만, 지방의 경우는 대체로 정시에 집중한다. 그런데 어려운 수능은 자사고에게 정시는 물론 수시에서도 기회를 제공한다. 의치약 분야에서 교과 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북 지역에서는 자사고 학생에게도 수시 도전이 가능한 기회가 된다.

결국 ‘대입개편안’과 ‘불수능’은 모두 일반고보다 자사고에 유리한 정책이 되었다. 벌써 유명 자사고가 있는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린다는 보도가 있다.

교육부가 지난 10월 13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여 2025년 일반고 전환이 예정되어 있던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다시 유지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현재 상황이 우연의 일치일까?

만약 금년과 같은 수능이 지속적으로 출제된다면, 아니? 주기적으로라도 계속된다면 학부모와 학생은 불안감으로 인해 일반고가 아닌 자사고를 선택할 것이다. 어려운 수능이 언제 출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수 좋게 ‘물수능’이면 좋겠지만 ‘불수능’이면 쪽박을 찰 가능성이 높은 입시를 원하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보험용으로 자사고를 선택할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A 자사고 1년 학비가 최대 3,000만원이라고 한다. 일반고 학생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은 47만원인데 전국 자사고는 12,000,000원, 광역 자사고는 7,4000,000원, 국제고는 4,800,000원이라고 한다. 일반고 대비 전국 자사고는 26배, 광역 자사고는 16배, 국제고는 10.5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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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 이상의 학부모 부담금을 납부하면, 자녀의 대입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많은 학부모는 조금씩 흔들리게 될 것이다. 대학이라는 간판이 사회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사고와 일반고의 학비 격차는 그대로 사회에서의 격차로 확대되어 반영되고 있다. 자사고라는 포장으로 부와 권력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현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 이상 게임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의 젊은이들은 ‘수포자’를 뛰어넘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삼포자’선택하고 있다. 자사고에 유리한 입시 정책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에 더 이상 미래가 없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전제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 학점제를 추진하였다. 그런데 현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고교 학점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고등학교 내신 평가를 절대 평가인 성취평가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내신 상대평가를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 이는 자사고‧외고‧국제고라는 특권학교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변화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특권학교를 그대로 둔 채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추진할 경우, 특권학교로의 학생 쏠림 현상을 막기 어렵고, 이는 일반계고의 황폐화로 직결될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완성하려면 내신 절대 평가를 시행해야 하고, 내신 절대 평가를 하려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성공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치는 현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양립할 수 없다.

특권학교 존치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교육부는 10월 17일 국가교육위원회에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 요청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전제로 만들어진 2022 개정 교육과정 안에는 외고에서 선택할 수 있는 외국어 계열 선택과목과 국제 계열 선택 과목을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만일 교육부 방침대로 외고‧국제고가 존치될 경우, 이 학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 관련 선택 과목군 계열이 없게 되어 교육과정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불수능’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유지 시도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좀먹는 최악의 사태가 될 것이다. 이미 고2 학년 예비 수험생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오지선다의 입시에 몰두할 생각을 하고 있다. 방학을 시작하면 재학생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사설 기숙 학원으로 달려갈 기세이다. 예비 학부모들은 자녀의 미래 입시를 생각하며 다가올 미래에 치를 떨고 있다. 교육을 이야기하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마치 교육을 드라마 ‘킹덤’에 등장하는 좀비처럼 생각하며 불안 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미래교육 대비를 부르짖으며 AI와 에듀테크 활용한 교육을 학교 현장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지금도 학원가를 전전하며 학원 숙제를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수학 문제를 풀고 있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학습하면서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는 잃은 것은 아주 ‘오래된 미래’가 되고 말았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학교의 어떤 활동도 흥미롭지 않은 아이들에게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배움의 기쁨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미래 교육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할 국가 교육의 책무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치에 앞장서고 변별력만을 강조하며 수능의 난이도만을 생각하는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언급할 자격조차 없다.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의 실현,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혁의 실현을 위해서 2025학년도에 반드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며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모든 과목 절대 평가와 수능 절대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격고사화를 반드시 실현해야만 한다.

더 이상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이미 우리 사회는 벼랑 끝의 ‘백척간두’에 놓여있다. 더 이상 고통을 주는 교육이 아닌 모든 이에게 행복을 주는 교육이 되어야만 한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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