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계 교수들 "미적분 모르면 AI 기본 원리도 못 가르쳐"
- 대학 입시 자율권도 약한데, 수학 쉽게 내면 신입생 수준만 낮아져

[사진,기사=연합뉴스, 회의 의제 설명하는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사진,기사=연합뉴스, 회의 의제 설명하는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심화수학' 없이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시험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심화수학은 미적분Ⅱ에 나오는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과 기하에 있는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등을 포함한다.

27일 학계에 따르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대학의 이공계 교수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공계 학과의 커리큘럼은 1학년 1학기부터 기초 과목을 듣고 응용, 심화 과목으로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는 구조를 밟는다.

미적분과 기하는 1학년 때부터 중요한데, 이공계 학생들의 1학년 기초 교양과목에 포함된 물리학, 화학 등에도 미적분과 기하 등이 당연하게 활용된다.

과기특성화대학 반도체학과의 A교수는 "이공계 특성상 한 학기마다 한 테크를 쌓아나가는 것이 필수인데, 한 테크를 쌓지 못하면 더 이상 다른 테크를 쌓지 못한다"며 "미적분과 벡터를 깊이 있게 배우지 않고 들어오면 수업을 아예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1학년 1학기 때 공통 과목으로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미적분과 기하를 가르치는 수업을 개설할 수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A교수는 "이미 4년 커리큘럼이 빡빡해 다른 과목을 넣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학입시에서 선발 자율권을 주면 모르겠는데, 지금으로서는 학생들의 실력 차이를 알아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홍충선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도 "대학에서 바로 미적분을 배우기 시작하면 교육이 될까 의문"이라며 "미적분을 모르면 인공지능(AI)의 기본적 원리를 가르치기도 어려우며,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면 개념 교육을 (고등학교 때) 해서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교위가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내놓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교위는 지난 22일 '공정하고 단순해야 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와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해 심화 수학을 도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2025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교과를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시에서는 아직 수능이 절대적 기준이 되기 때문에, 수능 필수 과목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이공계 교수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대 자연계열 B교수는 "미국의 경우 SAT는 자격시험 비슷한 것이고 입시에서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수능이 절대적 기준이 된다"며 "시험 과목이 줄었다고 해서 입시 부담이 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변별력을 위해) 지엽적인 것을 파고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B교수는 "우리는 (시험 범위가 매우 넓었던) 학력고사 세대여서 과외 없이도 증명하는 것은 다 했다"며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배우지 못하면 못 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계 없는 교육을 더 늘리고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며 심화수학이 빠질 경우 학생들이 공부하고 사고하는 범위의 축소를 우려했다.

이공계 교수들은 지금도 신입생들의 수학 수준이 높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주요 대학 물리학과 C교수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포기 상태다. 지금도 (신입생의) 수학, 물리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이라 교수 입장에서 교육하기가 어렵다"며 "(심화수학이 빠지면) 많은 교수가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입시는 공부의 양을 줄이고 쉽게 내려고만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각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확대해야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질타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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