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2011학년도 수능 문과수학서 '미적분' 제외…2012학년도부터 다시 포함
- 2021학년도엔 이과 수학서 '기하' 뺐다가, 1년 만에 다시 넣기도
- "이렇듯 자주 바뀌니 불안한 학생·학부모들, 사교육 의존할 수밖에"

[사진,기사-연합뉴스, 고1·2 전국연합학력평가]
[사진,기사-연합뉴스, 고1·2 전국연합학력평가]

국가교육위원회가 현 중학교 2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미적분Ⅱ와 기하 등 '심화수학'을 포함하지 않는 방안을 권고했다.

수능 수학 출제범위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얘긴데, 그렇지 않아도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온 수학교육의 변동에 사교육만 되레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1994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이 처음 실시된 이래 수학 출제범위는 다른 과목보다 유독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수학은 사교육 유발효과가 큰 교과목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나 성적편차 측면에서 수학이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수학 공부를 아예 포기한 학생들을 일컬어 '수포자'라는 신조어마저 생겼을 정도다.

이렇듯 수학의 사교육 부담이 크자 정부는 '학습부담 경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초학력 확보'라는 목표도 포기할 수 없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당국은 교육과정에서 수능 학습범위를 계속 조정해 왔고, 이는 잦은 출제범위 조정으로 이어졌다.

2005∼2011학년도 수능의 경우 학습량을 대폭 줄인 7차 교육과정을 반영했는데, 당시 이과 학생들이 치르던 수리영역(수학영역) '가형'의 경우 출제범위가 수학Ⅰ·수학Ⅱ와 선택과목 1과목이었다. 선택과목은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등 3과목이어서 '미분과 적분'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자연계열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문과 학생들이 치른 수리영역 '나형'의 경우 출제범위가 수학Ⅰ뿐이었다. 미적분이 교육과정에서 제외되면서 수능 출제범위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문과 수학에서 미적분이 제외되면서 경제·경영학과 신입생들은 가장 기초적인 원론 수업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대학가에서 학력 저하 논란이 일면서 결국 정부는 7차 교육과정 일부를 개편했고, 이에 2012학년도 수능부터는 수리영역 출제범위가 늘어났다.

'가형'은 수학Ⅰ·수학Ⅱ·적분과 통계·기하와 벡터 등 4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과목별로 7∼8문제씩 출제했고, '나형'은 수학Ⅰ에 '미적분과 통계기본'을 추가해 각각 15문항씩 출제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2028 대입개편에 따른 수능 수학 출제 범위]
[사진=연합뉴스, 2028 대입개편에 따른 수능 수학 출제 범위]

이후 다시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고교 심화과목(진로선택과목)이 수능 출제범위에서 빠지면서, 2021학년 수능에서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제외됐다. 당시 수학 가형 출제범위는 수학Ⅰ·미적분·확률과 통계였다. 기하가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1994학년도 수능 시행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수학·과학·공학 분야 전문가들과 학회 등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교육부는 "기하를 출제하는 것은 새 교육과정 운영과 수험생 부담 완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기하가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으로 보기는 곤란하고, 대학이 모집 단위별 특성에 따라 학생부에서 기하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결정이 한 해 만에 뒤집어지면서 기하는 다시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됐다. 정부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현행 선택형 체제를 도입했는데, 수학영역 응시자들은 수학Ⅰ·수학Ⅱ를 공통과목으로 하고,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가운데 1과목을 선택해서 치르게 됐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없이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에서 공통으로 수학영역을 출제하기로 했다. 심화수학이 채택되지 않으면 현 수능 선택과목 '미적분'에 포함된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은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진다. '기하'에 있던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도 범위에서 제외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수학교육의 잦은 변경이 의도했던 '사교육 경감'은커녕 사교육 부담만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직 고교 수학교사인 김모 씨는 "왜 몇년마다 미적분을 뺐다가, 기하를 뺏다가 하는 교육과정 변경을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교육과정이 자꾸 바뀌니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심화수학이 제외되면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도 학생부를 통해 고교 이수 과목을 들여다보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수능과 내신 부담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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