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 인터뷰…이공계 인재 유출 우려
- "의대 준비생 6천명 넘을 것…연구중심대학 이공계 신입생 규모"

[사진=서울대학교]
[사진=서울대학교]

"성적 좋은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가려고 하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과학자로서 길을 가기 시작하면 10년, 20년 뒤 대한민국 과학계를 이끌어갈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장인 이준호 원장은 2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지금은 '발상의 전환'을 해 의대가 아닌 자연대나 공대에 진학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쓴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가장 의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는 서울대 공대라는 농담이 있었는데,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당장 내년부터 과학 분야 종사자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21세기 과학기술은 열심히만 해서 발전되는 게 아니고, 인재들이 와야 기술패권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이 이공계 인재 유출을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증원 규모인 2천명만큼만 이공계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고, 반수생 등 의대 준비생까지 포함하면 정원의 최소 3배수(6천명)는 모두 유출 인재로 추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 지역 연구중심 대학 이공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신입생 정원을 합친 7천500여명과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도 의대정원 확대와 더불어 '과학기술계의 치명적인 원투펀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전년보다 5조2천억원(16.6%) 삭감한 25조9천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나마 6천억원 증액돼 최종 통과됐다.

이 원장은 "액수도 문제지만, 정부와 과학기술자 간 신뢰가 깨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언제라도 정부가 설명없이 예산을 깎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과학자들이 연구실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실제로 내 연구실 학생 중에서도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조금 더 강해졌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과학기술계의 위기 속에서 자연대와 공대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학계가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기초과학은 곧바로 국가의 기술 패권이 된다"며 "과학에도 분명히 국경이 있는데, 선진국 기초과학을 응용하려고 가져오면 그 국가에 종속되고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도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자 한다면 정부는 과학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책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올해 30억원 예산을 책정해 대학원생 120명이 대통령과학장학금을 받게 됐다고 홍보한 것과 관련해서는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1천200명에 장학금을 줘도 모자란다"고 강조했다.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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