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자산입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많이 경험하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이상권씨. 일산교육기부박람회 대한항공 부스에서 기념 촬영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패기 넘치는 22살 이상권입니다! 중2 때부터 고2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계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고3 때 귀국하여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항공운항학과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학생들에게는 특히 여학우들에게는 생소할 것입니다. 일반 문과나 이과 관련 학과와는 달리 ‘비행기 조종사(파일럿)’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특수학과입니다. 우리나라에 이 학과를 갖춘 학교는 10곳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항공대는 항공, 우주분야에서 국내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하늘을 동경해왔고, 비행기에 대한 로망이 가득했었습니다.

파일럿에 관련된 것이라면 영화, 책, 기사 등 무엇이든 찾아보았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다 보니 저의 적성과도 매우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신체적인 결함도 없었기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입시철이 다가왔을 때 다른 대학 경영학과에도 원서를 넣어 합격했지만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외에는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저의 꿈은 확고했습니다. 현재 원하는 것을 배우며 정말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친구들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아버지께서 회사 주재원 발령을 받으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4년 동안 중국 상하이에 살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저는 단 한번도 공부 면으로는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수업시간에 장난치고 떠들어서 교무실에 불려가기 일쑤인 말썽쟁이였습니다. 공부를 싫어했고,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부 빼고 다 잘한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게 들을 만큼 다른 분야에서는 활발한 활동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관심 분야였던 드럼이나 수영, 축구 등을 즐기며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체제에서는 이를 전혀 인정받지 못했었습니다.

   
▲ 국제학교 시절 밴드 드러머 활동

그런데 미국식 교육과정을 따르는 상하이 국제학교에 전학와 보니 제 학교생활은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특기로 인정받지 못했던 점을 칭찬해주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제 강점을 살리며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다보니 자연스레 영어도 늘었고, 저도 모르게 공부에 재미가 붙어 다른 교과목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고2 때까지 줄곧 성적 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의 '열린 교육'이 저와 매우 잘 맞았고, 그 덕분에 문제아였던 제가 성적 우수상도 받고 국제학교 첫 한국인 전교 부회장까지 할 수 있는 학생으로 클 수 있었습니다.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다녔던 미국계 국제학교는 한국의 교육과정과 내신 등급 평가 체제가 많이 달라서 정확히 몇 등급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과목마다 1~2등급 정도로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대학 전형은 수시 전형의 일종인 재외국민 3년 특별 전형이라는 입시 전형으로 합격하였습니다. 독자분들 중에 현재 외국에 사시거나 재외국민 신분인 분들께 도움이 되도록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재외국민 전형은 외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반드시 포함하여 3년 이상 부모님과 함께 거주한 학생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전형입니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우므로 재외국민 입시학원에서 정확한 상담을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항공법 공부중

제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오직 파일럿의 꿈 하나만을 안고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라는 목표에 올인하였습니다.

정시든 수시든 재외국민이든 어떤 전형이든 전국의 모든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은 일반 대학과는 다르게 신체검사를 보게 됩니다. 

신체검사는 전 세계 표준 공중근무자 1급에 해당하는 조건을 통과해야만 입학이 가능합니다. 파일럿의 직업 특성상 신체조건이 매우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시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받게 됩니다.

논술과 서류, 면접 그리고 신체검사까지 꾸준한 노력을 하여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던 경험, 그리고 국제학교에 다니던 시절 수행했던 무수히 많은 클럽활동, 수상경력 등도 입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대학에 들어오기 전 ‘국인’이라는 교육기부단체에 들어가 수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외고, 특목고 출신에 대한민국에서 공부로는 거의 져 본 적이 없는 우수한 대학생들이 모인 단체였습니다. 

좋은 성적에 내로라하는 학교에 다니는 그 친구들도 진로와 장래에 대해서는 늘 불안해합니다. 친구들 중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적으로도 알아주고 자신도 만족하는 대학에 들어왔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몰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고등학생 대상 멘토링 강연

어떤 친구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적성에도 맞는 학과라고 생각해 들어왔지만 막상 겪어 보니 생각과 달라 좌절에 빠지거나 휴학이나 전과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거기에 미쳐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책이든 영화든 인터넷이든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보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분야를 깊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 구체적으로 장래 어떤 진로를 택할 것인지 계획을 짜고, 자신의 미래를 대략적으로라도 그려보기를 추천합니다. 선생님의 결정, 부모님의 결정 그리고 자신의 점수에 맞춰서 원하지도 않는 학과를 가는 것은 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부모님의 것도 선생님의 것도 아닌 자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시험 점수나 공부에 목숨 걸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공부가 다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교실 안에는 지식이 있지만, 교실 밖에는 세상이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미친 듯이 몰두하는 것, 그리고 거기서 배우는 것이 책을 통해 배우는 지식만큼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이나 시행착오들이 모두 배움이라고 생각하기에 딱히 후회하는 것은 없습니다. 굳이 뽑자면 중학교 때 게임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게임 할 시간에 차라리 친구들이랑 뛰어 놀거나, 하다 못해 잠이라도 자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유럽여행중 프라하에서 스카이다이빙

Q. 진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요?
A.
 저희 학과는 모든 커리큘럼이 조종사 양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3학년부터 실습비행을 시작하고 졸업하기 전에 사업용 면장, 자가용조종사 면장 등을 모두 취득해야 하며, 전공수업 위주로 수업을 들으며 실질적인 조종사 관련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자신의 노력 없이 되는 것은 없는 법입니다. 과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두가 조종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죠. 목표하는 학과에는 들어왔지만 몸이 자산인 조종사에게는 끊임없는 눈 관리, 신체관리를 필요로 하기에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 중이고, 해외를 자주 다니는 직업인 만큼 세계 공용어인 영어 실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토익 등을 공부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종사의 언어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 따로 항공 영어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사적으로 이슈가 되는 항공 뉴스도 업데이트될 때마다 구독하며 항공분야 전반의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Q.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요?
A. 
적게는 몇백 명부터 많게는 몇천 명까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캡틴이 될 사람인 만큼 그에 걸맞은 아주 강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제가 후배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항상 자신의 꿈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저처럼 어렸을 때 뚜렷한 목표를 찾은 친구들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뭘 해야 할지를 몰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생각하면 정말 늦습니다. 진로나 꿈을 정하지는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세는 분명 필요합니다.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아예 생각을 안하는 사람과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분명한 목표가 있고 확실한 비전이 있다면 공부할 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나태해질 때 자신을 붙잡아 주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둘째로 '항상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작년 여름,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꿈만 꿔오던 유럽여행을 70일간 혼자 다녀왔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가는 방식보다는 저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도 계획하지 않고 어떤 정보도 없이 맨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그 흔한 여행 가이드북 한 권 없이, 숙소나 교통편 예약도 일절 하지 않고 20kg 짜리 산악용 배낭 하나만 챙겼습니다. 

아무리 준비를 꼼꼼하게 한다고 해도 막상 가면 모든 것이 변할 것이고 예기치 못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설레는 호기심과 청춘의 패기(?)를 자산 삼아 터무니 없이 부족한 여행자금을 들고 출발하였습니다. 

제가 준비한 것이라곤 출발 2주 전 급하게 준비한 런던 in 로마 out  항공편과, 첫 도착지인 런던의 숙박 시설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바로 모은 돈에, 여지껏 살면서 한 푼 두 푼 모아두었던 20년 적금을 탈탈 털어서 일단 무작정 떠났습니다. 

출발 전 여행 준비를 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2달이 넘게 부모님과 떨어져서 아는 사람 없는 타지에서 혼자 다니고, 무사히 한국에 귀국하는 그날까지 모든 것은 제게 배움이었으며, 새로운 도전과 경험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수많은 시행착오와 돌발상황에 부딪혔지만 막상 어려움에 닥쳐 보니 저 혼자서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었고, 거기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두 달이 넘는 나홀로 여행이 끝난 후 저는 지금까지 그 어떤 책에서도, 어느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가르침을 배웠고, 한층 아니 거의 다섯층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소매치기가 무서워서, 치안이 위험해서, 경비가 부족해서 포기하는 것은 겁쟁이의 변명일 뿐 입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닥치는 대로 해보셔야합니다. 그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에서 분명히 배움이 있을 것입니다. 

귀 따갑도록 들으셨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기입니다. 독서실, 학원, 야자실에만 갇혀서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경험들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젊은이의 실패는 자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찾고 몰두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습니다. 패기와 자신감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러분의 꿈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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