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찾으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Economics 조경진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UIC) Economics 2학년 조경진이라고 합니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를 1년 다닌 후 중국 소재의 International School of Qingdao (ISQ)에서 졸업했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것이에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운 가장 가까운 목표는 국립외교원에 합격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국제기구에 들어가 일하고자 합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국내고에서 수능을 준비하다가 아버지의 해외 발령으로 급하게 입시 전략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충분히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차근차근 다시 입시를 준비할 수 있었던 건 제 꿈이 확고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국제학부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던 것도 있고, 국제기구에 들어가 인권을 위해 일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지식을 쌓기에 제일 좋은 학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제학부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학과이기 때문에 입시 초반에 부모님께서 조금 걱정하셨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고 나니 지원하고자 하는 목표의식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입시 결과가 나온 후, 고려대학교 국제학부와 연세대학교 언더우드학부 중에서 고민하다가 전공선택 후 더 진로를 구체화시켜 공부할 수 있는 언더우드학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국립외교원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가진 지금, 학교에서 전공과목인 경제 수업들과 국제법 수업을 함께 수강하며 차근차근 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 시사, Western Civilization, 거시경제, 동양철학 수업 필기 노트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고등학교 시절의 저는 공부 그 자체를 어려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공부방법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해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전학을 왔고, 2년 후 외고에 진학하고 1년만에 또 해외로 전학을 갔으니 체제에 적응하는 게 제일 난제였죠.

처음 한국으로 전학 왔을 때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과 에세이 위주의 수업에 익숙해있던 저는 암기식 내신공부가 새로웠고 그 공부방식은 제겐 도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에 공부에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했어요. 예를 들자면 국사책 본문을 화이트로 지우고 다시 쓴다든지, 영어 본문을 다 녹음해서 듣고 다닌다든지, 수학 개념 및 공식노트를 만들어 반복해서 외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암기식 공부를 해 보고 나니 고등학교에 가서는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 조금 더 편하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해도 수학은 계속 발목을 잡더라고요. 어릴 때 외국에 가면서 수학을 거의 안 했던 게 큰 타격이었던 것 같아요. 수학은 확실히 꾸준히 공부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영외고 재학 당시 내신에 있어서는 언어, 특히 중국어를 좋아했기 때문에 점수를 내기가 비교적 수월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수학이나 국사 등 한국에 계속 살았던 친구들에 비해 약한 과목들도 있었는데, 꾸준히 복습하고 반복해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그 결과 교내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 조경진씨가 제작한 연세대 UIC 제10대 학생회 소개 프레젠테이션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영어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왔어요. 영어특기자 전형은 서류와 면접, 크게 두 가지 싸움이라고 보시면 돼요.

첫 번째 단계인 서류는 이른바 스펙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대학은 내신, 생활기록부, 공인점수, 대외활동 등을 봅니다.

한영외고 때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야간자율학습 등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어요. 담임선생님께서 생활기록부에 수상경력을 비롯해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독서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해 주셨습니다.

ISQ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는데, 이 학교에는 생활기록부가 없었어요. 그 대신 'Involvement List'라고 하여 교내 활동 및 교내상 수상경력을 학년별로 기록하는 문서를 생활기록부 대신 제출했습니다.

공인점수가 제겐 시간적 측면에서 제일 부담스러웠던 항목인데, 특히 연세대는 고교 재학 시에 딴 점수들만 인정해주기 때문에 저는 전학 간 후 1년 반의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공인점수를 따야 했었어요.

한 시험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면 다음 시험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했었는데 이 방식이 단기 입시에는 제일 효과적인 것 같아요. HSK, TOEFL, AP, SAT 등에서 최고 점수를 얻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점수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노력했어요.

대외활동은 다양한 모의유엔과 디베이트 활동 참여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위더스라는 청소년봉사단 설립 및 단장을 맡았었고, 한영외고에서는 중국어 영상번역동아리와 정치외교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ISQ에서는 NEHS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International Club을 설립하여 회장을 맡아 3개 국어로 된 사전을 편찬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두 건의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 경제학 수업 필기 노트

1차 서류가 통과된 후 보게 되는 2차 시험, 즉 면접은 제가 비교적 좋아하고 자신이 있던 분야였습니다. 다른 입시생들에 비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하게 됐죠.

국제 관계, 여러 패러다임 및 국내, 해외 이슈들에 관해 공부하고 제 생각을 구두로 전달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면접 대비에 어려움이 적었던 듯싶습니다. 실제로 준비 과정 3개월을 즐겁게 보냈기도 했고요.

단기간이지만 학원에 다니면서 방대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료들을 가지고 한국 학교와 국제학교에서 습득한 독특한 공부방식들, 예컨대 한국에서 했던 노트정리와 암기법, 국제학교에서 터득한 서로 가르치는 공부법과 연상법 등을 적절히 섞어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충분히 연습하고 공부한 결과 면접 고사장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제일 큰 수확이었습니다. 덕분에 연세대 면접에서는 교수님과 마지막에 농담을 주고받다 나오기도 했고, 고려대 면접에서는 교수님의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아무래도 경쟁이다 보니 본인 성적에 맞춰 과를 바꿔 지원하려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요. 저는 꼭 본인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방면의 학과에 지원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12년의 의무 교육과정을 지나 드디어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인 만큼, “내가 이 분야를 공부해서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쳐가는 하나의 단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현명하게 학과를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이라는 곳에 오면 정말 다양한 길이 열려 있는 곳이니만큼 나의 소신이 없다면 시간을 낭비하기 십상이에요.

Q.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어떻게 공부하고 싶은가요?
A.
사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만 해도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한 나라에서 쭉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 환경의 변화 없이 공부한다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 상황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조금 더 누리고 살고 싶어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제가 약했던 수학을 조바심내지 않고 기초부터 탄탄히 공부한다든지 우리나라 역사를 더 잘 알아둘걸 하는 마음이죠. 또, ISQ에 다녔을 때는 제가 흥미가 있는 분야인 예술 관련 수업이나 동아리가 많이 열렸었는데 입시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서 들지 못했거든요. 그 때로 돌아간다면 꼭 한 번 미술이나 작곡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요.

 

   
▲ 월드비전과 함께 한 서울 고등학교 기아체험 교육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제가 잘 했다고 여겨지는 것인 동시에 후회되는 것이 건강 관리예요. 스트레스에 약한 체질이라 일이 많았던 고등학교 때는 특히 자주 아팠는데,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까 공부에도 크게 지장이 가더라고요.

그래도 촉박한 시간을 잘 쪼개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이동할 때 운동 삼아 걷고, 스트레칭을 자주 해 주는 등 건강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공부할 때 조금 더 타이트하게 집중하고 쉬는 시간을 더 마련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네요.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오랜 기간 가지고 있던 저의 목표는 외교부에 들어가 국제기구, 특히 UN에서 인권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준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학술적인 측면에서는, 국립외교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2학년 전공선택때 경제학과를 선택해 국제학 공부와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공인 경제학 수업 외에도 향후 2년간 국제법, 외교사, 논리 수업 등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영어 이외에도 UN 공용어인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졸업 전에 프랑스어까지 총 4개 외국어에 능통하고자 하는 것이 작은 목표입니다.

두 번째로 경험을 쌓기 위해서 하고 있는 활동으로는 학생회와 대외활동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 온 후 2년째 단과대 학생회를 하며 공적인 일이 처리되는 방식 및 리더십을 익히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인”이라는 대학생 교육기부단체와 월드비전이 함께 진행한 기아체험에서 팀장을 맡았는데,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하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고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여러 멘토링 활동을 진행했는데, 특히 일본 나고야에서 일주일간 글로벌 멘토링에 참여하여 일본인 및 재일교포에게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가르쳤던 활동이 제일 보람찼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에는 대사관이나 외교부에서 인턴을 하며 경험을 쌓고자 합니다.

Q.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가요?
A.
“Voice for the Voiceless"가 되는 것이 저의 좌우명입니다. 제가 속한 어느 사회에서든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그 신념을 가지고 교내 및 지역 사회에서 봉사를 해 왔었는데, 앞으로는 더 노력하고 성장하여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든 사무직에서 그들을 대변하고자 노력하든 제3세계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해주고자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아직 저도 대학교 2학년일 뿐이라, 후배님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렇지만 항상 느꼈던 점은 자신이 뭘 할 때 제일 행복한지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어떤 일을 하면서 가장 집중을 잘 하는지를 알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꼭 찾길 바라요.

   
▲ 월드비전과 함께 한 서울 고등학교 기아체험 교육에서 사용한 PPT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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