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자리에서 광기를 보여 주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이강희 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학중인 22살 이강희라고 합니다.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 재도전을 했기 때문에 원래는 올해 대학교 3학년일 나이이지만 2학년이구요, 현재는 제 실력을 쌓고 꿈을 키우기 위해서 휴학 상태입니다. 진로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 꿈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사실 고려대 외에 다른 대학에는 전부 행정학과를 지원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행정고시에 매진할 생각이었고 통일부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재수생활을 하면서 제가 행정고시를 패스할 만큼의 장기적 집중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세계무대로 진출하거나 다양한 직종으로 유입하기에 유리한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자고 결정했습니다.

1년 동안 생활해본 지금, 사실 영어영문학이 제 적성과 100% 맞는다고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말 그대로 문학과 어학을 영어버전으로 듣고 있는 것이라 영어권 나라에서 생활해보지 않아서 영어로 진행되는 수많은 전공 수업들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버겁습니다. 그래서 영어 실력을 기르는 데 더 힘쓰고 있습니다.

다른 학과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습니다. 어떤 학과에 진학하든 처음 짐작과의 괴리는 분명 존재합니다. Reading과 Speaking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배우며 실력이 는다는 느낌이 들 때, 영국과 미국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나서 외국인과 대화하거나 영화를 볼 때, 제 시각이 달라진 것을 느꼈을 때, 영어영문학과의 강점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영문학은 타전공보다 아주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어스펙이 의무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는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책임감을 가지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서울고 학생회장 시절 당시 졸업식 모습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저는 송파중학교와 서울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두 곳에서 모두 학생회장으로 졸업했습니다. 공부는 개인의 욕심이나 대입을 위해 했다기보다는 학생회장으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항상 제 선택의 1순위는 성적 또는 학원 스케줄이 아닌 학생회 업무였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모님, 선생님과의 갈등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학생회가 아니더라도 학업보다 본인에게 지금 훨씬 재밌고 소중한 일이 있는 친구들은 공감할 거예요. 우리에게는 중요한 것들인데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게 많다는 것을요.

‘고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입’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사실 자신만을 걱정하기에도 시간이 없을 나이입니다. 그런데 학생회 일에 빠져 사는 것도 모자라 남 걱정 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으니, 자식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하실 겁니다.

그래도 제가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더 많은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보람과 책임감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맥락의 활동을 하고 있고요.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자 고등학교 때 했던 활동들을 나열해 볼게요. 대한학생회 외교통일위원, 서초구 청소년 연합(SAY) 부대표, 강남청소년참여위원회 국제협력분과 팀장, 교내 오케스트라 동아리 등 다양한 곳에서 여러 활동들을 했습니다.

대한학생회란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회장들이 모여서 전국 학생들의 권익 증진 등 여러 가지 비전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직접 특정 대학과 정부부처의 후원을 받아 개최하고 있는 ‘전국 고교 학생회장 토론대회’가 있습니다.

외부의 어떤 도움도 없이 기획, 섭외, 홍보, 의전 등 모든 일을 고등학생들 스스로 진행하는 전국규모의 행사입니다. 이 행사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성균관대 총장상을 받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기획을 맡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학생회장이라면 대한학생회 활동을 추천하고 싶네요.

서초구 청소년 연합과 강남청소년참여위원회 역시 지역 학생회 활동입니다. 3.1절을 알리는 플래시몹이나 캠페인 활동을 하거나 지역학생회 전체를 대상으로 200여 명 규모의 공청회를 열어 각 학교 학생회의 사업과 운영 노하우를 교류하는 장을 만들었지요.

   
 

서초구 청소년 연합은 제가 2기 부대표로서 1기와 함께 창립 기수로 활동했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서 하는 활동에 따르는 보람과 어려움을 함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땐 힘들었지만 지금까지도 모임을 갖고 여행도 함께 가며 우정을 다지고 있어요.

제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활동은 역시 서울고 학생회장 활동입니다. 저희 학교는 선거 분위기가 굉장히 치열하고 학생회의 힘이 강한 만큼 업무량도 많은데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두발규제 완화, 교내 핸드폰 소지 허용, 은행과의 제휴로 체크카드와 결합한 무료 학생증 발급, 학생회 주체 체육기구 대여 등을 하나 하나 실행해 나아갈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생 교육기부단체 ‘국인’과 콜라보레이션으로 500여 명의 학생을 모집하여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열린 기아체험’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약 500만 원을 아프리카 락쌈지역에 기부했던 경험과 2000명의 학생이 찾아오는 서울고등학교 축제의 모든 부분을 기획하고 사회를 봤던 경험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라 생각하여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떻게 보면 제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아서 부끄러운데, 여러 활동 중에 겪었던 경험들이 쌓여 어떤 일을 하든지 굉장히 여유롭고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도 고등학교 때 다양한 활동을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저의 대입 전략은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먼저 고교시절 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신은 최종 2.3등급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학구열이 높은 서울고에서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현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과 상들을 준비하며 논술학원을 다녔습니다.

제가 수상한 상으로는 경찰청장상, 교육감상, 서울시장상, 성균관대 총장상 등이 있습니다. 그런 준비에도 불구하고 중앙대 공공인재학과 1차 합격, 고려대 자유전공학과 예비 5번 내, 고려대 한문학과 예비 5번 등을 받아 최종합격은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바뀐 입학사정관제에 관련해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차 합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기소개서와 활동 실적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를 정하는 것이고요. 제 활동들을 보시면 대체적으로 국제기구와 기획·행정 분야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만약 지금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교 혹은 학과가 있다면 여러분이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당장 대학교 입학처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유리할 전형을 고른 뒤에 자기소개서를 다운로드 받으세요. 많게는 5가지의 질문이 있을 겁니다.

그 질문을 읽고 남은 기간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지를 생각하고 계획해서 실천해야 합니다. 대체로 고3 때는 공부하기도 바쁠 때니 활동은 고1, 고2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3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질문에 대한 논제 이탈 주의, 교수님이 읽고 뽑고 싶을까에 대한 자문, 전공과 직결된 나만의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모든 스펙을 나열해 놓고 고3 1학기 기말고사 끝나고부터 계속 계속 쓰고 수십번 고쳐가면 됩니다.

그리고 면접은 진심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Best Answer’를 통해 자신이 똑똑하고 뽑고 싶게끔 보여야 한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재수 전략은 간단합니다. 수능공부를 통한 정시와 논술입니다. 저는 논술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는데요, 정시든 논술이든 정답은 기출 분석과 반복에 있습니다. 단 수시 논술 전형의 경우, 학교마다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6군데 모두 논술로 지원한다면 수능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해당 학교 전형이 수시 1차인지 2차인지를 잘 살펴본 다음 지원 일정을 짜고, 2군데 정도는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수능 최저 성적이 높은 자기소개 전형으로 지원하는 걸 추천합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A.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다면 수많은 선택지 중 스스로 하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언제까지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학과는 30년 후에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본 뒤, 그것을 하기 위해서 20년 뒤에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또 10년 뒤에는, 5년 뒤에는, 1년 뒤에는.... 이런 역행적 방식으로 고민해 본다면 학과 선택에 도움이 될 겁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어떻게 공부하고 싶은가요?

A. 방학 때 짧게라도 어학연수를 갔다 왔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여행 겸 영어공부 겸 외국에 다녀왔다면 영어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넓은 시야를 갖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동안 학생회장 출마 결정을 앞두고 사실 ‘재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선이 되었을 때 재수하게 되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 일은 없습니다.
 

   
▲'국인'의 국내외 멘토링 활동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입학 당시에는 행정부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언론인이라는 목표로 저의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특히 통일부 쪽 기자로서 통일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통일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젊음이 묻습니다’라는 단체에서 대표 역할을 수행하며, 입대 전에 언론기관의 수습 혹은 인턴 활동을 해보고 싶어 잠시 학교를 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언론계에는 수습이나 인턴의 수요가 없어서 지금은 언론고시와 영어공부를 하고 있고요, 과외와 공모전을 통해서 용돈을 벌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 ‘국인’이라는 대학생 교육기부단체에서도 활동하며 다양한 국내외 멘토링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젊음이 묻습니다’라는 단체는 고민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소통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명사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기획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님부터 이영표 축구 선수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접 섭외하고 강연회를 기획했습니다.

저 또한 고민이 많은 젊음이기에 이런 분들을 직접 뵙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제 진로 탐색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희 활동의 수혜자들과 교감하고 언론기관 등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강연회의 사회자 역할도 하고 있어서 이런 경험들이 장래에 PD 혹은 기자가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돼 줄 것 같습니다.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나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멘토링 활동에 가서 항상 드는 예시가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하루 일정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일단 하루 아침은 늦잠으로 시작됩니다. 상당히 지각을 많이 했었던 편이라 학생회 부회장이었던 저는 선생님들께 남들보다 더 많은 꾸중을 들으며 등교하곤 했었지요. 자습 시간에는 잠을 조금 더 보충하고 쉬는 시간에 자투리 학습보다는 친구들과 매점에 가거나 인간관계 형성에 힘썼습니다. 그 다음해 있을 학생회장 선거를 준비해야 했으니까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냥 집에 가기에는 심심합니다. 그래서 남학생들은 축구나 농구를 한 판하고 간다거나 피시방에 가서 한두 시간을 보냅니다. 여학생들은 주로 떡볶이나 팥빙수를 먹으러 가더군요. 집에 도착하면 5시쯤 됩니다. 학교 다녀왔으니 힘들잖아요. 그래서 주말에 보지 못한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학원가기 전 저녁식사를 기다립니다. 저녁을 먹으면 6시 30분쯤 되고 딱 TV프로그램 한편이 끝납니다. 그리고 학원 등원 길에 당일 영어단어를 외우죠.

10시 쯤 학원 수업이 끝나면 독서실이나 집으로 갑니다. 다녀왔으니 힘들다는 명분으로 간식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합니다. 11시가 되면 웹툰이 업데이트되므로 스마트폰을 켜서 웹툰과 함께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하며 30분 가량을 소모합니다. 그 때부터 숙제와 형들이 준 학생회 일거리를 붙잡고 끙끙거리다가 늦게야 잠이 들고 다음날 또 늦잠을 자게 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고등학생의 바람직한 하루 같은가요? 자신의 생활 패턴은 모두 각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결국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노력합시다. 스탑워치를 들고 다니면서 수업시간 포함 공부시간을 재보세요. 저는 재수 때 평균 14시간을 공부했습니다. 수면 시간 6시간을 제외하고 식사, 운동, 쉬는 시간, 이동 시간, 배변 등의 모든 생활을 4시간 안에서 해결했다는 것인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N수생과 외고학생들이 미친 듯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들보다 공부에 미쳐야만 그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승덕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내 경쟁자가 설마 이렇게까지 하겠냐하고 생각이 들 정도면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요.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 노력했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진도가 뒤떨어졌다면 지금 공부는 그대로 해가면서 밤을 새워 뒤떨어진 진도를 채워나가세요. 휴대폰이 방해된다면 정지시키세요. 영어단어가 부족하면 자투리시간을 끌어모아 버스에서, 밥 먹으면서, 이를 닦으면서 단어를 외워야합니다. 그런 집중력을 보여주고 나서야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꼭 기억하십시오. 대학 생활은 상상보다 훨씬 재밌다는 걸요. 대외활동, 고연전, MT 등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즐거움을 대학생활에서 만끽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최근에 본 “위플래시”라는 영화 한 편을 추천합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자리에서 영화와 같은 ‘광기’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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