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얻은 의학지식 실무에 적용할 수 있었어요"

   
 

각종 의료사고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럴 때 의료분쟁 조정을 통해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의료사고중재조사관은 갈등의 주체가 되는 양쪽의 이야기와 사건 기록 등을 바탕으로 분쟁의 조정을 돕는 조력자이다.

의료사고중재조사관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안에 대한 모든 의료적 자료(진료차트, 각종 검사 기록 등)를 바탕으로 의료사고의 발생원인 및 인과관계 등을 조사하는 일을 한다.

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사고감정단 소속 조사관 이경미 씨에게 '의료사고중재조사관'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이경미 씨

Q. 의료사고중재조사관으로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사고감정단 소속 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사관은 사건 절차 개시된 후 해당 사건이 진료과별로 배당되면 정해진 기한 내에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현재 저는 감정5부에서 신경외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관련 감정을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배당되면 경위서와 답변서를 바탕으로 양 당사자의 주장을 확인한 후 증거자료를 통해서 사실 조사 및 과실 유무,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했습니다. 중재원 입사 전에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고요.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의료기술도 눈부신 발전을 해왔죠. 하지만 의료사고도 많이 일어납니다.

의료현장에 있으면서 환자 및 보호자들이 의료사고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의료인들이 한숨을 쉬는 걸 보면서 의료의 양면을 모두 봐왔습니다. 그러던 중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그동안 배워둔 간호기술과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 영역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Q. 어떤 준비와 노력을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간호학을 전공한 후 대학병원에서 양·한방 근무 경력을 통해 의료실무 경험과 의료지식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병원 근무 시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었던 분야였던 터라 이를 위해 의료법 등 관련 법률 공부도 했습니다. 사무자동화 및 워드 자격증 취득을 하고, 어학능력을 쌓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고요.

Q. 이 직업만의 매력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의료사고중재조사관은 의료사고 사건을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과 능력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또 다양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고, 양쪽 당사자들의 아픔과 고민을 들은 뒤 그들이 피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제해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Q.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의료분쟁조정법에 의하면 90일 이내에 사건을 신속히 종결해야 하는데 감정부에서는 60일이라는 기한 내에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정신청서와 참여확정동의서를 받은 후 피신청인의 답변을 받기까지 3주 정도 걸립니다. 사실상 사건 조사를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죠. 때때로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협조가 되지 않을 때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Q. 가장 보람을 크게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제가 조사한 사건이 조정부로 넘어가 원만한 합의나 조정성립으로 종결됐을 때 보람이 큽니다. 조사관의 책무는 의료사고 사안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과실 정도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부담지우는 겁니다.

사건 진행과정 중에 조그마한 실수가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래야만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 결과를 통해 제 직무에 대한 만족과 보람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Q.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오진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케이스였지만 처음에 병원 쪽에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료기록 검토를 통해 과실 유무를 확인했고, 감정이 끝난 후, 피신청인 쪽에서도 과실을 인정해 원만하게 합의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신청인이라면 의료사고가 난 환자를 말하는 것인가요?
A. 
신청인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환자의 신청 건수가 훨씬 많지만, 최근 성형이나 비수술적 치료가 늘면서 성형에 대한 불만족이나 비수술 치료 효과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환자도 늘었습니다.

병원 쪽에서 환자의 불만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형의 경우 환자의 만족도가 수술의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고, 비수술적 치료 역시 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치료 효과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료사고라고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환자가 병원내에서 고성을 내며 불평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병원 쪽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Q. 앞으로 의료사고 접수건은 어느 정도 늘어날까요?
A. 
현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절차를 개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타 조정중재법 및 소송의 경우, 신청만 하면 자동적으로 개시되도록 되어 있어 의료사고중재원 관련법도 개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면 사건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조사관으로서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설립 취지를 보면 ‘의료사고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피해구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공정성과 객관성, 신속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몫이 크죠.

객관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중점을 둔 분쟁조사를 해야 할 것이고,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 제공=한국고용정보원 '색다른 직업, 생생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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