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고교 시절, 많은 경험 쌓으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1학년 김민재 군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융합인문사회계열에서 사회정의리더십을 전공하고 있는 김민재(19세)입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법조계 혹은 외교계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학교 재학기간 동안 학생회장, 인터렉트 부회장, 인권동아리 회장, 금연동아리 회장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제가 희망하는 사회정의리더십 전공은 미국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으로서 ‘학생회칙 개정’을 추진했는데 회칙 개정의 과정에서 헌법과 법전을 참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조계 쪽으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이론적인 법리학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안을 개정하고 소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고, 이러한 법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 언더우드국제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서울고 67대 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저에게 학창시절의 모든 것을 의미했습니다. 아마도 그 전까지는 출마한 선거마다 족족 떨어졌기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전교어린이회장 선거와 중학교 전교회장 선거에서 매번 떨어졌거든요.

그래도 애초에 출마를 한 이유가 회장이라는 직책 자체에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회장으로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봉사하고 기여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에 항상 다시 도전했습니다.

6년 동안 선거에서 지면 포기할 법도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 다시 한 번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서울고 선거에서 학생회장에 당선되니 매년 선거에서 떨어져 눈물을 흘리며 집에 갔던 예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남들보다도 훨씬 더 힘들게 학생회장에 당선된 만큼 저는 임기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67년 서울고의 역사 사상 최초로 학생 주도의 '학생회칙 개정'을 이뤘고 '동아리 선발 제도의 체계화'를 추진하여 동아리 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했으며 3년간 작성한 학생회 문서가 91건(총합 328쪽)이 될 만큼 학생회 일에 몰두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학생회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성적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서울고에 입학할 때는 입학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지만 학생회 일을 하다 보니 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칠치고 말았습니다. 제가 좋아서 회장 일을 한 것이기에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지요.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내 선택에 대한 대가는 결국 남이 아닌 내가 치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고등학교 3년 동안 제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평가를 해보자면 저는 정말로 '행복한' 학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고등학교 학생회 활동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지원한 언더우드국제대학은 수시 특기자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기본적인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그리고 심층면접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현재 고등학생들이 가장 집중해야 되는 부분은 아마도 학교생활기록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내신'과 '독서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입시설명회를 가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내신인 만큼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1학년 때 내신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학업과 학생회 활동을 병행하는 방법을 잘 몰랐기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시간 조절을 효율적으로 하려고 일기도 쓰고 일정표도 매주 작성하면서 학업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확보해 나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내신 성적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신 관리에 힘쓰면서 더불어 학교 대내외적으로 있는 각종 대회에 빠짐 없이 나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도병 탐구대회’였습니다. 우리 학교 동문 선배님들께서 직접 학도병으로서 전쟁에 참전하시고 조국을 위해 봉사하신 활동을 탐구해보는 영광스러운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학생부에 충실히 기록된다면 제가 어떤 학생인지를 학생부를 보는 누구나 충분히 알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런 활동들의 가치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1학년 때 다소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방학 때라도 시간을 투자하여 독서를 꼼꼼히 준비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도 생활기록부에서 독서가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독서의 양과 질을 모두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서가 좋은 이유는 연관성이 없는 다양한 활동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내외 대회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기 보다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런 대회들을 관련 방면의 독서활동과 연계해 활동 스토리를 만들어 보세요. 독서로 유발된 학생의 지적 호기심이 대회 수상으로 이어진 케이스로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만들어져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층면접은 3학년 6월 모의고사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에 준비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마다 적합한 시기와 기간은 상대적인 것이니 선생님,  부모님과의 상담 후에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6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저를 4500자 내외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쓸 것은 많은데 원고지는 한정돼 있으니까요.

저처럼 교과외 활동을 많이 해 도대체 어떤 활동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당황하는 친구들이 있을 겁니다. 그때는 수많을 활동들 중 가장 중요한 활동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주저하지 말고 좋은 안목을 가진 입시 지도 선생님의 도움을 꼭 받으시기 바랍니다.

 

   
▲ 고등학교 학도병 탐구대회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대학과 학과 선택은 어찌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학생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기 전에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지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 교육현실은 학생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겨를을 주지 않지만,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고민의 시간은 중고등학교 시절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생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정한 후에는 그 방향에 적합한 대학과 학과를 탐색하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세워둔 방향을 인생의 절대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미래는 언제든지 바뀌고 10년 후의 인생은 지금 상상하는 미래와는 큰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 열린 마음으로 진로의 방향을 정하고 때에 따라서 진로의 위도와 경도를 수정할 줄도 아는 융통성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중고등학교 시절 제가 가장 칭찬해주고 싶으면서도 후회하는 것은 포기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매년 선거에 다시 나가는 것, 끊임 없이 도전하는 것을 저는 끈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끈기가 아닌 오기가 아니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포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중고등학교 시절을 조금 더 원만하게 보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또 이런 과정을 겪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죠.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앞서 법조계 혹은 외교계 쪽으로 생각이 있다고 했지만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신분이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많은 것을 알아가고 경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진로가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학과와 진로에 대한 사회의 선망적 시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어떤 목표를 위해 준비하기보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조금 더 명료하게 하기 위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저는 고대 수시에 이어 서울대 수시까지 연속으로 탈락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가장 크게 공감하는 것은 “수시는 수시로 떨어져서 수시야.”라고 하신 학교 선생님들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수시 탈락은 다른 한편으로 제 실력과 수준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학창 시절 동안 저를 수식해 주던 '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제 자신에게는 크고 무거웠던 만큼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업에 최선을 다했냐고 제 자신에게 물어보면 그렇다고 당당히 말할 순 없을 것입니다. 3년 동안 학업과 학생회장이라는 책임 앞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무수히 많았고, 그때마다 학생회장으로서의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있었기 때문에 평생 하고 싶어 했던 것들에 도전하고 이뤄가는 과정에서 어찌 보면 남들이 느껴보지 못한 행복과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3년을 온통 '대학 입시'라는 프레임에 가둔 채 살지 마십시오. 그것만큼 비참한 것이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남을 대표하는 자리가 가진 무게만큼 스스로 감수해야 할 대가도 크다는 것을 학창 시절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러나 학생회장이라는 소중한 경험과, 초등학교, 중학교 동안 수차례 선거에서 떨어지며 느꼈던 좌절과 실패를 극복했다는 성취감은 결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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